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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고 물병도 못 들었다" 성공 복귀한 발레리나 김리회

중앙일보

입력

김리회가 공연했던 지젤의 한 장면. [사진 국립발레단]

김리회가 공연했던 지젤의 한 장면. [사진 국립발레단]

“손 힘이 다 빠져서 물병도 들 수 없었고 휴대전화도 떨어뜨릴 정도였어요.” 김리회(33)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17개월 된 딸이 있다. 출산 직후 그는 온 몸의 근력이 약해져 발레를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섯 살에 발레를 시작했다. 임신 2개월에도 무대에 올랐고 출산 2주 전까지도 발레단에 나와 토슈즈를 신고 운동했다. “어려서부터 발레를 쉰 적이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20년 넘게 쓰면서 근육이 유난히 예민해졌던 탓인지 출산 직후에 온 몸에 힘이 다 빠졌다”고 했다. “매일 울었다. 발레 정말 포기해야겠구나 하고.” 김리회는 지난달 인터뷰 때도 당시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리회는 국립발레단 사상 유일하게 출산 후 무대로 복귀한 수석무용수다. 2019년 1월 출산 후 같은 해 7월 ‘백조의 호수’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렇게 되기까지 수없이 비참했다고 한다.

“아이 낳고 한달 정도 절망적으로 보냈다. 그 후에 발레 때문이 아니고 일상생활을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 감각 키우는 것부터 했다. 하루에 10분, 3일 후엔 15분씩 걸었다. “실크 떨어뜨리면 바람에 날아가듯이 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무너졌다.” 발레는 아예 포기한 채 조금씩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몸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좋아졌다.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던 것 같다.” 몇개월 후부터는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놀아줄 때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아이를 안고 스쿼트 하거나 밥 먹일 때도 서서 발레 동작을 하며 먹이는 식이다. 그렇게 6개월 만에 무대의 주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출산 전에는 운동하는 시간을 일부러 내서 했다면 지금은 일상 모든 시간이 운동 시간이다. “아이가 너무 예뻐 아침마다 집에 놓고 나오는 게 슬프지만 이렇게 발레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좋다. 춤을 못 췄다면 그게 진짜 힘들었을 거다.”

김리회는 어린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던 발레리나다. 영재 코스를 거쳐 2006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했을 때는 18세 4개월 최연소 단원으로 기록되며 화제가 됐다. “출산을 경험한 발레리나 선배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다만 강수진 단장님이 외국에서 본 동료들의 사례를 참고해 많이 도와주셨다.”

출산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발레리나 김리회. [발레리나와홈트를 캡처]

출산 후유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발레리나 김리회. [발레리나와홈트를 캡처]

이제는 그가 후배들을 격려한다. “후배 발레리나들이 많이 와서 질문한다. 아기 낳아도 정말 할 수 있겠느냐고.” 김리회는 이제 확신에 차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얘기해준다. 임신과 출산을 하고 쉬면 몸이 굳지만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국립발레단에는 출산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8명의 또 다른 발레리나가 있다.

김리회는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발레리나와 홈트를’ 동영상 시리즈에서 아이를 낳고 근력을 회복하는 운동법, 육아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는 부모를 위한 스트레칭 팁을 알려준다. 손목과 팔목의 통증을 줄이는 방법도 포함됐다. “절망 속에서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이대로는 아이를 안아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아이 안고하는 운동을 이렇게 생각해냈다.” 김리회의 운동법은 중앙일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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