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로 실종된 공무원의 가족이 폭우가 쏟아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누군가 무리하게 인공 수초섬 고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전 차량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증거로 들면서다.
실종된 춘천시청 이모(32) 주무관의 가족은 8일 오전 경강교 인근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주무관이 사고 당일인 6일 차 안에서 수초섬 관리 민간 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군가와 '네,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다고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말은 정황상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듣고 전달한 것이라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사고 당일 차량 블랙박스에는 이 주무관이 "저 휴가 중인데 어디에 일하러 간다", "중도 선착장 가는 중이다"라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가족은 상사 등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대화라고 의심했다.
가족은 "자의적으로 나간 건 아닌 것 같다"며 "왜 휴가 중인 사람을 불러내서 투입했고 그 지시(수초섬 고정 작업)를 누가 내렸는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가족은 또 블랙박스에 이 주무관이 한숨을 쉬며 탄식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이 배에 오르기 몇분 전 혼잣말로 "미치겠네. 미치겠어", "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고 말한 뒤 흐느꼈다는 것이다.
가족은 "선착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기 전 '하트네'라고 했다"며 "하트는 인공 수초섬 하나밖에 없다. 인공 수초가 떠내려간다는 걸 듣고 왔을 텐데 왜 그런 표현을 했는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주무관 가족에 따르면 그는 사고 전날인 지난 5일에도 수초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함께 잠시 현장에 들렀다. 이 주무관이 도착했을 당시 업체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고 온 이 주무관은 아내에게 "계장님이 민간업체를 불러놨다.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은 이 주무관 음성이 포함된 블랙박스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시 자체적으로 어떤 법적 위반사항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하게 묻거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