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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실종 공무원, 수초섬 작업 전 "미치겠네" 흐느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서 경찰정 등 선박 3척의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전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뉴스1

지난 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서 경찰정 등 선박 3척의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전 의암호의 하트 모양의 인공 수초섬의 모습. 뉴스1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로 실종된 공무원의 가족이 폭우가 쏟아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누군가 무리하게 인공 수초섬 고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전 차량 블랙박스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증거로 들면서다.

실종된 춘천시청 이모(32) 주무관의 가족은 8일 오전 경강교 인근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주무관이 사고 당일인 6일 차 안에서 수초섬 관리 민간 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군가와 '네,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다고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오전은 나가지 말자고 하시거든요'라는 말은 정황상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듣고 전달한 것이라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사고 당일 차량 블랙박스에는 이 주무관이 "저 휴가 중인데 어디에 일하러 간다", "중도 선착장 가는 중이다"라고 말한 내용도 담겼다. 가족은 상사 등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대화라고 의심했다.

가족은 "자의적으로 나간 건 아닌 것 같다"며 "왜 휴가 중인 사람을 불러내서 투입했고 그 지시(수초섬 고정 작업)를 누가 내렸는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8일 강원 춘천시 남이섬 인근 북한강에서 의암호 전복 선박 실종자를 찾기 위해 보트가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강원 춘천시 남이섬 인근 북한강에서 의암호 전복 선박 실종자를 찾기 위해 보트가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은 또 블랙박스에 이 주무관이 한숨을 쉬며 탄식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이 배에 오르기 몇분 전 혼잣말로 "미치겠네. 미치겠어", "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고 말한 뒤 흐느꼈다는 것이다.

가족은 "선착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기 전 '하트네'라고 했다"며 "하트는 인공 수초섬 하나밖에 없다. 인공 수초가 떠내려간다는 걸 듣고 왔을 텐데 왜 그런 표현을 했는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 주무관 가족에 따르면 그는 사고 전날인 지난 5일에도 수초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함께 잠시 현장에 들렀다. 이 주무관이 도착했을 당시 업체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고 온 이 주무관은 아내에게 "계장님이 민간업체를 불러놨다.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 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에서 사고 경찰정이 발견돼 경찰이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 7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춘성대교 인근 북한강에서 사고 경찰정이 발견돼 경찰이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은 이 주무관 음성이 포함된 블랙박스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시 자체적으로 어떤 법적 위반사항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하게 묻거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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