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임미진
임미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임미진 폴인 팀장

임미진 폴인 팀장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에 디캠프가 문을 연 스타트업 지원 공간 프론트원. 개관 기념으로 열린 데모데이(투자자 대상 스타트업 설명회) 행사에선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40대 창업자들이 이끄는 3D프린팅 안경 브랜드 ‘브리즘’이 본선 발표에 나선 7개 팀 중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예선까지 140여개 기업이 응모한 치열한 경쟁이었다. 보통 20, 30대 창업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중년 창업가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2017년 창업한 브리즘은 다소 독특한 팀이다. 공동창업자는 셋인데, 모두가 40대 이상의 각 분야 전문가다. 이날 발표를 맡은 박형진 대표는 마흔여섯. 외국계 기업을 거쳐 안경 프랜차이즈와 루프탑 바를 창업한 경력이 있다. 나머지 멤버들도 각각 회계사 출신의 M&A 전문가(성우석 대표), 브랜드 컨설팅사 대표(김남희 이사)를 지낸 40대 베테랑이다.

창업 전후의 행보도 특이하다. 이들은 2017년 초 처음 만났다. “3D 프린팅으로 안경을 만들면 테의 착용감이나 악성 재고 같은 안경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바로 법인을 설립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조금씩 공부를 해나갔다. 1년의 시행착오 끝에 “기술은 이 정도면 됐다”고 판단한 2017년 말에야 법인을 세웠다.

노트북을 열며 8/5

노트북을 열며 8/5

창업 이후에도 매장을 바로 열지 않았다. 공유오피스 등에서 한두 달에 한 번씩 팝업 스토어를 열고 고객을 만났다.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상품을 다듬기 위해서였다. 정식 매장을 낸 건 2018년 12월. 박 대표는 “젊어서 사업할 때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매장을 열고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돈을 날리기도 했다”며 “사람을 보는 안목, 에너지를 가려 쓸 줄 아는 여유가 생긴 지금이 창업의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데모데이는 어느 때보다 창업가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갓 졸업한 20대 김현준 픽셀릭 대표가 하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한 60대 은사 김진우 교수와 같은 무대에서 경합하기도 했다. 임새롬 디캠프 팀장은 “스타트업 창업은 청년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갈수록 중장년층의 도전이 늘고 있다”며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미래는 보이지 않는데 다시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 같은 나이.”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가 지식플랫폼 폴인에서 40대 직장인을 코칭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라고 한다.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미국 한 연구팀은 270만명의 창업자를 조사한 뒤 “창업 성공률이 가장 높은 창업자의 연령대는 44~46세”라고 분석했다.

임미진 폴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