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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양반의 불꽃놀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선유줄불놀이

선유줄불놀이

“낙화야!”

‘세계유산축전 경북’ 개막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에 모인 수천 명이 “낙화야!”를 외치자 낙동강 건너 부용대에서 시뻘건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동시에 만송정과 부용대를 이은 줄에서 불꽃 수만 개가 비처럼 타 내려갔고, 낙동강에는 ‘달걀불’이라 불리는 연등이 떠내려갔다. 조선 양반의 대표 레저 선유줄불놀이(사진)가 재현된 찰나다.

선유줄불놀이는 오늘까지 내려오는 양반의 민속놀이 중 가장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놀이의 의의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볼 만하다. 이 놀이는 세계에서 흔치 않은 불꽃놀이다. 서양의 불꽃놀이는 하늘을 향해 불꽃을 쏴 올리지만, 우리 선조는 강물에 불꽃을 떨어뜨렸다. 서애 류성룡이 줄불놀이를 즐겼다는 17세기 기록이 전하는 등 조선 시대에 널리 행해졌다.

이날 줄불놀이는 ‘세계유산축전 경북’ 개막식의 대표 행사로 재연됐다. ‘세계유산축전 경북’은 이름처럼 경북 지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열리는 축제다. 8월 한 달간 경북 안동, 경주, 영주에서 30여 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를테면 하회마을에선 줄불놀이와 경북의 세계유산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를 연다. 영주에선 부석사에 서린 전설을 춤으로 표현한 가무극 ‘선묘’가 공연되며, 경주 첨성대·월지 등에선 ‘세계유산 달빛기행’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국의 문화관광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는 마당에도 세계유산축전은 열린다. 그만큼 공들였고, 그만큼 알차다. 세계유산에 문화와 예술, 사람과 첨단기술을 입혔다. 이번 주말엔 사상 최초로 야간 개장을 결정했다는 도산서원을 가볼 참이다. 참, 선유줄불놀이는 이달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재현된다. 모두 하회마을 주민이 손수 준비한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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