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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현직 직원, 중국에 빼돌리려던 최신 OLED 기술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패널이 들어가는 갤럭시Z플립(왼쪽)과 갤럭시폴드. [뉴스1]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패널이 들어가는 갤럭시Z플립(왼쪽)과 갤럭시폴드. [뉴스1]

연구개발비만 100억원 이상 들어간 삼성의 최신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을 중국 기업에 넘기려 했던 일당이 검찰 수사로 꼬리를 잡혔다. 지난 7일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엄희준)는 삼성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 김모씨 등 3명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 협력업체 대표 A씨 등 두 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100억원 들여 자체 개발한 OLED 패널 접착 기술  

9일 수원지검과 삼성 쪽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 등이 중국에 유출하려 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은 투명접착제(OCR) 공정이다. 중소형 OLED 패널에 유리 덮개(커버 글라스)를 정교하게 접착하는 '후(後) 공정' 조립 작업으로 패널에 얇은 층(레이어)을 덧씌워 디스플레이 표면을 보호하고 강도·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이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라미네이션 장비'라고 부른다. 쉽게 생각하면 미용 목적으로 하는 치과의 라미네이트 시술과 유사하다.

OLED 패널 조립 과정에서 잉크젯 OCR공정을 사용하는 예시. 자료: 하이투자증권

OLED 패널 조립 과정에서 잉크젯 OCR공정을 사용하는 예시. 자료: 하이투자증권

3년 전 삼성디스플레이는 100억원 이상을 들여 잉크젯(분사형식) 기반 'OCR 라미네이션 장비'를 개발했다. 잉크젯 OCR 방식은 기존에 썼던 투명테이프(OCA) 대신에 액체잉크 형태의 투명 접착체로 OLED 패널과 유리 덮개를 붙이는 기술이다. 원하는 곳에 잉크를 뿌리면 되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기존 공정(OCA) 대비 10% 수준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월부터 해당 장비를 베트남 등지에 있는 OLED 패널 후공정 조립라인에 본격 도입하려 했다. 시제품은 이미 몇 차례 만들었고, 기술 난도가 높은 폴더블폰용 OLED 패널 후공정에도 적용할 계획이었다.

장비 협력업체와 짜고 전현직 엔지니어들이 유출 시도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내 엔지니어에 대한 낮은 처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투명접착제 장비 사양(스펙)을 유출한 삼성 직원들은 국내 장비업체 대표와 동업 관계를 맺고, 중국 업체에 관련 기술을 매각하려 했다. 이 과정에 연루된 삼성 소속 엔지니어 두 명은 국내 장비업체에서 차명 지분을 받았고, 나중에 이 회사 임원으로 이직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은 국내 엔지니어들에게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고연봉과 거주비·교육비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며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있다. 올 5월 한 국내 채용 사이트에는 “중국에서 근무할 65인치 대형 OLED 패널 10년 이상 경력자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급여는 1억원 이상, 입사 후 맡을 직무로는 패널 설계, 공장 수율 향상까지 포함됐다.

지난 5월 국내 한 채용사이트에 게시된 해외 유명 디스플레이 업체의 채용공고 화면.

지난 5월 국내 한 채용사이트에 게시된 해외 유명 디스플레이 업체의 채용공고 화면.

수원지검 관계자는 "핵심 정보를 중국 업체에 넘기기 전에 수사를 벌여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이번 사건 수사 대상에는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직 수석 연구원도 포함돼 있지만, 귀국하지 않아 기소중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원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업체로부터 기술 유출 지시를 받았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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