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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유리구두 향한 시선부터 다르다 고정관념 벗어난 신데렐라

중앙일보

입력

학생기자단이 장미 정원에서 카메라를 응시했다. 김승연 학생기자가 가장 좋아한 장소다.

학생기자단이 장미 정원에서 카메라를 응시했다. 김승연 학생기자가 가장 좋아한 장소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답니다." '신데렐라(프랑스 동화작가 샤를 페로가 쓴 동명 원작, 1697)' 하면 떠오르는 노래죠. 계모에 대한 불합리한 인식, 새 언니를 향한 부정적 고정관념이 그대로 담긴 노래는 현대적 시각에선 그다지 반갑지 않아요. 신데렐라가 마냥 기다리다가 요정 대모를 만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 단번에 왕자를 만나 노력 없이 신분 상승을 했다고 해석되는 내용도 오늘날의 관점에선 무리가 있죠. 신데렐라를 둘러싼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전시 '신데렐라 유니버스'가 여러분을 찾았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회화·조각 전시에 색다른 진열방식을 도입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치미술 등의 방식으로 신데렐라를 다시 알아보자는 전시예요. 신데렐라 이야기를 따라가되 불합리한 내용은 문구·그림 등으로 지적하는 구성이죠. 사진 찍는 것, 동화 읽는 것을 좋아하는 김승연 학생기자·이주영 학생모델이 서울 강남 K현대미술관을 찾았습니다.

김우미(왼쪽)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학생기자단. 김 도슨트는 이날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서 도슨트로 데뷔했다. 이 날이 관객 대상 첫 설명인 셈이다.

김우미(왼쪽)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학생기자단. 김 도슨트는 이날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서 도슨트로 데뷔했다. 이 날이 관객 대상 첫 설명인 셈이다.

"여러분 또래 김우미 도슨트가 여러분을 위해 주로 설명할 겁니다." K현대미술관 입구에서 김다빈 큐레이터가 학생기자단을 반기며 김우미 도슨트를 소개했죠. 김 큐레이터는 K현대미술관에서 인턴부터 시작, 정식 큐레이터가 된 담당자로 학생기자단을 위해 시간을 냈죠. 김우미 도슨트는 영국 대학교를 다니던 중 K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김 도슨트에 따르면, 나이는 19세로 학생기자단과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눈높이 맞춤 설명을 하려 나선 거예요. 김 큐레이터와 김 도슨트를 따라 전시장에 들어간 학생기자단의 눈앞에 처음 펼쳐진 건요. '사랑' 등을 주제로 한 붉은색 벽면입니다. 이성 간의 사랑뿐 아니라 꿈, 스스로 등에 대한 포괄적 사랑을 의미해요. 벽면을 지나 김승연 학생기자의 두 눈을 끈 건 신데렐라의 정원을 묘사한 설치물이에요. 천장에서 내려오는 흐드러진 꽃, 허공에 걸린 나뭇가지는 자신을 사랑하고 동물 친구들을 돌본 신데렐라가 능력껏 가꾼 정원을 드러내죠.

신데렐라가 가꾼 장미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장미 정원'.

신데렐라가 가꾼 장미 정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장미 정원'.

관람객에게도 인기가 높던 장미 정원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발걸음을 옮길까요. 신데렐라의 고난을 상징한 눈물을 묘사한 작품 '빗방울(Rain Drop, 서명수)'을 지나 빗자루·생쥐(오후 7시의 빗자루, 오지현)를 넘으면요. "원한다면 용기를 내, 떨어질까 봐 무서워하지 마. 기회를 잡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하며 신데렐라가 절치부심한 내용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문구가 벽면에 적혀 있죠. 사진을 찰칵찰칵 찍으면 요정 대모가 신데렐라의 옷을 만드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여행#인간'(Journey#Human, 차재영 작가) 작품이 나와요. 오랜 세월 신데렐라가 사랑받은 비결을 어린 시절 '히어로(hero·영웅)'을 기다리던 마음을 드러낸 요정 대모와 신데렐라의 관계성에서 해석한 작품이죠.

이주영(왼쪽) 학생모델과 김승연 학생기자가 신데렐라가 흘리는 눈물을 형상화한 작품 '빗방울'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이루기 전 고민하는 신데렐라의 마음에 동화한 듯 포즈를 취했다.

이주영(왼쪽) 학생모델과 김승연 학생기자가 신데렐라가 흘리는 눈물을 형상화한 작품 '빗방울'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이루기 전 고민하는 신데렐라의 마음에 동화한 듯 포즈를 취했다.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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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데렐라 유니버스 전시의 특징은 신데렐라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라고 말했죠. 이를 증명하듯 전시 벽면에는 관람객을 독려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요. "절대 뒤돌아보지 마. 만약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주우러 돌아갔다면 그는 절대 공주가 되지 못했을 거야" 등의 문구는 기존에 신데렐라를 수동적 존재, 왕자를 기다리는 인물 등으로 묘사했던 것과 다르죠. 같은 상황에 능동성을 부여해 신데렐라 자의적 선택으로 왕자를 따라오게 만들었다는 상상까지 해낼 수 있게 합니다. 신데렐라의 모든 행동이 그가 원하던 꿈을 이루는 발판이었다는 주장인 셈이죠.

학생기자단이 신데렐라를 돕는 쥐, 빗자루, 바퀴 등을 토대로 만든 작품 '오후 7의 빗자루'를 관람하고 있다.

학생기자단이 신데렐라를 돕는 쥐, 빗자루, 바퀴 등을 토대로 만든 작품 '오후 7의 빗자루'를 관람하고 있다.

