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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대통령 비서실장도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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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에 노영민 비서실장. 이 회의 직후 수석 3명 인사를 발표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에 노영민 비서실장. 이 회의 직후 수석 3명 인사를 발표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수석 3명 임명..여전히 감동 없다 #임기말 관리할 유연한 비서실장 필요하다

1.

청와대 수석 3명에 대한 인사발표에도 감동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10일 정무수석에 최재성 전 의원, 민정수석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전 녹색연합사무처장)을 임명했습니다.
지난 주말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의 일과사표를 냈을 때도 “왜 일괄사표를 내지”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일괄사표 낸 6명 가운데 3명의 후임을 서둘러 발표한 셈인데, 기대했던 메시지가 이번에도 없네요.

2.

신임 수석들의 면면을 보면 물러간 수석들과 거의 비슷합니다.
새 정무수석 최재성은 물러난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거의 비슷한 1980년대 운동권 출신 강경파 정치인입니다. 신임 민정수석 김종호는 물러난 김조원 전 민정수석과 같은 감사원 공무원 출신입니다.

3.

청와대 수석 인사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비슷한 경력으로 대체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계속 비슷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집니다. 그렇다면 굳이 세 수석을 경질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알려진 바로는 ‘다주택자인데 집을 팔지 않았기에’문책하는 것이라네요. 전직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은 이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강기정 전 정무수석은 1주택자이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인사수석은 다주택인데도 빠졌네요. 일관성이 없습니다.

그러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강기정 수석의 경우 두 가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워낙 강경파라 야권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와 다음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두 가지 모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암튼 다주택과는 무관합니다.

4.

정치권에서 얘기하듯 부동산 민심이반과 지지율 하락 등에 대응하는 인사라면 그런 메시지가 들어있어야 합니다. 뭔가 분명히 달라지겠다는..

그러자면 이번에 같이 사표를 낸 노영민 비서실장도 바꿔주는 것이 맞습니다. 역시 운동권 출신인 비서실장은‘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라’고 지시한 장본인입니다. 집을 강제로 팔아라는 지시 자체가 재산권 침해입니다. 더욱이 그런 잘못된 기준마저도 공평하게 적용하지 못하는 이번 개편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건축가 출신)마저 10일 라디오에 출연해“비서실장님 개인 생각으로 말씀하신 건데 저는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왜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느냐”라고 물을 정도입니다. 같은 여권 전문가마저 이런 얘기를 공개적으로 할 정도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5.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청와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비서실장에 임명돼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차기 주자가 등장했거든요.
8월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후보가 대표가 되면 바로 대권행보에 나설 겁니다. 당외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맞서 달릴 겁니다. 올해안에 야권후보도 가시화되겠죠.

미리 길게 보고 임기말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유연한 비서실장이 필요합니다. 운동권 강경파만으론 안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