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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단속 오류' 논란…‘플리커’ 못 잡는 경찰 카메라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5일 A씨의 차량(오른쪽 흰색 차량)이 적색 신호등이 켜졌을 때 횡단보도를 지나는 장면이 경찰 단속 캠코더에 잡혔다. 실제로는 적색등이 켜져있지만 경찰이 찍은 영상에는 신호등이 깜빡이는 상태로 보인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난달 5일 A씨의 차량(오른쪽 흰색 차량)이 적색 신호등이 켜졌을 때 횡단보도를 지나는 장면이 경찰 단속 캠코더에 잡혔다. 실제로는 적색등이 켜져있지만 경찰이 찍은 영상에는 신호등이 깜빡이는 상태로 보인다. [인천지방경찰청]

A씨는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보낸 신호 위반 사실 통지 및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를 받았다. 9일 전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 신호위반을 했으니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5점을 받거나 과태료 7만원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자신이 신호위반을 한 적 없다고 생각한 A씨는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 차량이 마트 주차장을 나와 횡단보도 앞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신호등의 적색등은 깜빡이는 상태였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적색 신호에 차량을 운행한 것이 아니라 적색 점멸등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지났다고 주장했다.

A씨가 항의하자 경찰은 적색 신호에 찍힌 당시 현장 영상 캡처 사진을 제시했다. 캡처 사진에는 적색등이 켜져 있었다. A씨는 다시 인천 남동경찰서에 연락해 단속 영상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A씨를 응대한 경찰관은 단속 영상을 찍은 경찰관은 아니었다. 단속 사실관계를 인지하지 못한 해당 경찰관은 단속 영상을 확인한 뒤 “영상에서 점멸등으로 보인다. 원래 적색등이었는데 일시적으로 고장 나 점멸등인 상태라 잘못 단속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플리커(명멸) 현상' 결론

지난달 말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사연을 소개해 논란이 일었다. 인천 남동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경찰 조치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재차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기존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경찰이 A씨 차량을 단속했던 장소에서 다시 캠코더로 신호등이 보이게 촬영했다. 그 결과 실제로는 적색등이 켜졌는데도 깜빡거리는 상태로 나타났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난달 28일 경찰이 A씨 차량을 단속했던 장소에서 다시 캠코더로 신호등이 보이게 촬영했다. 그 결과 실제로는 적색등이 켜졌는데도 깜빡거리는 상태로 나타났다. [인천지방경찰청]

경찰은 단속 장소에서 카메라 여러 개로 해당 신호등을 다시 촬영했다. 적색등이 켜져 있는 상태인데도 카메라에는 적색등이 깜빡거리는 것으로 녹화됐다. 녹화 영상에서 적색등이 깜박거리는 주기도 카메라마다 모두 달랐다. 교통정보센터 신호기록을 확인한 결과 당시 신호기도 정상작동한 상태였다. 결국 실제와 달리 화면상에 나타나는 영상이 깜박이는 것처럼 보이는 일명 '플리커(Flicker·명멸)' 현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 문제 아니냐” 지적엔

경찰이 A씨의 차량 단속에 사용한 캠코더. [인천지방경찰청]

경찰이 A씨의 차량 단속에 사용한 캠코더. [인천지방경찰청]

플리커 현상이 부른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플리커 현상과 관련해 단속 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민은 인천 남동서 게시판에 “차후 플리커 현상으로 인해 사진 캡처본은 증거능력이 없으니 동영상 원본을 보존해야 할 테고 신호기 등을 다 교체할 수 없으니 카메라 녹화 프레임을 조정해 촬영해야 증거능력이 있을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교통 단속 시 사용한 캠코더가 1초에 24장의 사진을 보여주는 프레임보다 낮다면 명멸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카메라 셔터속도가 LED 신호등이 꺼졌다가 켜지는 속도와 일치하면 플리커 현상이 일어난다”며 “셔터 속도를 수동으로 설정해 주기를 다르게 하면 플리커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플리커 현상 논란과 별개로 새로운 캠코더를 경찰청에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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