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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탄수화물 식단으로 다이어트하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81)

올바른 식단을 하면 체중이 정상적으로 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좋아지고 혈액순환도 개선되며 몸이 가벼우면서 정신도 맑아진다. [사진 pexels]

올바른 식단을 하면 체중이 정상적으로 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좋아지고 혈액순환도 개선되며 몸이 가벼우면서 정신도 맑아진다. [사진 pexels]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이다. 사실 다이어트라는 영어의 뜻 자체는 올바른 식단을 하겠다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체중 감량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면이 있다. 올바른 식단을 하면 체중이 정상적으로 될 뿐만 아니라 면역력도 좋아지고 혈액순환도 개선되며 몸이 가벼우면서 정신도 맑아진다.

반면 잘못된 식단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면 기운이 안 나 힘들어하고 피부가 폭삭 늙었다고 하고 변비로 고생하며 식욕을 억지로 참다가 폭발해서 마구 먹게 되고, 탈모가 생기고, 건강이 더 나빠지며, 예민해지기도 한다. 올바른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을 할 때 가장 많이 들어본 부분 중의 하나가 탄수화물일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탄수화물에 대해서 알아보자.

탄수화물은 어릴 때부터 필수영양소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쌀, 밀이 탄수화물이다. 농경민족이 정착하게 된 계기도 탄수화물 덕이었고, 백 년 전만 해도 밥 한 끼 먹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즐비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탄수화물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부터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탄수화물 전체라기보다는 당분과의 전쟁이어야 하는데 탄수화물마저 도매급으로 함께 취급당하고 있다. 탄수화물이라는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쌀, 밀이 탄수화물이다. 그런데,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부터 탄수화물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중앙포토]

전 세계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쌀, 밀이 탄수화물이다. 그런데,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부터 탄수화물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중앙포토]

논문을 쓸 것도 아닌데 탄수화물을 단당류, 과당, 포도당 같은 것으로 설명하거나, 화학기호를 나열하는 건 별로 의미 없는 일이다. 당뇨 환자에게 설명하는 GI수치는 그나마 전달이 편안한 분류인데 숫자가 나오면 괜히 어려워진다. 그런 학술적인 것을 참고해 간단하게 분류해 전달하기 편하게 하면 빨리 흡수되는 탄수화물과 천천히 흡수되는 탄수화물로 말하면 좋을 것 같다.

힘과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빨리 흡수되는 탄수화물이 큰 도움이 된다. 며칠을 굶은 상태라면 설탕이라도 먹어 빨리 흡수시켜서 힘을 내게 해야 한다.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당을 팍팍 쓰기 때문에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다. 뇌는 당분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기관이다. 정신노동 강도가 강할수록 머리에서 당이 빨리 떨어진다. 그래서 뇌에서 당이 떨어지면 온몸이 빨리 당을 보충해 달라고 난리가 난다. 손이 덜덜 떨리고, 집중이 안 되면서, 초조하고 불안해 화도 잘 나게 된다. 초콜릿 한 조각만 먹어도 금세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안정된다.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몸과 뇌의 회복을 빨리 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양날의 검이 된다. 빨리 흡수되는 당은 효율은 빠르지만 자칫 의존성향을 만들게 된다. 조금만 힘들어도 과자, 빵과 초콜릿에 손을 가게 한다. 또 빨리 흡수되기 때문에 혈관 속의 당분의 양, 즉 혈당을 급격하게 높인다. 급히 올라가면 떨어지는 것도 빠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나면 4시간쯤 뒤에나 당이 떨어지는 것을 느껴서 허기지는 것이 평균이다. 빠른 당 위주로 식사하면 혈당이 올랐다 떨어지는 것이 1시간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다시 당을 보충하게 되고 또 먹고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의 시스템이 망가져 버린다. 당 조절이 안 되면서 당분만 소모하는 몸으로 바뀌는 것이다.

