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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령 부모 모시는 자녀 돕는 해외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37)  

세상에는 두 가지 제품이 있다. 하나는 나 자신을 위해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제품이다. 다른 하나는 타인을 위해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다. 오늘 소개할 시니어비즈 제품과 서비스는 두 번째에 속하는 것들로 부모 돌봄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들이다. 최근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가족보다는 전문요양보호사가 시니어를 돌보는 일을 전담하고 있으나, 가족에 의한 비공식적인 돌봄은 여전히 시니어 돌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요양보험의 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가 필요할 만큼 몸이 많이 불편한 경우는 전체 고령층의 약 9%에 불과하다. 그 외 91%는 스스로 생활할 수 있거나, 가족들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는 고령층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앞으로 필요한 가족돌봄제공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질레트의 ‘트레오’ 면도기 

질레트 트레오 면도기. [사진 질레트 홈페이지]

질레트 트레오 면도기. [사진 질레트 홈페이지]

아들이 나이든 아버지를 위해 면도를 해드리고 싶을 때, 보통 어떤 면도기를 사용할까? 2020년 2월 면도기 회사 질레트는 세계 최초로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면도해 줄 때 쓸 수 있는 면도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해 혼자서 면도를 할 수 없는 고령 남성을 위해 아들이나 딸이 대신 면도를 해줄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었다.

면도날은 상처가 나거나 다치지 않도록 좀 더 안정적 면도날을 사용했고, 면도 중 면도날의 막힘 현상이 없도록 면도날 사이에 홈을 만들어 개방성을 확보했다. 손잡이는 기존의 면도기와 달리 페인트브러쉬처럼 검지손가락을 중심으로 보호자가 쉽게 제어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이다. 또한 손잡이에는 물이 필요 없는 특수 면도젤이 들어 있어 상처 없이 면도가 가능하다.

사용 후 면도날은 분리 제거하고 새로운 면도날로 교체가 가능해 손잡이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래 광고를 보면 95세 아버지를 위해 면도를 해주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면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딸도 고령의 아버지를 위해 면도를 해 줄 수 있도록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가격은 미국의 경우 4개의 면도날과 손잡이 한 세트에 8달러(약 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직은 한국에는 판매되고 있지 않아 아쉽다.

경험 공유 소셜 미디어 ‘위즈도’

자신의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면 그 분야 전문가 또는 경험자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동일한 관심분야에 있는 전문가 또는 경험자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사진 위즈도 홈페이지]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동일한 관심분야에 있는 전문가 또는 경험자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사진 위즈도 홈페이지]

위즈도(Wisdo)는 2015년에 설립된 소셜 미디어 회사로 대학진학, 외로움, 스트레스, 부모 돌봄, 인종차별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상호 간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여러 관심 분야 중 고령의 부모를 돌보고 있는 자녀들이 서로의 경험과 어려움 등을 나누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돌봄(caregiving)’에만 2020년 8월 2일 현재 3400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길을 걸으면서, 버스를 타면서도 부모 돌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나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고,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위즈도는 각 관심 분야별 전문상담가도 참여해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기 때문에 한 달에 8000원, 1년은 5만3000원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 가입비를 내고 참여하면 24시간 언제든지 관련된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소셜 미디어와 달리 개인 간 메시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같은 전통적 소셜 미디어 사이트와 같이 자신의 경험이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는다. 위즈도는 돌봄 제공자를 위한 제품은 아니지만, ICT 기술을 활용한 소셜 미디어 방식의 혁신적 접근방식으로 뛰어난 접근성을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장인용 지원서비스 ‘토치라이트’

돌봄 관련 조언과 도움을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 토치라이트. [사진 토치라이트 홈페이지]

돌봄 관련 조언과 도움을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 토치라이트. [사진 토치라이트 홈페이지]

2011년에 설립된 토치라이트(Torchlight)는 자녀나 부모를 돌보는 직장인에게 돌봄 관련 조언과 도움을 제공해주는 기술기반 플랫폼 회사다. 미국의 경우 직장인의 81%가 부모 돌봄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모 돌봄이 직장 내 생산성과 근속 기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직장인은 일을 하면서 부모님의 이사, 병원예약, 요양서비스 선택 등 다양한 돌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토치라이트는 온라인을 통해 직장인을 위한 돌봄 전략 및 솔루션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토치라이트는 고용주와의 협약을 통해 근로자지원프로그램또는 건강보험 형태로 근로자에게 공급된다. 근로자의 부모부양 의무가 근로 생산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비즈니스의 중요한 위험요소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치라이트는 상담을 진행한 다음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24시간 관련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추가로 미국 내 전문가들과 실시간 화상회의 등을 통해 직장인이 부모를 돌보면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근로자 지원프로그램 범위도 자녀 양육뿐만 아니라 부모 부양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니어 비즈니스의 소비자도 고령층에서 부모를 돌보는 가족구성원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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