"기회가 왔을 때 도망가지 마. 행운은 스스로 누릴 자격이 있는 이에게만 주어지니까" "마음이 아무리 아파도 계속 믿는다면 네가 바라는 꿈은 이뤄질 거야" 같은 문구도 마찬가지예요. 신데렐라가 자신을 찾는 이들이 왔을 때 용감하게 모습을 드러내 기존에 자신을 억누르던 것에 도전한 것은 현대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건데요. K현대미술관 학예팀은 구박받는 신데렐라 모습에서 우리 현실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바쁘고 지친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와 당시의 신데렐라가 고난을 겪었던 것은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이죠. 동서양에서 많은 재해석이 있지만 신데렐라를 수동적으로만 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게 학예팀의 주장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신데렐라의 다양한 면모를 재발굴함으로써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거예요.

 신데렐라가 탄 리본 마차를 형상화한 작품.

신데렐라가 탄 리본 마차를 형상화한 작품.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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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린 작가는 21세기 신데렐라가 입을 법하다며 만들어낸 반짝이는 상의 '히로인(Heroine·여걸)'을 통해 학예팀의 의견을 뒷받침합니다. 윤 작가에 따르면, 이 동화는 부당한 학대·시련에도 주인공 신데렐라가 고난을 극복하고 신분 상승하는 이야기죠. 그는 "흔히 여성이 수동적 입장서 남성의 보호를 받는 성역할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신데렐라가 비판 대상이 되었다"며 "우울이 찾아오면 주인공은 세상과 단절돼 작은 방에서 눈물로 버티곤 하는데 속상함·무기력은 세상에서 투명하게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된다"고 투명하지만 빛나는 상의를 만든 이유를 설명해요. "투명한 꽃들은 저마다 불빛을 뿜으며 빛나는 주인공으로 보여진다"는 게 윤 작가의 설명이죠.

21세기 신데렐라가 있는 벽면 앞에 선 학생기자단과 김다빈(맨 오른쪽) 큐레이터, 김 도슨트.

21세기 신데렐라가 있는 벽면 앞에 선 학생기자단과 김다빈(맨 오른쪽) 큐레이터, 김 도슨트.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는 신데렐라 이야기 속에 있는 폭력적인 압박(폭압)에 대한 저항에 주목했죠. 의존의 상징인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 '더 이상은 아니야(No More)' 글귀를 적어 21세기용 신데렐라를 그려냈어요. 자유로운 복장을 입은 신데렐라는 현대의 독립성·자유의지를 설명한다는 게 레오다브 작가의 설명인데요. 학생기자단은 21세기 신데렐라가 있는 벽면 앞에 서서 큐레이터·도슨트와 사진을 촬영했죠. "좀 무서운데 멋있어요."(김승연) "특이해요."(이주영) 자유의지를 옷·장식 등으로 드러낸 '새로운 신데렐라'를 향한 학생기자단의 총평입니다. 사진으로 전시를 본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소중 홈페이지(sojoong.joins.com) 자유게시판에 자유롭게 남겨 보세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승연(서울 신동초 4) 학생기자, 이주영(서울 녹천초 6) 학생모델

신데렐라 유니버스전

기존에 있던 유명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신데렐라 유니버스 주제에 맞춰 보수해 전시한 작품. 신데렐라가 꿈을 이루는 모습과 과정을 각각 나비와 고치에 빗대 표현했다.

기존에 있던 유명 크리에이터의 작품을 신데렐라 유니버스 주제에 맞춰 보수해 전시한 작품. 신데렐라가 꿈을 이루는 모습과 과정을 각각 나비와 고치에 빗대 표현했다.

기간: 8월 30일(일요일)까지
장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7 K현대미술관
관람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오후 6시 입장 마감)
입장요금: 초등학생 1만원, 중·고생 1만2000원, 성인 1만5000원, 미취학 아동 8000원

소중 전시 이벤트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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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8월 12일(수) 자정까지 ‘신데렐라 유니버스’ 전시를 보고 싶은 이유와 신청자의 정보(이름·학교·학년, 연락 가능한 e메일 주소 필수)를 적어 소중 자유게시판에 남겨주세요. 정성껏 작성한 당첨자에게 13일(목) e메일 회신을 드립니다. 이때 반드시 초대권을 받을 주소를 보내주세요. 전시 종료 직전에는 초대권 발송 불가능합니다.
인원: 1명(1인 2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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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서울 신동초 4) 학생기자
평소 동화책으로만 보던 신데렐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그중 쇼핑백이 많이 있었던 전시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신데렐라가 새엄마·언니들에게 받았던 구박을 쇼핑으로 풀지 않았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거든요. 저는 신데렐라가 착하고 검소하며 부지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신데렐라도 내면에 강렬한 감정을 숨기고 있었을 거라는 상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당장 구박받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전시를 통해 신데렐라가 힘든 일도 묵묵히 해냈다는 걸 알았죠. 그걸 다 없애고 부정적 상징으로만 기억되는 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장 계단에도 아름다운 작품들이 있어서 걸어 다녀 보니 제가 21세기 신데렐라가 된 느낌이었어요. 재미있는 전시라 가족들과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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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서울 녹천초 6) 학생모델
처음 입구에서부터 동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으로 현대판 신데렐라를 느낄 수 있었으며 많은 작품들과 그림을 보아 즐거웠어요. 특히 "따뜻한 마음씨는 큰 힘을 갖고 있어. 늘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잊지 마" 글귀를 보면서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래 진로 등을 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6학년이 되니 친구들과 나누는 고민 주제도 심오해졌죠. 이런 고민을 안고 본 전시라 그런지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좀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시를 보며 사진을 많이 찍으니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친누나 생각도 나서 어머니·누나랑 또 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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