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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걱정 시작…배추·파프리카·상추 등 안오른게 없다

중앙일보

입력

긴 장마가 지속되면서 농산물 가격 폭등이 전망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시민들이 채소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긴 장마가 지속되면서 농산물 가격 폭등이 전망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시민들이 채소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채소는 평소보다 별로 신선하지 않고 조금 비싸지만 하는 수 없죠. 과일도 장마 때문에 맛도 떨어지고 가격도 더 비쌀 것 같아서 일부러 수입 과일만 골랐어요.”

[현장점검]

1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이정아(54) 씨는 채소와 과일을 담은 카트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이 고른 알배기(1봉 3480원)를 들어 보이며 “이것도 평소엔 3000원 초반이었는데 3500원 선까지 올랐다”고 했다.

이날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40대 주부 김 모 씨도 시금치 상태를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뿌리에 물기가 있으면 짓물러진다”면서 뿌리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에이, 이것도 그러네. 이것 보세요. 시금치 뿌리가 썩으려고 하잖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엔 2000원 돈인데 이렇게 비싸졌다”면서 3880원짜리 시금치 1봉을 카트에 담았다. “상태가 안 좋고 비싸~.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예요. ”라면서다.

지금보다 앞으로를 걱정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아내와 함께 마트에 온 한 70대 남성은 “지금은 미리 출하된 재고가 있지만, 다음주엔 재고도 없어지고 팔 물량이 없을 것”이라며 “보통 장마가 끝나고 나면 수급이 어려워지니까 가격이 급등하는데 다음 주엔 많이 비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매가 본격 상승은 13일부터"

10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이정아(54) 씨의 장바구니. 1봉에 3000원 초반이던 알배기는 3500원 가까이 됐다. 긴 장마 탓에 당도가 걱정돼 과일은 일부러 수입 과일만 골랐다. 추인영 기자

10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이정아(54) 씨의 장바구니. 1봉에 3000원 초반이던 알배기는 3500원 가까이 됐다. 긴 장마 탓에 당도가 걱정돼 과일은 일부러 수입 과일만 골랐다. 추인영 기자

최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도 비상이다. 장마 탓에 출하가 차질을 빚으며 도매가는 일찌감치 급등했고, 소비자 가격에도 벌써 일부 반영되기 시작했다.

10일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배추(특) 10㎏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1만7333원으로 전주보다 11% 올랐고 전년 동기에 비해선 89% 비싸졌다. 배추 얼갈이(상) 4㎏ 1상자와 쌈배추(상) 1㎏ 1상자 가격도 일주일새 각각 40%, 20% 올랐다. 전년 동기 기준으로 한 상승률은 각각 56%, 72%에 달한다.

이 같은 상승분은 소매가격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배추 한 포기는 지난 3일 4280원에서 10일 4780원으로 일주일새 11.7% 올랐고, 상추(150g)도 이 기간 2880원에서 3680원으로 27.8% 상승했다. 이 기간 파프리카 가격은 16.9% 올랐고 깐마늘과 대파도 각각 6.1%, 7.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추·배추·파프리카…안 오른 게 없네
문제는 상승세가 여기에 그치진 않을 거란 점이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는 일반적으로 목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간 가격 변동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에 주말 상황이 현재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는 목요일인 13일부터 최근 집중호우 상황이 반영돼 잎채소 위주로 가격이 15~20%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는 산지 확대나 대체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는 경기도 이천이나 여주 등에서 매입했던 채소류를 비 피해가 작은 충남 논산ㆍ금산ㆍ충주, 경남 밀양, 전북 완주 등에서 매입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상추류와 모둠쌈 등을 공급해온 경기 용인 지역 농가가 비 피해를 보자 충남 금산 및 경기도 광주 지역으로 산지를 대체했다.

복숭아 등 일부 과일은 내림세  

롯데마트가 일조량 부족으로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는 장마철에도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기술'을 통해 맛과 신선도를 보장한 수박. CA 저장은 온도와 습도, 산소 농도 등을 각 과일의 품종에 알맞게 조절하는 첨단 기술이다. 연합뉴스

롯데마트가 일조량 부족으로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는 장마철에도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기술'을 통해 맛과 신선도를 보장한 수박. CA 저장은 온도와 습도, 산소 농도 등을 각 과일의 품종에 알맞게 조절하는 첨단 기술이다. 연합뉴스

반면 일부 과일은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다. 장마로 당도가 떨어지는 등 품질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보통 수확 일주일 전이 과일의 당도 형성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이때 비가 많이 오면 과일이 수분을 많이 흡수하게 돼 당도가 떨어진다. 실제 이날 수박 10㎏ 1상자(특) 가락동 도매가격은 전날보다 1% 떨어지며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복숭아도 품종에 따라 많게는 전날보다 27%까지 가격이 내려가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이에 따라 장마 전에 수확해 첨단 저장기술을 활용한 창고에서 보관한 수박을 200t가량 준비해 이달부터 판매 중이다. 이마트도 공기는 통과시키고 습기는 막아주는 특수 섬유인 타이벡을 과수 아래 설치해 재배한 ‘타이벡 복숭아’를 지난 6일부터 3주간 약 70t 판매한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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