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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은 대니엘 강, 고개 떨군 리디아 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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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7번 홀에서 샷을 준비하는 대니엘 강(왼쪽)과 엇갈려 걸어가는 리디아 고. 리디아 고에 한 타 차로 뒤진 2위였던 대니엘 강은 18번 홀에서 역전 우승했다. [AP=연합뉴스]

17번 홀에서 샷을 준비하는 대니엘 강(왼쪽)과 엇갈려 걸어가는 리디아 고. 리디아 고에 한 타 차로 뒤진 2위였던 대니엘 강은 18번 홀에서 역전 우승했다. [AP=연합뉴스]

 10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의 하이랜드 메도우스 골프클럽.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5)에서 다섯 번째 샷에서야 공을 그린에 올린 리디아 고(23·뉴질랜드)가 2m 보기 퍼트를 시도했다. 공은 홀 왼쪽으로 비켜났다. 더블 보기로 마무리한 리디아 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홀에서 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뒤 기다리던 대니엘 강(28·미국)은 역전 우승하고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쟁자였지만, 친구 리디아 고가 마지막에 고전하는 걸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마라톤 클래식 마지막 홀서 희비 #대니엘, 1타 차로 제치고 역전승 #리디아, 선두 달리다 더블 보기

교포 선수끼리 우승 대결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였던 리디아 고는 마지막 홀을 지키지 못했다. 꾸준하게 따라붙은 대니엘 강(15언더파)은 마지막에 승부를 뒤집었다. 리디아 고(14언더파)와 한 타 차다. 대니엘 강은 3일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LPGA 투어 우승이다. 우승 상금 27만7500 달러(약 3억3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1위(56만6280 달러)로 올라섰다. 대니엘 강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110%의 노력을 쏟았고, 그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라는 걸 신이 자신의 방법으로 알려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보기 퍼트를 놓치고 쓴웃음을 짓는 리디아 고. 보기 퍼트 실패로 그는 대니엘 강에게 우승을 내줬다. [AFP=연합뉴스]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보기 퍼트를 놓치고 쓴웃음을 짓는 리디아 고. 보기 퍼트 실패로 그는 대니엘 강에게 우승을 내줬다. [AFP=연합뉴스]

리디아 고는 2014~16년 ‘천재 소녀’로 불렸다. 15세였던 2012년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간 12승을 거뒀다. 대니엘 강은 2010, 11년 US 아마추어 여자 챔피언십에서 2연패 했다. 2012년 프로에 입문했지만, 5년이 지난 2017년에야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했다.

리디아 고는 한동안 어수선했다. 10대 시절 그렇게 많이 우승했지만, 어느덧 마지막으로 우승(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한 지 2년 4개월이 흘렀다. 최근 4년간 스윙 코치를 다섯 번 바꿨다. 1년간 함께 했던 호르헤 파라다도 지난달 숀 폴리로 바꿨다.

마라톤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는 대니엘 강. 2주 연속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마라톤 클래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는 대니엘 강. 2주 연속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AP=연합뉴스]

대니엘 강은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2018시즌 6~9월에 8개 대회에서 6차례나 컷 탈락할 만큼 부진했다. 2018년 9월 베테랑인 부치 하먼으로 스윙 코치를 바꿨다. 샷에 자신이 생긴 그는 이후 2년간 4승을 거두며 꾸준하게 활약했다. 2015~17년 83주 연속 세계 1위였던 리디아 고는 55위(10일 현재)로 떨어졌다. 대니엘 강은 2위다.

리디아 고는 “대니엘이 잘 쳤다. 훌륭하게 경기했다. 결과는 아쉽지만,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2등도 받아들인다”며 담담해 했다. 대니엘 강은 “리디아가 극복하리라 믿는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란 걸 이미 증명했다”고 말했다. 2주 연속 우승으로 자신감도 부쩍 높아진 표정이었다. 대니엘 강은 “세계 1위가 되는 건 내가 평생 쫓아왔던 목표 중 하나다. 투어 재개 후 일관된 경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 대회들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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