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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견에 '뒷다리 파업' 조롱…선 넘은 동물 유튜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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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유튜브 채널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예고 영상. 장애를 가진 호돌이가 앉아있는 장면에 '뒷다리 파업'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예고 영상. 장애를 가진 호돌이가 앉아있는 장면에 '뒷다리 파업'이라는 자막이 달렸다.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각종 동물 유튜브의 작위적인 편집과 과도한 연출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높은 조회수가 수익으로 이어지면서 동물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재미를 위해 인위적으로 동물 영상을 만들고 소비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니띵] 동물권 침해하는 동물 유튜브

지난 1일 구독자가 335만명에 이르는 SBS ‘TV동물농장’의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가 올린 한 편의 영상에 유튜브 이용자들의 비판이 들끓었다.

문제가 된 건 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우리집 개 호돌이가 갑자기 걷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예고 영상이다. 영상에는 뒷다리가 불편해 제대로 걷지 못하는 개 호돌이가 등장한다. 하지만 같은 영상에서 네 발로 걷는 모습이 등장해 마치 걸을 수 있는 호돌이가 꾀병을 부리는 듯한 연출이 나온다.

호돌이가 걷는 장면 뒤에는 반려동물 전문가의 모습이 등장해 호돌이의 걸음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됐다. 영상에는 '앉은강아지도일으키는갓찬종'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일부 시청자들은 전문가가 호돌이를 치료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장애견을 '관종견' 묘사…시청자 분노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예고 영상. 걷지 못하던 호돌이가 반려견 전문가가 등장한 뒤 정상적으로 걷게 된 듯한 장면이 이어진다.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예고 영상. 걷지 못하던 호돌이가 반려견 전문가가 등장한 뒤 정상적으로 걷게 된 듯한 장면이 이어진다.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예고편에서 호돌이는 주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독특한 행동을 하는 강아지처럼 묘사됐지만, 지난 2일 방송된 SBS 'TV동물농장' 본방송에서는 호돌이가 1살 무렵 뒷다리를 쓰기 어려워진 장애견이라는 내용이 소개됐다.

호돌이가 네 발로 걸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밝혀졌다. 견주가 호돌이의 다리를 찜질하고 산책을 시키며 상태가 호전된 것이었다. 예고 영상에 등장해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된 반려동물 전문가는 본 방송에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예고 영상이 올라온 뒤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시청자들은 본방송 이후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애니멀봐 유튜브와 TV동물농장 시청자게시판에는 과도한 연출과 부적절한 자막을 비판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사과문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3일 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사과문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비판이 이어지자 3일 애니멀봐 채널은 "호돌이 예고의 마지막 부분이 본 방송 내용과 다르게 편집되고 영상에 맞지 않는 지나친 자막표현으로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튜브 채널에 올린 2개의 호돌이 영상은 삭제했다.

동물 콘텐트 인기에…무리한 연출 기승

지난 6월 '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고양이 대신 만져드립니다' 영상에 대한 비판 댓글. 영상 촬영을 위해 먹을걸 주며 접촉한 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렸다.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지난 6월 '애니멀봐' 채널에 올라온 '고양이 대신 만져드립니다' 영상에 대한 비판 댓글. 영상 촬영을 위해 먹을걸 주며 접촉한 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달렸다. [TV동물농장X애니멀봐 채널 캡쳐]

동물 관련 콘텐트가 논란을 부른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애니멀봐엔 '고양이 대신 만져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찍기 위해 길고양이에 사료와 간식을 주며 유인해 머리를 만지는 모습을 올렸다.

댓글에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청자들은 동물 대상 범죄가 빈번한 상황에서 길고양이를 유인해내 사람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각종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도 영상 촬영을 위해 에티켓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유튜브에서 유행한 '투명벽 챌린지'. 동물이 지나다니는 길을 랩 등으로 막고 당황하거나 부딪히는 모습을 올리는 콘텐트. 동영상 조회수를 위해 인위적인 환경을 연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브 캡쳐]

최근 유튜브에서 유행한 '투명벽 챌린지'. 동물이 지나다니는 길을 랩 등으로 막고 당황하거나 부딪히는 모습을 올리는 콘텐트. 동영상 조회수를 위해 인위적인 환경을 연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브 캡쳐]

과도한 연출은 많은 동물 유튜버가 지적받는 문제다. 높은 조회수를 위해 동물을 위험에 빠트리거나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동물들이 지나는 길을 랩으로 막은 뒤 당황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투명벽 챌린지'가 유행해 논란이 됐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콘텐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리한 연출을 하는 건 결국 많은 반응을 얻기 위한 경우"라면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동물의 신체를 동원하거나 불안 상태로 내모는 행동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재밌는 영상, 학대 경계에 있기도…동물 배려해야"

갑수목장 유튜버 A씨가 제보자에게 남긴 메신저 대화. 고양이 노루의 가치가 수억원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갑수목장 유튜버 A씨가 제보자에게 남긴 메신저 대화. 고양이 노루의 가치가 수억원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동물행동권단체 카라가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413개의 동물 영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11%의 영상에서 동물의 건강이 나빴고, 24%의 영상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 4개 중 1개는 유튜브 촬영을 위해 인위적으로 연출된 것으로 분류됐다.

지난 5월 불거진 '갑수목장' 논란은 동물 콘텐트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구독자 52만명의 인기 동물 유튜버 갑수목장이 품종묘를 구입해 유기묘인 척 연출하고, 일부 동물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유튜브 이용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카라 관계자는 "재밌는 동물 영상은 동물 학대 영상의 경계에 놓여있기도 하다. 어떤 계정은 구독과 '좋아요'가 늘수록 소재가 점점 자극적으로 변했다"면서 "그저 재밌는 영상으로만 여기고 소비하며 동물의 입장을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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