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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희숙 5분 발언의 감동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 6월 17일 경제혁신위 위원장으로 임명돼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 의원을 5분 발언에 내세운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지난 6월 17일 경제혁신위 위원장으로 임명돼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 의원을 5분 발언에 내세운 김종인 비대위원장. 오종택 기자

1.
주말을 넘겨서도 야당 의원에 대한 칭찬이 가라않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7월 30일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비판한 ‘5분 발언’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 의원의 발언요지는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만 남는다. 임차인이 더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 많은 법을 일방처리하는 여당은 오랫동안 비판받을 것’입니다. 이렇게 요약해 글로 옮겨 놓으니 감동이 없네요.

2.
동영상을 보면 느낌이 다를 겁니다. 흔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말하는 ‘설득의 3요소’가 절절히 와닿습니다.
첫째.로고스(이성).객관적 논리와 근거.
둘째.파토스(감성).주관적 감성과 감동.
셋째.에토스(화자).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3.
사실 임대차보호법은 문제가 많기에 위 3요소 가운데 로고스와 파토스를 충족시키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입법과정에서 필요한 심의절차가 생략된 것도 사실이고, 법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조짐을 보인 것도 사실이죠. 윤의원은 임대차기간을 연장했다가 전셋값이 폭등했던 30년 전 통계까지 제시했죠. 로고스 충족.
그래서 임대인뿐 아니라 임차인들까지 이번 법에 불만이 많았죠. 윤의원은 ‘저도 임차인입니다’란 말문으로 동병상련(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불쌍히 여긴다), 연설 중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감성을 찔렀습니다. 파토스 충족.

4.
설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셋째 에토스 입니다. 윤 의원은 여기에 딱 맞는 인물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고, 귀국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전문가로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정치참여에 대한 열정과 소신도 분명했답니다. 올해초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소신을 담은‘정책의 배신’이란 책을 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시스템에 막대한 충격을 주지만 긍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이 폭탄처럼 투하’된다고 했습니다. 그 배경은 ‘정권창출에 기여한 특정 당파를 보호하고 계층갈등을 증폭시켜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586 집권세력의) 의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전문성과 소신을 가지 윤의원에게 임대차보호법 비판은 인생 연설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윤의원 연설에 대한 제대로 된 반론은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비난에 나섰던 여당 의원들이 오히려 욕폭탄을 맞았습니다.

5.
사실 이번 윤희숙 신드롬은 연설에 공감한 사람들이 SNS로 동영상을 퍼나르면서 태풍을 일으켰습니다. 공감 포인트는 ‘원내투쟁의 가능성’입니다. 아무리 소수야당이라 해도 기존의 법과 질서를 지켜야 맞습니다. 보수라면 더더욱 제도와 절차를 지켜야겠죠.
쿨한 유권자들은 디지털이란 기술 덕분에 이미 실시간으로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보수가 보수다운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