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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수퍼호박 생산 달인'이 해냈다···하늘 내린 '380kg 호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의령군 하늘내린농장에서 생산된 380㎏ 짜리 슈퍼 호박. 이 호박을 생산한 양재명(오른쪽) 백철숙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의령군

경남 의령군 하늘내린농장에서 생산된 380㎏ 짜리 슈퍼 호박. 이 호박을 생산한 양재명(오른쪽) 백철숙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의령군

경남 의령군에서 국내 처음으로 380㎏에 달하는 슈퍼호박이 생산돼 화제다. 경남 의령군 용덕면 ‘하늘내린농장’에 양재명·백철숙 대표가 지난 4월 씨앗을 뿌린 뒤 4개월 만에 키운 슈퍼호박 7개 중 하나다. 양 대표의 농장 비닐하우스에는 현재 200~380kg에 달하는 슈퍼호박 7개가 자라고 있는데 다음 달 중 출하할 때에는 가장 큰 호박이 400kg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의령 하늘내린농장에서 대형호박 7개 자라 #이 중 하나가 380kg, 나머지도 200~380kg 정도 #전직 호박 챔피언 양재명·백철숙 부부가 키워 #양 대표는 전국 박 챔피언 선발대회 3연패한 달인 #자신 기록 깨지자 다시 도전해 초대형호박 생산

양 대표는 슈퍼호박 생산의 달인으로 불린다. 2010~2012년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전국 박 챔피언 선발대회’에 82㎏, 101㎏, 100.3㎏의 호박을 잇달아 출품하며 3년 연속 대상을 받았다. 비공식 최고 기록은 2010년 생산한 113㎏(둘레 2m30㎝) 호박과 72㎏(둘레 1m40㎝) 수박이었다.

양 대표는 “호박 챔피언을 3연패 한 뒤 초대형 호박을 만드는 데 흥미를 잃었다. 더는 경쟁자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나태해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의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다시 슈퍼호박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2014년 9월 열린 박 챔피언 선발대회다. 이 대회에서 평창농업기술센터가 출품한 127㎏짜리 호박이 대상을 받으며 자신이 보유한 국내 최대 기록이 깨진 것이다.

슈퍼호박 비밀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양재명 대표. 하늘내린농장

슈퍼호박 비밀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양재명 대표. 하늘내린농장

이후 2015년부터 양 대표는 다시 슈퍼호박에 도전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또다시 양 대표의 도전정신을 돋우는 일이 생겼다. 자신이 슈퍼호박 기술을 전수한 전남의 한 농가에서 생산한 319㎏짜리 호박이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양 대표는 이후 유튜브 등을 통해 외국 슈퍼호박 사례 등을 연구하며 신기술을 배웠고 올해 이 기술을 접목해 슈퍼호박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그가 초대형 박과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2년부터다. 농촌진흥청 지원으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대형 호박·수박 생산농가를 견학한 게 계기였다. 곳곳에 걸려 있는 대형 호박을 보며 “우리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에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나 연구 결과가 전무해 기본정보를 얻기조차 쉽지 않았다. 양 대표는 외국 서적을 들여와 독학하고 농업기술센터와 시범재배를 하는 등 숱하게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10년 첫 결실을 봤다.

100㎏이 넘는 호박 하나를 생산하는 데 보통 100일이 걸린다. 4~5월에 심어 7~8월에 수확을 한다. 그만의 비법은 이렇다. 퇴비는 완숙퇴비를 쓴다. 소똥·볏짚·산야초 등을 혼합해 1년간 숙성시킨다. 종묘도 3~4년간 농사를 짓지 않은 밭에 심고, 일반 호박 400개를 수확할 수 있는 땅에 10개만 심는다.

또한 밭고랑은 어른 허리 높이만큼 깊게 판다. 땅속뿌리 부분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초제도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김매기를 하고 영양제도 2~3일마다 준다. 그러면 하루에 2~3㎏씩 몸집이 커진다. 대신 당도가 떨어져 식용보다는 관상용·장식용으로 쓴다. 용인 에버랜드 등 놀이시설과 각 지역의 호박·수박 축제에서 주로 찾는다.

슈퍼호박 비닐하우스에서 대형호박의 크기를 재보고 있는 양재명 대표. 하늘내린농장

슈퍼호박 비닐하우스에서 대형호박의 크기를 재보고 있는 양재명 대표. 하늘내린농장

양 대표는 “2015년부터 다시 슈퍼호박 생산에 도전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번번이 실패했는데 지난해 300㎏이 넘는 슈퍼호박이 생산되는 것을 보고 다시 심기일전해 도전했다가 이번에 성과가 났다”며 “유튜버 등을 통해 배운 신기술을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 호박과 수박 재배기술이 한층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박 챔피언 선발대회는 해마다 10월쯤 열리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아직 대회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의령=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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