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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미니스커트도 있었다, 류호정 원피스로 본 옷 수난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에서 때아닌 복장 논란이 일었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나오자 일명 ‘TPO(시간ㆍ장소ㆍ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이슈원샷]

‘의원은 의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국회법 제25조에 나와 있는 국회의원의 복장 규정은 단 한 줄이지만 20여 년 전부터 복장 논란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일명 ‘빽바지’ 사건부터 ‘분홍원피스’ 논란까지 그동안 국회 내에서 벌어진 각종 복장 논란을 정리했습니다.

① 황산성 환경처 장관 ‘바지 정장’ 논란

1993년 3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3명의 여성장관 탄생을 축하하는 여성계 모임이 열렸다. 송정숙 보사부 장관(우), 황산성 환경처 장관(중), 권영자 정무2 장관(좌).

1993년 3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3명의 여성장관 탄생을 축하하는 여성계 모임이 열렸다. 송정숙 보사부 장관(우), 황산성 환경처 장관(중), 권영자 정무2 장관(좌).

1993년 11월 여성인 황산성 장관이 바지 정장 차림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업무보고에 나섰습니다. 황 장관이 답변 도중 바지에 손을 넣자 “여자가 바지 차림으로, 건방지게 손까지 넣었다”며 비판 여론이 들끓었죠. 황 장관은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를 꺼내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꼭 바지 정장 탓은 아니겠지만 황 장관은 한 달 뒤 경질됐습니다.

② 이미경 의원 ‘女 의원 바지 정장 입기 운동’

1996년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

1996년 10월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

1996년 15대 국회에 입성한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은 ‘여성 의원은 치마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바지 정장을 입고 등원했습니다. 이 의원은 동료 여성 의원들과 ‘여성 의원 바지 입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③ 유시민 국민개혁정당 의원 ‘빽바지’ 사건

고양 덕양갑 재선에서 당선한 유시민 개혁당 의원(左)이 2003년 4월 29일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등원해 선서를 하려 하자 일부 의원이 복장을 문제삼아 선서가 불발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고양 덕양갑 재선에서 당선한 유시민 개혁당 의원(左)이 2003년 4월 29일 캐주얼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에 등원해 선서를 하려 하자 일부 의원이 복장을 문제삼아 선서가 불발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유시민 국민개혁정당 의원이 2003년 4월 국회에 넥타이 매지 않고 회색 티셔츠와 남색 재킷, 흰색 면바지 입고 출석해 야유를 받은 사건입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퇴장해라“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니다“라고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까지 했습니다. 유 의원은 다음날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서야 의원 선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④ '두루마기' 입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2004년 7월 두루마기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우).

2004년 7월 두루마기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있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우).

긴 수염과 두루마기에 고무신까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복장입니다. 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이런 복장으로 양복 일색이던 정장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 의원 왼쪽에 앉아있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동자 출신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는데요, 그는 본회의에서 정장이 아닌 점퍼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⑤ 개량한복 입고 온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

열린우리당 홍미영

열린우리당 홍미영

17대 국회는 변화와 개혁의 움직임이 거셌습니다.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개원 첫날 개량한복을 입고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⑥ ‘보라색 미니스커트’ 입은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2012년 5월 30일 보라색 미니스커트 를 입고 의원 회관으로 들어가고 있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뉴스1

2012년 5월 30일 보라색 미니스커트 를 입고 의원 회관으로 들어가고 있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뉴스1

2001년 학생 운동을 시작해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의원직에 오른 김재연 의원은 19대 국회 등원 첫날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하이힐을 신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보라색은 통합당의 상징색이기도 했었는데요, 보수적인 국회 분위기상 무릎 위로 올라오는 치마 길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⑦ 2013년 6월 국회 ‘노타이’ 열풍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홍원 총리가 보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국무위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홍원 총리가 보고를 받고 있는 가운데 국무위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3년 국회에는 노타이 바람이 불었습니다. 1948년 국회 개원 이후 불문율이던 ‘정장+넥타이’ 차림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013년 6월 원전 파동으로 전력난이 심해지자 강창희 국회의장이 절전 운동 동참을 위해 노타이 복장을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⑧ 2013년 전통 모시 입은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2013년 6월 11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보령·서천)이 서천 한산보시축제를 알리기 위해 모시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등원했다.

2013년 6월 11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보령·서천)이 서천 한산보시축제를 알리기 위해 모시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등원했다.

2013년에는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전통 세모시를 홍보하겠다며 모시 한복 입고 본회의장에 등장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두루마기 차림으로 본회의장 들어온 건 강기갑 전 의원 이후 2년 만이었습니다.

⑨ 2020년 '분홍 원피스' 입은 정의당 류호정 정의당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참석했습니다. 정의당의 상징색인 노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였습니다. 일각에서 대학생 캠퍼스 룩 같다며 등원 복장으로는 부적절한 옷차림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류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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