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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강물 다 끌어모아도 못채워…싼샤댐 얼마나 크길래 이 난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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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옷을 입은 채 담배를 물고 하염없이 강을 바라보는 이 남자.

영화 '스틸라이프'의 한 장면.

영화 '스틸라이프'의 한 장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16년 전 집을 나간 아내를 찾아 이곳으로 온 남자. 그러나 아내를 찾기란 쉽지 않고, 생계가 막막한 그는 급한 대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댐을 짓기 위해 건물을 부수는 일을 하게 된 거죠.

영화 '스틸라이프'의 남자가 황망히 바라보는 곳, '싼샤댐(三峽, Three Gorges Dam)'이 지어진 자립니다. 얼마 전부터 뉴스에 계속 오르내리는 바로 그 댐이죠.

싼샤댐 방류 모습. [신화=연합뉴스]

싼샤댐 방류 모습. [신화=연합뉴스]

최근 중국 관련 뉴스 중에선 '틱톡' '화웨이' 만큼이나 주목받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폭우'죠.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집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싼샤댐 붕괴설'인데요. 계속 수위가 높아져 댐이 붕괴할 경우 상상을 넘어서는 재앙이 닥칠 거란 우려가 쏟아집니다. 이재민만 수 억명에 달할 거란 경고도 나오죠.

이 싼샤댐, 대체 얼마나 크기에 또 얼마나 많은 물을 가두고 있기에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걸까요.

싼샤(三峽, 삼협)는 세 개의 협곡을 뜻하는 말입니다. 중국 양쯔강(장강) 주류에 있는 세 개의 협곡을 총칭하죠. '장강삼협'은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손꼽혔던 곳인데, 유구한 중국 역사의 고고한 이야기들을 간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삼협 하류에 건설된 게 싼샤댐이고요.

싼샤댐 방류 모습. [신화=연합뉴스]

싼샤댐 방류 모습. [신화=연합뉴스]

스펙을 한 번 읊어볼까요?

댐의 높이 185m, 폭 2309m, 너비 135m입니다. 최고 수위는 175m고요. 최대 저수량은 390억t으로 한반도 전체 강물을 합친 것의 2배 정돕니다. 일본 전체의 담수량과 비슷하고요. 랭킹이 궁금하죠? 높이(세계 6위)나 저수량(세계 5위)으로도 세계 최대 규모지만, 전력 생산량이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시설인 거죠.

이렇게 어마어마하니 공사가 보통 일이었겠습니까. 싼샤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댐의 안전성, 환경 파괴 등 우려되는 일이 무지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 이후 중국 최대의 공사' '현대판 만리장성'이라 불린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습니다. 250억 달러(약 30조원) 넘는 돈을 들여 1994년부터 짓기 시작, 2008년에 완공해냈죠.

이 과정에서 눈물짓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댐을 만들려면 물을 가둘 공간이 필요하니 사람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무려 22개 도시, 1700여개 마을이 물에 잠겼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은 2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침수된 유적지만 1300여 곳. 삼국지 관련 유적들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 지역이 삼국지의 배경이거든요.

중국 안후이성에서 홍수 피해로 침수된 건물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에서 홍수 피해로 침수된 건물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이걸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싼샤댐 건설을 밀어붙인 이유는 뭐였을까요? 

중국 지도자들에겐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는 일, 즉 '치수(治水)가 무척 중요했는데요. 특히 양쯔강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강이면서도 홍수가 나면 애먹이는 것으로 유명했죠. 중국이 '운하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물 관리에 능숙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싼샤댐 건설 역시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 역시 있었죠. 강을 이용해 드넓은 땅을 자유자재로 쓰고 싶은 목표가 가장 컸습니다. 물길을 제대로만 낸다면, 강을 이용한 수송이 육로 수송보다 훨씬 효율적이거든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고요.

기대했던 일만 일어났으면 좋았으련만. 완공하자마자 미세한 균열이 수천 개 관찰되는 등 안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주변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요. 싼샤댐 주변에는 늘 안개가 자욱하고,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바닥에 쌓여 녹조 역시 지속되고 있거든요.

지난달 28일 중국 안후이성에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임시 제방을 건설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중국 안후이성에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임시 제방을 건설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그러다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기록적인 폭우가 계속되면서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나사(NASA)는 싼샤댐에 갇힌 어마어마한 물 때문에 지구의 자전축이 움직일 수 있단 예측을 내놓았을 정도인데요. 이런 예측보다 무서운 건 앞서 말씀드린 '붕괴설'입니다. 민심이 동요하고 있거든요. 중국 정부는 '붕괴설'을 막느라 진땀을 빼고 있죠.

영화 '스틸라이프'의 한 장면.

영화 '스틸라이프'의 한 장면.

문제는 양쯔강 상류에 이달 중순까지 또다시 큰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가 내려졌단 겁니다. 싼샤댐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하류에 있는 도시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점은 뻔합니다. 난징(850만명), 우한(1100만명) 등 큰 도시들도 직격탄을 맞게 되죠.

영화 '스틸라이프'의 주인공 한산밍은 정든 동료들을 잃고 쓸쓸히 살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먹먹하죠. 그래도 남자는 몸을 다치거나 가진 것 모두를 잃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싼샤댐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여러모로 피해를 보는 건 그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겠죠. 싼샤댐 소식에 더욱 마음이 쓰이는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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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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