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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작심 발언에 “이용훈 연상된다”…추미애, 답변할까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작성한 작심 발언 중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연상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불구속 재판 원칙을 확립, 형사사법 제도의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총장이 발언을 통해 향후 형사사법 체계 변화 과정에서 검찰 운영의 구상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 등을 통해서 ‘답변’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검사들 “향후 청사진 제시” 의견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이 전날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내놓은 발언 중 ‘불구속 수사 원칙의 철저 준수와 공판 중심의 수사구조 개편’ 부분을 두고 “크게 인상 받았다”는 검찰 내부 반응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법 제도의 변화에 대해 검찰이 가져야 할 정체성을 제시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통해서 수사 범위가 넓어진 경찰을 견제하는 등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는 취지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앞으로 어떻게 수사를 진행해야 할지 등 실무진들이 가져왔던 고민에 대해서 검찰총장이 하나의 청사진을 보여준 것 같다”며 “불구속 재판 원칙을 구현한 이 전 대법원장을 떠올리게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이용훈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이용훈, 불구속 재판 원칙 구현

이 전 대법원장은 임기 동안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장 기각률도 급증했고, 법원과 검찰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퇴임 이후에는 ‘법원을 국민의 인권 중시 방향으로 가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법원장 때와 같이 불구속 수사 원칙 등 향후 윤 총장의 검찰 운영에 따라서 형사사법 제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수사의 기본이 ‘불구속’으로 확립되고, 구속 수사가 신중해짐에 따라 영장 청구 등에 있어서 확연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법원장 때는 법원과 검찰과의 갈등 구도였다면 이번에는 검찰과 경찰의 대립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변호사 등 법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잖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다만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법원장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시대 또한 변화했다”며 “윤 총장의 불구속 수사 원칙 발언은 검찰의 ‘절제’를 강조한 것이지, 운영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윤석열에 답변할까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가운데 윤 총장이 작심 발언을 통해서 패러다임 변화의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이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답변 메시지를 보낼지가 주목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총장의 전날 발언에 대한 추 장관의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추 장관은 앞서 국회 및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민 통제’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 등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윤 총장의 발언에 어떠한 형태로든 답변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임박한 검찰 인사 발표가 답변의 형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법무부는 오는 6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고위 간부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원론적인 표현으로 발언했기 때문에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곧 단행될 검찰 인사를 통해 추 장관이 메시지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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