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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4명→48명 늘리자" 상고제도 개혁 총대멘 이탄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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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명수 대법원장과 13명 대법관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과 13명 대법관들 [뉴스1]

21대 국회에서 “상고심을 손보자”는 법안이 처음으로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시발점에서 반기를 들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손에서다. 이 의원은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48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 카드를 꺼냈다. 양승태 대법원이 내세운 상고법원 설치 안과 20대 국회의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설치법안과는 다른 방향이다.

왜 대법관 늘리기인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과거부터 꾸준히 나온 상고심 개편안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상고심에 올라가는 사건 수 자체를 줄이는 방향과 상고심을 심리할 대법관의 수를 늘리는 방향이다. 이 의원은 발의 배경으로 “대법관 1명당 인구수가 독일 65만명, 프랑스 58만명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370만명 정도”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들었다. 이 의원은 “대법관을 48명으로 늘리면 대법관 1명당 인구수가 108만명 수준으로 줄어 충실한 상고심 및 대법관 다양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운 기관을 설치하거나 현행 3심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는 ‘대법관 증원’이 가장 바람직한 카드라는 관점이다.

“현실성있을까”vs. “논의 시작일 뿐”

상고제도 개편 방안별 장단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고제도 개편 방안별 장단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법원에서는 이 의원의 ‘대법관 48명 안’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안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에 근무하는 한 현직 판사는 “지금도 대법원엔 빈 방이 2개뿐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대법관 1명당 2명의 판사가 담당한다고 봐도 현재 120~150명 안팎인 연구관의 수를 훨씬 늘려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구조적ㆍ태생적으로 다른 독일 등 해외 대법관 수와 우리나라 대법관의 수를 그대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법관 수 증원의 근거를 드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의 발의로 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그간 멈춰있던‘상고심 개편’논의를 “어떻게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원합의체 구성 어려움·대법원장 권한 강화 우려

법원 바깥에서는 대법관 증원 안에 대해 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장주영 변호사는 논문에서 대법관 12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법관 1인당 업무분담을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여 상고심을 충실히 하되, 국민의 재판 받고자 하는 욕구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관이 많아지면 법률의 통일적인 해석이 어려워지고, 전원합의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민사부와 형사부를 소부로 두고 모순적 결론을 방지하기 위해 대민사부와 대형사부를 필요하면 구성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이 대법관 구성 다양화보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법 부장 출신 변호사는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에게는 자신과 같은 길을 밟아온 고위법관ㆍ50대ㆍ남성이란 조건이 나빠 보일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자격 조건 등은 그대로 두고 단순히 수를 늘린다고 해서 대법관 구성원이 눈에 띄게 다양해질 것이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수술대’ 논의 오른 대법원, 자체 논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서울 서초동 대법원 본관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상고제도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 임명·위촉장 수여식'에서 위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위원장은 한국공법학회장을 역임한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특위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회부된 상고제도 개선 관련 안건 연구·검토를 맡는다.[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서울 서초동 대법원 본관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상고제도 개선 특별위원회 위원 임명·위촉장 수여식'에서 위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위원장은 한국공법학회장을 역임한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특위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회부된 상고제도 개선 관련 안건 연구·검토를 맡는다.[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제도 중 상고 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1월부터는 상고제도개선 특별위원회도 만들어 판사ㆍ검사ㆍ변호사ㆍ시민단체 등에 소속된 11명의 위원이 상고제도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 중 한 명인 민홍기 변호사는 이달 초 상고제 관련 토론회에서 “1987년에 14명으로 만든 대법관 수가 40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대법관 수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논의 절차와 진행 정도를 밝히는 것에 대해 “사회 각계의 숙의 과정을 거친 방안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특위에서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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