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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째 모습 감춘 中 최고 지도부...“베이다이허 회의 공식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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롄펑산(聯峰山) 정상에 있는 비석에 베이다이허의 이름이 붉게 새겨져 있다. [중앙포토]

롄펑산(聯峰山) 정상에 있는 비석에 베이다이허의 이름이 붉게 새겨져 있다. [중앙포토]

중국 지도부가 엿새째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ㆍ중 갈등, 폭우 등 대내외 악재로 한 때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를 구실로 회의 인원을 축소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中 CCTV, 1~6일 시진핑 보도 영상 없어 # 리커창, 상무위원 5명 기사도 ‘전무’ # 허베이 당서기, 베이다이허 검문 강화 # 미국 대응 전략, 경제 회복 방안에 방점 # 회의서 시 주석 내부 반발 직면 가능성도

중화권 복수의 매체들은 6일 공산당 지도부가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둬웨이(多維)는 “지난 1일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언론에서 사라졌다”며 “이는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베이다이허 회의에 들어간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베이성에 위치한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3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중앙DB]

허베이성에 위치한 베이다이허는 베이징에서 3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중앙DB]

실제 중국 관영 CCTV의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文聯報)의 시 주석 관련 보도는 ‘네팔 수교 65주년 축전’(1일), ‘디지털 경제 구축 가속화 지시’(4일), ‘레바논 폭발 사고 희생자 조의’(5일), ‘14차 5개년 계획 편성 지시’(6일)가 전부다. 하루 평균 2~3건의 회의와 동정 보도가 나온 것에 비해 이례적이다.

5건의 보도 영상엔 시 주석의 모습도 등장하지 않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리잔수ㆍ왕양ㆍ왕후닝ㆍ자오러지ㆍ한정 등 정치국 상무위원의 동정도 모두 사라졌다.

온라인매체 홍콩01은 왕둥펑(王東峰) 허베이(河北)성 당서기가 지난 6월 12~13일 베이다이허를 찾아 사전 답사하고 회의 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통상 7월에 시행됐으나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해 한 달 앞당겨 사전 준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 서기는 “치안업무 등을 보고 받고 정류장·부두·공항·호텔 등의 소독 조치와 외부인에 대한 검문검색 강화를 지시했다”고 한다.

2018년 8월 4일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중국 과학계 원로들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천시(사진 뒤 가운데) 중앙조직부장과 후춘화(오른쪽)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국 CCTV 캡처]

2018년 8월 4일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중국 과학계 원로들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천시(사진 뒤 가운데) 중앙조직부장과 후춘화(오른쪽)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국 CCTV 캡처]

통상 2주 가량 진행되는 회의엔 전문가들의 참석이 빠지지 않았다. 2018년에는 중국과학원 소속 과학자 등 62명의 전문가가 초청됐으나 올해는 아직 관련 소식이 흘러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13차 전인대 21차 회의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기로 돼 있어 베이다이허 회의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인대 회의에는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꼭 참석해야 한다.

이에 대해 둬웨이는 "2014년 리커창 총리 역시 회의 도중 윈난성 지진 현장을 다녀온 바 있다"며 "불가피할 경우 리 상임위원장만 일시적으로 빠지는 식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매년 8 월 초 현직 및 은퇴한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베이다이허를 방문해 당내 주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회의를 열어왔다. [둬웨이 캡쳐]

매년 8 월 초 현직 및 은퇴한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베이다이허를 방문해 당내 주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회의를 열어왔다. [둬웨이 캡쳐]

매년 8월 초 현직 및 은퇴한 중국 공산당 관리들은 베이다이허를 방문해 당내 주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비공식회의를 열어왔다. 중앙위원회나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와 같은 공식 회의는 아니지만 많은 중요한 결정이 여기서 나왔다.

지난해 회의를 마치고 시진핑 주석이 8월 20일 다시 공식석상에 등장한 뒤 홍콩과 접한 선전시에서 인민해방군의 진압훈련이 시작됐다. 홍콩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이 이때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이 내부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사이의 충돌이 갈수록 표면화되고 있어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연합]

시 주석은 중국이 빈곤 사회를 탈피했다고 강조했으나 리커창 총리는 지난 5월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구 6억 명이 한 달에 1000위안(17만원) 미만을 벌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중국 1, 2인자의 리더십이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공공연히 나왔다.

대만 롄허보(聯合報)는 홍콩 문제에 있어서도 두 사람의 대응책에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리커창과 왕양은 “폭력을 막고 혼돈을 억제하는 것이 첫번째”라는 입장인데 반해 시 주석은 무력 진압과 홍콩 밖 영주권자까지 보안법 적용 대상에 추가하는 매파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정점은 지난 달 31일 중국 베이더우(北斗) 글로벌 위성 항법 시스템 개통식에서 벌어졌다. 행사 진행을 맡은 류허 부총리가 참석자를 소개했다. 맨 처음 시 주석을 호명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시 주석이 많은 박수를 받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름을 불린 리 총리가 일어나 인사를 하려고 하자 류 부총리는 바로 다음 참석자를 호명했다. 머쓱해진 리 총리는 주춤하며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은 중국 전역에 CCTV 생방송을 통해 그대로 공개됐다. ‘고의적으로 굴욕감을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회의에서 악화되고 있는 미ㆍ중 관계 대응 전략, 중국 경제 회복 전략이 집중 논의되겠지만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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