주식으로 먹던 탄수화물의 종류가 예전에는 통곡식이었다. 도정하는 기술이 뛰어나지 않아 하얀 쌀, 고운 밀가루로 만드는 것이 더 돈이 많이 든다면, 굳이 빻아서 껍질을 제거하지 않을 것이다. 통곡물은 느린 당에 속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통곡밥을 먹기 힘들어졌다. 도정해서 미리 쌀겨를 완전히 벗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오래 씹어야 하고 맛이 없기 때문에 외면받은 이유도 있다. 흰 쌀밥이 훨씬 맛있기는 하지만, 모든 채식에서의 영양분은 껍질에 몰려있다. 그러니 하얀 쌀밥과 고운 밀가루는 당분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빠른 당에 속하게 된다.

주식으로 먹는다는 뜻은 그만큼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식단일 것인데, 주식마저 빠른 당으로 변해서 나쁜 쪽이 되었다. 천연적인 당이 이런데 하물며 첨가하는 당은 어떻겠는가. 생활에서 빠른 당에 해당하는 것을 나열해보자.

웬만한 음식에 다 들어가는 설탕은 빠른 당에 속한다. 설탕은 쌀보다 훨씬 빨리 흡수된다. [사진 pxhere]

웬만한 음식에 다 들어가는 설탕은 빠른 당에 속한다. 설탕은 쌀보다 훨씬 빨리 흡수된다. [사진 pxhere]

누구나 알 듯 설탕은 빠른 당에 속한다. 설탕은 쌀보다 훨씬 빨리 흡수된다. 설탕은 웬만한 음식에 들어가는 편이다. 특히 외식으로 식당에서 식사한다면 (특수한 경우를 빼놓고는) 과량의 설탕에 노출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탄수화물을 이야기할 때 놓치기 쉬운 것이 소스다. 뭔가에 뿌리고 바르고 찍어 먹는 소스. 이 소스 안에는 설탕이 많이, 아주 많이 들어간다. 요리할 때 맛을 내기 위한 정도의 설탕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분에 너무 많이 노출되다 보니 단맛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 버렸다. 웬만큼의 단맛은 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외식요리에는 당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십분 양보해서 음식으로 먹는 설탕 정도는 양보했다 치자. 문제는 식품첨가물로 알려진 첨가당과 MSG 등이다.

어떤 식당의 사장님께서 당뇨에 걸려서 치료받으러 오셨다. 식단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당뇨를 발생시키는 당성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식품첨가물을 말하니 갑자기 발끈하시는 것이다. 이 분의 논리는 이랬다.

“원장님, 식사를 맛있게 많이 먹어야 좋은 거지요? 현실적으로 식당에서 설탕이랑 첨가물 그리고 MSG를 안 넣고 어떻게 맛있게 해요? 그것을 안 넣으면 맛 없어서 안 먹어요. 그러면 넣어서 맛있게 먹도록 하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

식당도 크게 하고 다른 곳에 컨설팅도 자주 한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시니 다른 식당은 어쩔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설탕은 밥에 비해서는 빠른 당이지만, 액상 과당에 비하면 양반이다. 식품첨가물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이름도 어려운 당들은 정말 빠른 당이다. 이런 당에 계속 노출되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가 허물어지고, 피가 탁하고 끈적해져 순환이 안 되고, 면역력이 나빠져 온갖 면역계 질환에 걸린다. 살이 찌는 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누구라도 질병에 걸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식품첨가물과 과당 같은 정말 빠른 당은 마트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빵, 과자, 아이스크림, 소스, 수프…. 이름만 들어도 단맛이 상상이 되면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그런 것들이다. 가끔 무가당, 무설탕 표기가 있는 제품을 사면서 안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무설탕은 설탕을 안 넣었다는 것일 뿐 다른 첨가당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무가당 역시 첨가당을 안 넣었다는 뜻이지 당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식품첨가물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것 중의 하나가 청량음료와 아이스크림이다. 설탕에 탄산과 차가운 온도가 만나면 단맛을 인지하기 어렵다. 청량음료 한 캔 정도 분량 안에는 대략 각설탕 15개 정도의 당이 들어있는 편이다. 거기다 지방까지 더하면 더 어렵다. 아이스크림은 어마어마한 설탕을 차가움과 지방으로 미각을 눈가림한 것이다.

