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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국회대결 ‘전초전’···전북의회선 찬 11 반 22 '부결'

중앙일보

입력

"변태적 성욕까지 존중 대상이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이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이 전북도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찬성 측은 "인간은 어떤 이유로도 타인에 대해 차별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평등을 가장한 반인륜적 악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슈추적] #정의당 최영심, 도의회 지지 호소 #"어떤 이유로도 타인 차별 안 돼" #민주당 나인권 도의원 반대 주장 #

 전북도의회는 지난달 16일 열린 제374회 임시회에서 정의당 최영심 도의원(비례대표)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 6월 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법안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장애·나이·언어·출신 국가·인종·국적·피부색·용모·혼인 여부·임신·출산·종교 등 모든 영역의 차별을 금지·예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본법임에도 십수 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나인권(김제2) 도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다.

정의당 최영심 전북도의원(비례대표). [최영심 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나인권(김제2) 전북도의원. [사진 나인권 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찬성 11표, 반대 22표 지지안 부결 

 나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영화·드라마·웹툰 등 문화 산업계를 통해 동성애와 그 행위를 드라마틱하게 미화하고 친근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뿐만 아니라 변태적 성욕을 표출하는 수많은 음란한 수단과 방법을 성 정체성으로 묶어 성 소수자라며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바꾸려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학교 교육과정에 동성애 내용이 들어간다. 가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자녀가 부모를 고소할 수 있고 자녀 교육권이 박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무기명 표결 결과 찬성 11표, 반대 22표, 기권 3표로 건의안은 부결됐다. 정의당과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발했다. 11대 전북도의회 전체 의원 39명 중 36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보니 "민주당이 정의당을 힘으로 눌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소속 회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소속 회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힘으로 눌렀다" 지적도 

 정의당 전북도당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나인권 의원은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발언을 해야 할 의회에서 혐오 발언을 출처도 불분명한 가짜뉴스에 근거해 여과 없이 읽어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훼손하는 무서운 폭력임을 나 의원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며 "이런 행태야말로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전북 지역 3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이하 전북행동)도 지난달 29일 전북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건의안을 재가결하라"고 촉구했다. 전북행동은 "허위조작정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민주당은 가짜뉴스 유포에 대해 엄중히 징계하고, 나 의원은 도민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도의회는 헌법의 평등 이념과 원칙을 지키려는 건의안을 더는 미루지 말고 재가결해야 한다"고 했다.

전북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북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전북도의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북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북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전북도의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차별금지법, 근친상간 등 막을 명분 사라져"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북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북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은 반사회적·반인륜적·비도덕적 독소 조항이 들어간 '나쁜 법'"이라며 입법 저지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다자성애·수간(獸姦)·근친상간·동성결혼·다부다처 등의 합법화를 막을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며 "학교에선 동성애 옹호 교육을 막을 수 없고 군대 또한 동성애를 금지할 수 없는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법은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고, 건전한 성윤리와 도덕을 파괴하고, 헌법에 보장된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가 지난달 25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지역 사무실에서 간판에 낙서를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사진 정의당]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가 지난달 25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지역 사무실에서 간판에 낙서를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사진 정의당]

찬반 논란 가열…21대 국회 통과 여부 촉각 

 앞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한 보수 단체가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화정동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지역 사무실에 난입해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이들은 입구 간판에 욕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낙서를 하고 근무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20대 국회까지 찬반 논란 속에 입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진보 진영은 정의당을 중심으로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보수 진영도 "사활을 걸고 막겠다"고 맞서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지 주목된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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