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치솟는 코스피, 과열일까 극복일까…2300 돌파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가 사흘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지난주엔 2250을 돌파하더니 하루 잠깐 조정하고 상승해 2300을 돌파했다. 5일 종가 기준 지수는 2311.86, 6일엔 2341.61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점일뿐더러 지난해엔 본 적 없는 숫자다. 지수가 2300을 넘긴 건 2018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6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보고서를 쏟아냈다. 그들의 분석을 통해 ‘코스피 2300’의 의미를 진단해 본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한 6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0.75포인트(1.33%) 오른 2342.6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한 6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0.75포인트(1.33%) 오른 2342.61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고공행진 배경은?

"지금 코스피가 2300을 돌파했다는 것은 2018~2020년에 증시를 끌어내렸던 변수들이 모두 극복됐거나 그 이상의 호재를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코스피는 2019년부터 2250을 넘지 못했다. 2018년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2018~2019년엔 미·중 무역갈등이 있었다. 그러다 올해 초 2250을 잠시 넘어섰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3월 최저점(19일 1457.64)을 찍고 반등이 시작됐다. 처음엔 헬스케어, 그다음엔 IT·소프트웨어·필수소비재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성장주와 정책 수혜주가 나왔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업종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다"며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에 주목했다.

경제가 안 좋은데 지수는 왜 오를까

코로나19 유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경제성장 전망치는 발표될 때마다 낮아진다. 그런데 코스피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사상 최고치다(7월 말 기준 13.5).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PER이 높을수록 주가가 실적 대비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은 사상 최고치다. 그만큼 주가가 고평가됐단 뜻이다. 자료:신영증권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은 사상 최고치다. 그만큼 주가가 고평가됐단 뜻이다. 자료:신영증권

경제가 개선되지 않는데 주가가 오르는 걸 흔히 ‘펀더멘털(실물경제)과의 괴리’라 부른다. PER만 보면 지금이 그렇다. 하지만 다른 분석이 나온다. 하인환 연구원은 “펀더멘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한다. “앞으로 기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주식시장에선 펀더멘털이 개선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데 기업이익은 어떻게 증가할까. ‘양극화’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모두 평균으로서의 시장 밸류에이션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시장에는 아주 비싼 주식(언택트·바이오 관련)과 아주 싼 주식(전통적 경기민감주)만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타격을 입은 기업의 피해 규모에 비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 기회를 찾은 기업들의 이익 증가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이예신 연구원)”이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때와의 큰 차이가 있다. 이 연구원은 “금융위기 때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충격 강도와 회복 속도가 비슷했지만, 현재는 기업주체별로 회복속도 차별화가 뚜렷하다”고 설명한다.

기업이익도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의 20년간 흐름을 보면 상장사들로 경제전체의 이익이 집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 6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기업이익도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의 20년간 흐름을 보면 상장사들로 경제전체의 이익이 집중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 6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IT 버블급'은 아니지만…과열 우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에 과열이라 할 만한 지표들이 보인다고 지적한다.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다. 김 연구원은 “통상 이격도가 104%를 넘으면 매도 시점으로 분류하는데 코스닥은 이격도가 105.2%(4일 기준)”라는 점과 “스토캐스틱 가격 위치가 80% 이상인 경우 과매수 구간으로 해석하는데 코스피는 91.6%로 비교적 높고 코스닥(96.0%)은 나스닥(95.6%)보다도 과열됐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격도는 현재 주가와 20일 주가 평균선간의 괴리 정도를 나타낸다. 스토캐스틱은 일정 기간 최고가와 최저가의 거래범위 내에서 현재 가격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김 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의 IT 버블 당시와 비교했을 때 아직은 과매수 구간은 아니다”고 했다.

고공비행 계속할 수 있을까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화폐가치 하락에 당분간 개인 투자자금을 비롯한 풍부한 유동성의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며 “코로나 19의 2차 확산세가 진정되며 각국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이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봤다.

김학균 센터장은 “언택트·바이오 이외의 종목군이 언제 올라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3분기 경기 반등세가 중기적으로 이어져야 전통적 경기민감주들의 실적이 개선될 텐데, 채권시장 장기금리를 보면 아직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하다”고 봤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유동성 장세는 주식시장에 들어온 돈보다 주식 공급이 많아질 때 끝난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공개(IPO)가 늘어나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 장은 끝난다”고 했다. 다만 “올해 늘어난 주식 공급은 약 10조원, 유입된 개인 유동성은 60조원이니 아직은 유동성의 힘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박 연구원의 분석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