과일 속의 당은 천연당이긴 하지만, 다이어트나 면역 관련한 질병 치료를 할 때는 빼도록 지도하는 편이다. 특히나 요즘의 과일은 종을 개량하면서 당도를 어마하게 올려놓았다. 특히 과일을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당분을 급격하게 끌어올린다. 그래서 단맛이 당길 때는 소량 먹는 정도로 조절한다.

정리해 보면 하얀 쌀밥, 흰 밀가루로 만든 빵·면·떡, 그리고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과자·아이스크림·청량음료와 외식할 때 소스류, 국과 탕 찌개류를 피하고, 과일을 줄여준다.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느린 당에는 통곡물과 뿌리, 열매채소가 있다. [사진 pexels]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느린 당에는 통곡물과 뿌리, 열매채소가 있다. [사진 pexels]

그러면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느린 당은 어떤 것이 있을까? 통곡물은 좋다. 현미를 비롯한 껍질이 남아 있는 것이면 좋겠다. 100% 현미가 부담스러우면 조금 도정한 것으로 먹어 소화도 좋게 하면 되겠다. 각종 채소의 탄수화물도 있다. 고구마나 호박, 버섯 등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이다. 여러 뿌리나 열매채소에도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다. 과일을 먹는다면 껍질째 먹어서 당분만 들어오는 것을 천천히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얼마나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남는다. 사람마다 상황과 목표가 다르니까 구체적인 수치나 그램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대략 3개월 내 체중의 5%를 줄이고 싶은 사람은 저녁 식사 때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10% 이상을 감량하고 싶다면 하루 세끼 기준에서 두 끼의 탄수화물을 조절한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닌 대회 같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체지방율을 10% 이내로 만들고 싶다면 전체 식단에서 탄수화물을 10% 이하로 만들기까지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탄수화물 양이 식단의 55% 정도라고 하니 어느 정도로 줄여야 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탄수화물을 알고서 조심해 먹자는 것이지 비인간적일 정도로 죄악시하고 싶지 않다. 가족과 친구의 생일날에 케이크 한 조각 나눠 먹고, 친구와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와 튀김에 소스도 먹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내 몸의 상태와 목표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하자는 이야기다.

지금 제시하는 식단은 면역식단이다. 한의사로서 면역계 질환을 많이 치료하고 있는데 비염같이 비교적 치료하기 쉬운 알레르기 질환부터 베체트나 루푸스 같은 무거운 자가면역질환까지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여러 질환을 치료하면서 느끼는 점은, 잘못된 생활습관을 방치하니까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생활습관은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먹고, 자고, 움직이고, 일하고, 감정을 가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 사는 것은 한 편으로는 뻔하다. 그러니 식단, 수면, 운동, 하는 일, 스트레스를 조절하면 웬만한 생활습관을 다 컨트롤하는 것이 되고, 그런 생활습관만 잘 조절하면 질병도 훨씬 빨리 낫게 된다는 것을 치료하면서 느낀다.

식단, 수면, 운동, 일, 스트레스 모두가 중요한 것들이지만, 이 중에서 가장 실천하기 쉽고 단기간에 효과가 나며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식단이다. [사진 pexels]

식단, 수면, 운동, 일, 스트레스 모두가 중요한 것들이지만, 이 중에서 가장 실천하기 쉽고 단기간에 효과가 나며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식단이다. [사진 pexels]

식단, 수면, 운동, 일, 스트레스 모두가 중요하지만, 이중에서 가장 실천하기 쉽고 단기간에 효과가 나며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식단이다. 조금의 상식만 알고 있으면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가릴 수 있고, 안 좋은 음식은 참고, 좋은 음식은 가까이하면 되는 것이다.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머지 것은 의지도 더 강해야 하거나(운동), 의지로 되지 않거나(불면증) 실천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직업을 바꾸거나, 스트레스 조절하는 것). 그러니 복잡하게 여러 가지를 바꿔야 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식단 하나만 바꾸면서 치료하면 되는 다이어트 치료는 타 질환보다 비교적 간단한 편에 속한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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