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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엔 임대주택 안된다"...공급대책 반기 들고나선 민주당 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합동 브리핑을 하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이 발표된 4일, 야당이 아닌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다.공급 물량의 상당수가 공공임대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되자 해당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내 지역은 안된다”고 반대하면서다.

이날 정부는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와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 용산 캠프킴 부지,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일대 등 신규택지를 발굴해 총 3만3000호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5년이면 전체 임차가구의 25%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 물량이 공공임대 주택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발표된 물량 중 공공분양·공공임대·민간분양이 각각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 지는 공표되지 않았다.

1만호로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태릉골프장 주변 노원 3인방(갑을병 지역구)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우원식 의원(노원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용진 국회의원, 김성환 국회의원,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함께 태릉골프장을 둘러보며 노원구민의 우려를 강력하게 전달한 바 있었지만 당초 정부 구상대로 1만호 건설로 발표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지역주민도 이용가능한 공원녹지 조성 ▶경춘선 BRT신설 등 교통대책 추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후속 조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유사한 입장을 지난달 30일 고용진 의원(노원갑)도 페이스북에 올렸고, 김성환 의원(노원병)도 해당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4일 신규택지 중 가장 큰 부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연합뉴스]

정부와 서울시가 공공 재건축 등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한 4일 신규택지 중 가장 큰 부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도 가세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저도 부동산 문제가 잘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과천시와 과천시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식의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정말 실망스럽고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대에 나선 의원들은 ‘소통부재’를 지적했다. 이소영(경기 의왕·과천) 민주당 의원은 “과천의 도시 기능과 정체성을 결정하게 될 중요한 정책을 발표함에 있어서 과천시, 과천시민과의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크나큰 아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정청래(마포을) 의원도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습니까? 이런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내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수도권 3선 의원은 “공급대책 발표 전부터 반대하고 다니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민심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발이 예상되자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는 당초 예정했던 공급대책 설명 순서를 생략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반기에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집의 노예’ 자화자찬 하루 만에 벌어지는 민주당 판 님비가 벌어지고 있다. 서민 위한다더니 내 집 앞 서민주택에는 결사반대하는 자기부정을 한다”며 “여론에 쫓겨 납기일 맞추듯 밀어붙이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대통령 공약이었고, 4·15 총선에선 민주당 공약이었다. 거기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을 같이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며 “당론에 따르지 않는 의원은 양념 범벅으로 만들어야지요. 금태섭 시즌 2”라는 글을 썼다.

박해리·김홍범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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