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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규제하면 소상공인 피해”…IT 공룡들의 규제 방패 ‘소상공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워싱턴 캐피털홀에서 열린 독과점 청문회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화상으로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워싱턴 캐피털홀에서 열린 독과점 청문회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화상으로 참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빅’ 테크가 ‘스몰’ 비즈니스를 앞세운다. 시장을 독점한다고 비판받는 대형 인터넷 기업이 택한 전략이다. ‘우리는 소상공인의 친구’, ‘우릴 규제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피해 본다’는 주장인데, 독과점 규제 공격을 막아낼 방패가 될지 주목된다.

‘페이스북 때리면 소상공인이 아플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춤형(타깃) 광고를 규제하면 페이스북 매출에 영향이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 건 소상공인들”이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이 (타깃 광고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광고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와 경제침체 와중에, 이것이 정책 입안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주장은 지난달 29일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원회가 주관한 반(反) 독점 청문회와 연결된다. 데이빗 시실린 반독점소위원회장은 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 등 대형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디지털 경제의 문지기(gatekeepers) 노릇 하며 소상공인들을 무너뜨렸다”, “억압적인 계약을 강요해 개인·기업체의 소중한 데이터를 뽑아간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광고주에게 맞춤형 광고를 판매한다.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데이터를 독점하고, 다시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지위를 다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자 청문회 이틀 뒤, 저커버그가 ‘타깃 광고를 금지하면 특정 고객에게 소액 광고하는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반격한 것이다. 그는 “개인 정보는 보호하면서 맞춤 광고의 이득은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규제”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 ‘페북 없었으면 소상공인 어쩔 뻔?’

저커버그 CEO는 글에서 “어려운 시기에 페이스북이 소상공인에게 판로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연신 강조했다. 이동 제한(락 다운)으로 오프라인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소상공인에게 페이스북이 대안이 됐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없던 20년 전 팬더믹이 찾아왔다면 어쩔 뻔했냐”는 자화자찬도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5월 온라인 매장 '페이스북 샵(Facebook Shops)'을 출시했다. 페이스북 앱 안에서 상품 거래와 결제, 배송 추적까지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샵은 지난 6월 말 한국에서도 시작했다.

저커버그는 전 세계 소상공인을 돕는 데에 1억 달러(약 1200억원), 흑인 소상공인을 돕는 프로그램에 별도의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글에서 ‘소상공인(small business)’이라는 말을 11번 썼다.

7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화상 연결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발표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7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화상 연결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발표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나 홀로 호실적’ 빅테크, 눈총에 상생 강조

저커버그의 ‘소상공인 타령’에는 전날(지난달 30일) 발표된 회사 실적도 영향을 줬다. 회사는 2분기 매출 186억9000만 달러(약 22조 2300억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성장했고 페이스북 월이용자는 27억 명을 넘겼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활성화되자, 대형 인터넷 플랫폼 업체 집중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국내 대표적 대형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도, 코로나19 와중에 쇼핑·광고 호조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영업이익이 80% 늘어 ‘나 홀로 호황’ 중이다.

그러다 보니 견제도 높아진다. 여당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내놨고(송갑석 의원 대표 발의 ‘온라인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분야 독과점 예방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네이버, 연일 '소상공인' 강조 

견제에 대한 대응책도 유사하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을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라고 지칭하며 SME 지원책을 각 분야에서 언급한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NF)은 지난달 28일 ‘SME 전용 대출’ 상품을 연내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대출 못 받던 온라인 소상공인이 네이버에서 올린 매출 등을 근거로 신용평가를 받아 대출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CMA 통장·후불결제·보험 중개 등 '금융 영향력'을 키우자, 기존 금융업계가 ‘네이버가 데이터를 독점한다’며 견제하는 중에 나온 발표였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한성숙 대표가 청와대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자사의 데이터센터 등을 소개하며 “소상공인·창작자를 위한 쉽고 편리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 사업과도 맞아 떨어진다. 정부는 2025년까지 소상공인 32만 명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지원해 1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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