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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 논설위원이 간다

“이재명, 친문과 너무 달라…독보적 후보 되면 화해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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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이낙연 흔든 아웃사이더 이재명의 질주, 둘의 승부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30일 수원 도청 청사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30일 수원 도청 청사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경기지사)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어느덧 이낙연(민주당 의원)의 독주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의원 25.6%, 이 지사 19.6%로 6% 포인트 차이를 나타냈다. 최근 다른 조사에선 4.0%, 7.2% 포인트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6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결이 이 지사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아웃사이더’ 이재명의 질주, 이를 보는 당내 시선은 어떨까. 또 이 의원과의 정면 승부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재명계·이낙연계·친문·당 중진 등 여러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먼저 이재명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4선) 의원을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재명, 이낙연에 6%P 차로 추격 #“인파이터 성향이 당과 잘 맞아” #이낙연 대표 되면 혼전 예상 많아 #의원들, 아직 둘 놓고 “더 관망”

정성호

정성호

여의도에서 이 지사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인연은.
“(나이는 내가 많지만) 제일 오래된 친구다. 같은 사법연수원 18기다. 연수원 때 학생운동을 한 친구들끼리 공부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 지사가 들어왔다. 그는 학생운동을 안 했지만, 같이 잘 어울렸다. 한 친구가 그의 문제의식이 독특하다며 ‘영입’했다. 변호사로 시민운동 할 때도 서로 도왔고 정치권 입문할 때도 의논했다.”
이재명은 어떤 정치인인가.
“현실주의자다. 이념적이라기보다 실사구시파고 법치주의자다. 내가 만난 법조인 중 가장 가난하게 자란 경우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그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급진적이고 과격하다는 평이 많다.
“강하게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는 것일 뿐이지 그 내용을 보면 이념적으로 과격한 일을 한 적이 없다.”
스스로 좌파라기보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자라는데.
“진보적인 가치를 실용적으로 실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가 지향하는 가치가 정의와 공정이다.”
얼마 전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로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는데.
“처음에 정무적 판단 미스가 있었던 것 같은데 빨리 철회한 거다.”
지지율이 왜 오른다고 보나.
“대법원 판결이라는 장애가 없어지면서 그 사람에 대한 기대가 표출되는 것 아니겠나. 지사 취임 이후 수사 과정에서 악재가 얼마나 많았나. 당내에서도 친문과 불편해 입지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지사로서 성과들과 추진력에 대한 기대가 이제 분출되는 것이라 본다.”
이 의원과의 경쟁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 오차범위 안팎에서 지지율이 형성되지 않겠나. 서로 올라가고 내려가고 부침이 있을 거다.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실력을 더 보여야 할 거고. 이낙연 의원은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지지율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이번엔 오랫동안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국회의원 A에게 물었다. 두 인사가 친문 출신은 아니어서인지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군데군데 느껴진다.

두 사람의 지지율 싸움이 어떨 거 같나.
“혼전 양상으로 갈 거다. 문재인 지지자들의 표를 받았던 이낙연 의원은 이제 오롯이 홀로서야 하는 과정에 있다. 실망도 있어 이탈표가 더 생길 거다. 이재명 지사는 정치적 공간이 넓어졌고 시간표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게 돼 좀 더 올라가지 않겠나. 그러면 지지율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 혼전을 벌일 거다.”
정치인 이재명을 어찌 보나. 친문들의 시선이랄까.
“너무 선명하다. 열혈 지지자나 적극 반대자를 동시에 만든다. 정치 언어나 발표하는 정책을 보면 확실히 관행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교과서 바깥이다. 이런 게 먹히는 건 코로나 덕이다. 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등 이 지사가 말하는 정책은 예전 같으면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에서 시간을 다 허비했을 텐데 지금은 큰 정부가 대세다 보니 그의 리더십이 시대와 맞는 것처럼 보인다.”
친문과 악연이 있는데 그 관계는 어떨 거 같나.
“각자 걸어왔던 역사적 경험 자체가 너무 달라 쉽지 않을 거다. 만약 그가 독보적인 후보가 된 이후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이개호

이개호

다른 친문 B의원은 “이 지사가 팬덤 정치에 능한데 그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어 걱정된다”며 “이낙연 의원의 경우 당 대표가 되면 시험대에 오르는 거다. 그의 행보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사실 (친문계에선) 대선 후보 검증 단계로 당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그걸 잘하면 대세론을 확실하게 작동시킬 수 있을 거다”라고 봤다.

