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선 화려한 빛과 이미지, 사운드가 어우러진 대규모 미디어 파사드 축제 ‘DDP 라이트’가 열렸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35)의 작품 ‘서울 해몽’. 시민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서울디자인재단 최경란 대표 #지하철 역명 ‘DDP역’ 병기 이어 #창업센터·디자인스토어 곧 열어 #연말 빛축제·휴먼시티어워드 지속
‘DDP 라이트’는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이 서울시와 함께 추진해온 수십 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많은 프로그램이 취소됐지만, 하반기엔 코로나19 속에서도 빛이 날 수 있는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1000개의 디자인 소기업에 총 20억원을 지원하는 일이 대표 사업 중 하나다.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1000개의 제안을 뽑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재단은 또 오는 21일 서울 홍대 인근에 서울디자인창업센터를 개관하고, 9월 중 DDP 시민라운지 옆에 DDP 디자인스토어를 첫 공개 한다. K-디자인의 자존심을 걸고 준비한 야심찬 프로젝트다. 9월엔 DDP 살림터 3층 공간에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내세운 UD(유니버설 디자인)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론칭하고, 11월 11~15일엔 청년기업,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DDP 디자인페어를 연다. 이밖에도 DDP 디자인 뮤지엄 개관 전시(12월), 휴먼시티디자인어워드(11월), DDP 라이트(10, 12월) 행사도 이어간다.
DDP에서 만난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우리 일상생활과 도시의 품격이 디자인에 달렸다. K-디자인의 우수한 콘텐트로 우리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세계에 알릴 채비를 마쳤다”고 했다. 이어 “8월부터 서울 지하철 2·4·5호선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DDP역’으로 병기하기로 한 것도 그 준비의 일환”이라고 했다.
- 2년 전 인터뷰에서 “지하철 역명이 ‘DDP역’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는데.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이름은 너무 길고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 시민들이 더 찾기 쉽도록 역 이름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는데, 올해 서울시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DDP역’ 병기가 결정됐다. DDP가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 중 하나이며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코로나19로 디자인계가 어렵다.
- “디자인업계는 규모가 영세한 곳이 많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서울시와 함께 1000개 디자인기업에 20억을 지원하기로 한 이유다. 시내 디자인 기업 중 70%가 4인 이하 규모로, 기본 운영비도 확보 못 하는 곳이 많다.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우선 4인 이하나 개인 디자이너 등 영세업계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1000개 기업 선정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기업이 참여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공공디자인 영역의 아이디어와 DDP 디자인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아이템 등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코로나19가 재단 운영에도 영향을 미쳤을 텐데.
- “올해 DDP 대관 행사가 60여 개 정도 취소됐고, 재단의 수입도 상당히 줄었다. 긴축 예산을 하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디자인계에도 많은 과제와 도전할 거리도 안겨줬다. 국내 디자인 관련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과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논의하고 있다.”
- DDP 디자인스토어는 어떤 곳인가.
- “서울을 방문한 누군가가 만약 쇼핑할 시간이 한 두시간밖에 없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주려고 준비한 곳이 DDP 디자인스토어다. 생활용품과 액세서리, 문구 등 서울의 우수한 디자인, 공예 상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줄 계획이다. 도예·유리·가죽·금속·섬유 등 공예 분야의 내로라하는 작가의 작품부터 현대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상품까지 다룬다.”
최 대표는 “DDP가 디자인 콘텐트 최고의 메카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며 “지난해부터 공예 장인 40여 명에게 기획을 의뢰해 상품을 준비해왔고, 올해는 청년 디자이너와 대학생들의 참신한 디자인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해 제1회 휴먼시티 디자인어워드가 크게 주목받았는데.
- “단지 상을 주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사람 중심의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서울의 디자인 철학을 국제적으로 천명하고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사다. 현재 전 세계 5대륙 오피니언 리더들이 랜선으로 회의하며 어워드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확산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
- K-디자인의 과제가 있다면.
- “디자인은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게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불편함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시대가 추구하는 정신, 그 가치도 담아낸다. 공공 영역의 디자인은 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공동체 의식까지 반영한다. 저는 K-디자인의 미래가 바로 이를 포함한 콘텐트, 즉 품격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업계, 학계의 최고 전문가들과 협업해 디자인계를 지원하고 디자인 생태계를 구축해야하는 이유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