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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미국의 경고 "中 핵공격땐 日 1800만명 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1960년대, 일본에 대한 핵 공격이 이뤄질 경우 1800만명이 즉사할 것이라고 미국이 일본에 경고했던 사실이 50년여 만에 밝혀졌다.

아사히, 1968년 기밀문서 일부 공개 #"미, 일에 무기판매 기대한 듯" #"핵공격 비현실적" 논의는 안돼

3일 아사히신문은 1968년 1월 미·일 안 전보 장고 위급 사무 레벨 협의(SSC)에서 미 국방부 간부가 설명한 ‘일본의 미사일 방어와 방공’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3일 공개했다. SSC는 지금도 운영되는 회의체로 1967년 발족 당시엔 미국 측에서 주일미국대사, 국무성·국방성 간부, 주일미군사령관이 참석했고, 일본 측은 외무성과 방위청의 사무차관, 자위대를 총괄하는 통합 막료회의 의장이 나왔다.

당초 일본 외무성은 무기한 극비로 이 문서를 취급해왔으나, 아사히 신문의 정보공개청구로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1976년까지 중국이 핵전력을 증강할 경우를 상정해, 탄도미사일 100기, 폭격기 150기 등 총 15만5000킬로톤(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만배에 해당)으로 일본 주요도시를 공격하면 1800만명이 즉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은 일본이 방공·방위 능력을 갖추는 데 필요한 비용과 이를 통해 줄일 수 있는 인명 피해를 10단계로 설명했다.

미국은 핵무기인 탄도탄요격미사일(ABM) 등으로 방어태세를 갖추면 10년간 21억8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희생자 수는 1500만명으로 줄어들고, 고성능 ABM을 갖추면 1200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고성능 ABM 초수평선 레이더, 신형전투기, 조기경보기까지 추가 보유하면 46억 7000만 달러가 들지만 희생자수를 900만명으로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고 미측은 설명했다.

당시 중국은 1964년 원자폭탄, 1967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해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던 때였다. 미국은 1967년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시스템으로 ABM 도입을 표명한 뒤 이를 일본에 배치하려 했다. 이 시기 주일미군에서 일본 자위대로 방공임무가 이관돼, 일본 스스로의 태세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기도 했다.

SSC 사정에 밝은 요시다 신고(吉田真吾) 긴키대 준교수는 아사히 신문에 “당시 베트남 전쟁 경비와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달러 가치 하락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에 무기구입을 기대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핵무기인 ABM을 일본에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선 일본의 요구로 SSC의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1967년 12월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총리가 발표한 ‘갖지도, 만들지도,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비핵(非核) 3원칙과 고액의 비용이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핵실험 장면

중국 핵실험 장면

아사히 신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일본을 괴멸시키는 핵 공격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당시 미국이 일본의 방공수단으로 다양한 미국제 무기를 대량으로 사주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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