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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선수협회, "선수 동의 없는 임금삭감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2차 이사회 모습. [사진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지난 6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2차 이사회 모습. [사진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선수들의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은 절대 반대다.”

프로연맹은 "코로나 고통분담 차원, 강제성 없다"

이근호(울산 현대)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이 10일 선수협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수가 11경기 줄고, 두 달 넘게 무관중 경기가 치러졌다. 구단 수입이 줄면서, 선수들 임금 삭감이 이슈가 됐다. 선수협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4월부터 대화를 나눴지만, 양측의 평행선은 이어지고 있다.

선수협 주장에 대해 이종권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선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연봉 삭감을 취할 계획은 없다. 이미 두 차례 K리그 대표자회의에서 공유되고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팀장은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구단손실이 발생했고 관련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에게 전가시키려는게 아니라 고통 분담과 상생을 위해 조금이나마 동참해달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등록선수 743명 중 기본급인 3600만원 이하를 받는 26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77명에 대해 연봉 중 3600만원 초과분의 일정비율을 감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선수협은 “연맹이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해야하고 일방적인 행보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선수 임금삭감이 각 구단의 재정손실 감소에 얼마 만큼 영향을 끼치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받지 못했다. 전체 팀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근거도 없이 연봉삭감에 동참하라고 한다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민감한 경영자료를 제외한 손실추정액 총액과 평균을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프로연맹이 개막 이전에 집계한 각 구단의 손실추정치 합계는 576억원이다. 일각에서는 피해손실액 책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맹은 무관중 경기로 인한 입장수익 손실만 따져도 12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선수협이 선수들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협은 가입선수가 715명이라고 밝혔다. 선수가 구단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이사진을 제외한 가입선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선수협은 FIFRO(국제축구선수협회) 정회원으로 현안을 주고 받는 정식 단체라는 입장이다.

프로연맹은 선수협과 논의를 중단하고, 이달 중 각 팀 주장급과 연봉삭감 관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구단마다 입장수입, 운영비, 각종 수당 등 사정이 다 다르다. 선수들 입장만 놓고보면 코로나19 중단기간에도 훈련을 계속해왔다. A팀 관계자는 “구단 수입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연봉삭감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몇몇 팀만 동의해 시행된다면 선수단 사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봉삭감은 남은 4개월분 급여의 10~15% 정도로 하고 해당금액을 기부하자는 안 등이 나오고 있다. 연맹은 간담회 이후 이사회 결의로 연봉감액안을 권고하는 절차를 고려 중이다. K리그에서 상생과 협력 모델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반면 이근호 선수협 회장은 지난 6일 선수협 2차 이사회에서 “몇몇 선수에게 임금 삭감을 강요하거나 기부하라는 식의 압박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강력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축구 관계자는 “연봉삭감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되면 안된다. 각 구단이 구체적인 손실액을 제시하고 선수들과 대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선수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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