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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검언유착? 검언유착조작?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월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한동훈 검사장 공모’빼고 ‘기자끼리 공모’기소 # KBS노조 ‘검언유착’오보에 ‘제3자 개입 조작의혹’고발

1.
꼬박 4개월이나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검언유착 사건이 여러모로 일단락됐습니다. 중앙지검이 5일 (한동훈 검사장은 빼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기자가 공모했다’는 내용으로 기소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4일 KBS 오보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5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KBS의 1노조와 3노조는 KBS오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시민단체 미디어연대는 MBC 관련 임직원을 같이 고발했습니다.

2.
오랫동안 복잡하게 진행돼왔는데, 몇가지 사실만 요약해보면..

-3월31일 MBC뉴스데스크 첫 보도.
(보도요지: 채널A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짜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조작하려고 협박성 취재를 공모했다)

-7월18일 KBS 9시 뉴스 보도.
(보도요지: 이 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총선에서 야당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 힘 실린다’ 얘기했고, 검사장은 ‘돕겠다’다며 기자를 격려했다)

-7월19일 이동재 기자측 녹취록 전문공개. 검찰도 KBS 보도내용 부인. KBS 9시 뉴스 사과방송.
(보도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했기에 사과합니다)

-7월24일 검찰 수사심의위 ‘한동훈 검사장 수사중단 불기소’권고.

3.
MBC가 처음 보도한 이후 친여권 각종 매체에서 앞을 다투어 검언유착을 폭로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가 완전 밀착해 구체적인 음모를 꾸민 듯했습니다.
여권의 핵심인물인 유시민을 범죄자로 몰아감으로써 다가온 4월 15일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게 만들고, 그 결과 한동훈 검사장의 후견인과 같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힘을 받아 추미애 법무장관을 물리친다...그럴듯한 시나리오였습니다.

4.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한 검사장과 이 기자가 나눈 20여분간의 대화 녹음파일이 완전히 공개됐는데, 공모라고 할만한 대화가 없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재경험으로 보자면, 이날 대화는, 이 기자가 유시민의 범죄가능성을 나름 확신하고서 한 검사장으로부터 뭔가 단서를 얻고자 이리저리 찔러보는 내용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오른팔이었던 한 검사장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열 팔 자르기’에 걸려 부산고검으로 쫓겨가 있던 상황입니다. 기자 입장에선 좋은 취재기회입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 있을 당시엔 만나기도 쉽지 않은 거물인데, 지방에 내려가 한적하고 울적해 할 때 찾아가면 반겨주니까요.

한 검사장은 대화 도중 자신을 좌천시킨 여권핵심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기자가 기대하던 신라젠이나 유시민 관련 수사기밀은 전혀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약속 있다며 대화를 끊고 자리를 뜹니다. 이후 별도의 만남과 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개된 대화록의 분위기는 이 기자의 취재실패입니다.

5.
그러니 수사심위원회는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한 것이죠. 중앙지검도 한 검사장은 빼고 ‘채널A 기자 두 명이  공모했다’는 궁색한 기소를 했습니다. 물론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는 했지만..

6.
마찬가지로 MBC와 KBS 기사는 오보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두 방송사의 오보는 그냥 오보로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KBS의 경우 노조에서,특히 기자들이 중심이 돼 내부고발에 나섰기에 간단치 않습니다. KBS에는 노조가 3곳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민노총 계열인 제2노조는 친정부 성향 탓인지 비교적 조용한데, 현정권에 비판적인 제1노조와 제3노조가 손잡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보도과정에서 외부의‘제3자’가 개입해 검언유착 의혹을 조작하기 위해 KBS를 이용했다는 주장입니다.

노조는 “기사작성 시스템을 들여다본 결과 이런 의문을 가질만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합니다. 제3자는 이번 사건 수사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법률 전문가라 추정합니다. 검찰고위간부 아니면 검찰출신 유력정치인 가능성이 높답니다. 암튼  ‘검언유착’이 아니라 ‘검언유착조작’이란 얘기입니다.

7.
진실이 드러나기까지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검언유착이든 권언유착이든..
모든 진실은 결국 법원에서 확인될 것입니다. 부디 법원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