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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망신 스웨덴의 반전…확진자 80% 넘게 급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8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홍역을 치른 스웨덴에서 최근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한때 1000명 선이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근 2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스웨덴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느슨한 방역 지침으로 이른바 '집단면역'을 시도한다는 평가를 받던 곳이다. 하지만 감염자가 폭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큰 후유증을 앓았다.

스웨덴, 한달 반 사이에 확진자 80%이상 급감 #공중보건국 관계자 "면역자 늘어난 것과 관련" #"오히려 방역대책 강화한 게 효과" 반박 나와 # 유럽 다른 나라보다 규제 강해졌다는 평가도

그런데 스페인,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의외로 스웨덴이 성과를 보이는 것이다. 국제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스웨덴의 코로나19 일주일 평균 신규확진자는 1080명(6월 셋째 주)에서 198명(8월 둘째 주)으로 80% 이상 급감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집단면역 효과가 뒤늦게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공중보건국의 역학전문가 안데르스 텡넬은 "최근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감소한 것과 스웨덴 곳곳에서 면역자가 늘어난 것은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은 특히 수도 스톡홀름의 경우 집단면역 수준에 가까이 갔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유럽 방역 대책에 대해 다양한 분석 기사를 써온 영국의 로스 클라크 기자는 9일(현지시간) 더 텔레그래프에 쓴 기사에서 같은 입장에 섰다. 그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19 2차 유행의 조짐이 나타날 때 스웨덴에선 확진자가 급감했다"며 "결국 봉쇄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집단면역 정책을 접고 일부 봉쇄로 돌아선 게 감염자를 줄인 요인이란 정반대 의견도 나온다. 스웨덴은 여름 휴가철인 6월 말부터 방역 대책을 강화했고, 최근 확진자 감소도 이런 새로운 방역 대책의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일 ‘스웨덴은 더 이상 코로나19에 주목받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최근 스웨덴은 예전처럼 느슨한 방역을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오히려 유럽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노르웨이보다 방역 규제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학자인 레나 아인혼은 이같은 점을 들어 감염자 감소가 집단면역과는 관련 없으며 "스웨덴의 항체 검사 결과도 집단 면역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이 마스크를 의무화하고, 감염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찾아 격리하는 등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월29일 집단 면역 대응에 강력한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항체 보유율이 높아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병원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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