이재명 리더십에 대해선 더 다양한 언급들이 나온다. 당의 한 중진 C의원은 “의제의 힘이 정치의 힘인데 이 지사는 탁월하다. 부동산 문제가 나올 때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로 치고나와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한다. 끊임없이 의제를 점검하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수도권 출신의 D의원은 “감각은 좋은데 편 가르기식 싸움을 너무 잘한다. 전선을 펼쳐 자기편을 만들고 그걸로 돌파해내는 능력은 탁월한데 대선까지 그렇게 가면 곤란하다는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이낙연과 이재명의 경쟁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더 등장했다. 다른 중진 E의원은 “지지율 조사를 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 이 의원을 따라잡은 게 아니라 이 의원이 떨어져 차이가 좁혀졌다. 최근 6% 포인트 차이가 났는데 그 정도 범위에서 경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충청권 출신 F의원은 “추세로 봐서 이 의원이 따라 잡힐 수도 있을 거다. 코로나 상황에서 이재명 리더십은 매력이 있다”며 “하지만 이미 제기된 욕설 문제 등이 있어 확장성에선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의 최측근인 이개호(3선) 의원은 “이낙연 의원은 현재 전당대회에 나가 후보로서 기능을 하고 있으니 어정쩡한 상황이다. 이슈가 가장 없는 사람이 이낙연이다. 만약 당 대표가 되면 본인의 목소리가 나올 거다. 그러면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총선 직후 40%까지 치솟았던 것은 이재명 지사의 대법원 판결 효과와 같은 것으로 지지율이 조정에 들어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 안정감과 진중함, 그리고 화해와 화합 등 이낙연 전 총리의 장점을 잘 지켜나가면서 이를 국민에게 알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원들은 그런 말을 많이 했다. 이런저런 평가를 하면서도 여전히 “관망세”라는 것. 즉 “의원들이 아직 어느 쪽에 맘을 정한 게 아니고 지켜보는 중”이란 거다. G의원은 “서로 장단점이 분명해 흔쾌히 마음이 한쪽에 가지 않는다”며 “두 분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봐야 하고 젊은 후보들도 나와  같이 경쟁하는 구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문의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론을 거론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만든 데 힘을 보탠 장본인이어서 그 역시 법원 판결의 족쇄만 풀린다면(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낙연·이재명과 경쟁해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 대표가 보는 이낙연·이재명 승부

정치컨설팅 ‘민’의 박 대표는 1991년 민을 설립해 30년 가까이 수많은 선거를 지켜봤다.

두 사람의 지지율 추이가 어떻게 될 거 같나.
“이낙연 의원이 지지율이 떨어진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지지율이 40%까지 올라간 것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서다. 얼마 전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을 여론조사 대상에 넣어서 조사하니 이 의원 쪽에 있던 중도 표가 좀 빠져나갔고, 이재명 지사가 대법원 판결의 족쇄를 벗어나면서 이 의원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다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의원은 호남대망론을 업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확 무너지지 않을 거다. 지역 기반이 없는 이 지사의 지지율은 윤석열 총장이 치고 올라올수록 빠질 수 있다. 이 지사 쪽에 있던 중도·보수표가 윤 총장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거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 요인은.
“밑바닥에 올라온 비주류에다 화끈하게 말하고 화끈하게 추진한다. 인파이터인 데다 의도적으로 문제를 야기시키려 한다. 도발하려는 사람이다. 민주당 성향에 잘 맞는다.”
이 의원은 시험대에 오른 건가.
“바둑을 얘기할 때 이창호·이세돌 정도면 일인자로 부른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1등을 하면 그냥 랭킹 1위라 한다. 3김은 일인자의 아우라가 있었지만 고건·반기문·김무성 등은 특정 시기에 그냥 지지율이 1등이었던 사람들이다. 다만 언급했듯 호남대망론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엔 너무 신중하다. ‘엄중 낙연’이라는 말까지 듣는데 실수를 안 하려는 게 너무 역력하다.”
대선 레이스를 보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친문들에게 ‘찐문 후보’가 없다. 호남과 동맹 관계인 민주당이 이 후보가 흔들릴 때 어떤 모습을 보일까 궁금하다. 또 586세대가 처음으로 전면에 나섰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신용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