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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할아버지 사망 후 알게 된 고모…상속 절차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99)

돌아가신 할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에 처음 보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저의 친고모나 숙부가 아니지만 사정상 호적에만 올려두었다는데, 지금이라도 가족관계등록부를 바꿀 수 있을까요. [사진 pxhere]

돌아가신 할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에 처음 보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저의 친고모나 숙부가 아니지만 사정상 호적에만 올려두었다는데, 지금이라도 가족관계등록부를 바꿀 수 있을까요. [사진 pxhere]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속절차를 진행하려고 하니 할아버지 가족관계등록부에 처음 보는 고모와 작은아버지 이름이 기재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가 없는 독자라고 알고 있어 상속절차에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습니다.

집안 어른에게 수소문해보니 저의 친고모나 숙부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6촌도 더 되는 친족인데,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당신의 호적에 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 그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고, 할아버지 상속절차는 꼬여버렸습니다. 이제라도 가족관계등록부를 사실대로 바꿔야 해요. 병석에 계신 아버지를 대신해 제가 가정법원에 고모와 숙부를 상대로 할아버지의 자녀가 아니라는 확인소송을 하면 될까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민법상 친족 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소송으로 특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어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원합의체 판결(2015므8351 사건)을 했습니다.

위 대법원 사건은 원고의 증조부인 망인이 2010년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의 포상 대상자로 결정받자, 망인의 외손자인 B씨가 소송 끝에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되면서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B씨의 어머니가 망인의 자녀가 아니라는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요.

이 사건의 1심은 B씨의 어머니가 망인의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하려면 나이가 가장 많은 손자녀여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증손자이고, 반면 독립유공자의 다른 손자녀가 생존해 있어 증손자인 원고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독립유공자 유족의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 즉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제기한 소송을 판단 없이 종료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보면 사례자는 할아버지의 상속인이 아니니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사례자의 아버지가 소를 제기해야합니다. [사진 flickr]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보면 사례자는 할아버지의 상속인이 아니니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사례자의 아버지가 소를 제기해야합니다. [사진 flickr]

위 사건 이전에는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므로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친생자 관계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 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가 주장하는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 등을 개별적으로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보면 사례자는 할아버지의 상속인이 아니니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사례자의 아버지가 소를 제기해야겠죠.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미 사망했으니 이런 경우에는 검사를 상대로 해야 하고, 할아버지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해야 한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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