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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예상했는데 충북 당했다…'중계청' 조롱받는 기상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후 충북 음성군의 하천이 불어 흙탕물이 가득 찬 모습. 2일 오후 6시 현재 중부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져있다. 사진 충북지방경찰청

2일 오후 충북 음성군의 하천이 불어 흙탕물이 가득 찬 모습. 2일 오후 6시 현재 중부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져있다. 사진 충북지방경찰청

'강수 집중지역 변동 가능성이 있으니 최신 기상정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최근 기상청 통보문 말미에서 자주 붙는 문구다. 올해 여름 들어 국지성 집중호우, 돌발성 호우가 잦아졌지만 예측이 힘들다보니 덧붙이는 말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2일 새벽 인명피해를 낸 폭우의 강수지역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불과 6시간 앞의 강수 예측을 하지 못했다.

좁은 지역의 국지적 집중호우는 정보가 적어 예측이 힘들다지만 올여름의 강수예측은 돌발적으로 어긋난 경우가 많았다. 이러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기상청을 ‘중계청’‘오보청’ 등으로 조롱하는 표현이 늘었다.

올해 유독 기상청의 강수 예측이 틀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①온난화 - 덜 차가운 북극이 밀어낸 찬 공기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우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기후변화로 인해 따뜻해진 북극이 여름철 강수 예측의 변수가 됐다. 전 지구적인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북극의 기온도 높아졌다. 따뜻해진 공기는 부피가 커지는데, 평년보다 10도 높은 북극 상공의 공기덩어리가 보통의 여름보다 큼직하게 자리잡으면서 북극 아래로 밀려왔다.

보통 ‘여름 기단’이라고 불리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더운 바다에서 따뜻한 수증기를 흡수해 커지면서 일본·한국·중국 등으로 뻗어나오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고 본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워낙 큰 기단이기 때문에 한 번 확장한 뒤에는 여름 내내 이어지는 지배적인 기단이 된다.

올해는 북쪽의 찬 공기가 강하게 버티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도 평년보다 늦었다. 확장 초기라 아직 세력이 다소 약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의 찬 공기와 맞붙은 채 세력싸움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 장마전선이 끼면서 기단 간 세력싸움이 국지성 호우로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은 그러나 달라진 지구 환경으로 인해 예년의 패턴을 벗어나는 긴 장마, 중부지방에 집중된 장마, 국지성 강한 소나기 등을 예측하지 못한 경우가 잦았다. ‘장마 종료’ 예상도, 강수 예측도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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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실종 소방대원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앞서 2일 오전 폭우피해 현장으로 출동하던 충주소방서 대원 한 명이 도로가 침하되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진 충북도소방본부

2일 오후 실종 소방대원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앞서 2일 오전 폭우피해 현장으로 출동하던 충주소방서 대원 한 명이 도로가 침하되면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사진 충북도소방본부

1일까지 예보에 따르면 장마전선은 서울과 경기, 강원영서 지역에 걸쳐져 비를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론 예상보다 더 남쪽으로 치우치면서 2일 오전 경기남부와 충북 등지에 폭우를 퍼부었다. 지난달 31일부터 '1~2일은 서울·경기와 강원영서를 중심으로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했지만, 1일 오전까지도 '서울·경기, 강원영서에 많은 곳은 250㎜ 이상'을 예보해 실제 인명피해가 난 지역의 강수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예보에서부터 '1~3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올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31일 오후에야 충청지역에 150㎜ 비를 예상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충청도의 강수 지역은 서울, 경기와 30㎞ 떨어진 곳이고 통상의 오차범위였지만, 지역이 다르다보니 예보에 덜 민감했을 수 있고 막바지에 유입된 수증기의 영향으로 예측 강수량보다 실제 비가 내린 양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장맛비 강수집중구역이 남북 50㎞ 이내로 매우 좁아 지역 간의 강수량 차이가 매우 크고, 한 곳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으므로 비가 내리지 않거나 소강상태를 잠시 보이는 지역에서도 폭우에 대비하는게 좋다"고 했다.

②길게 끈 장마에 더해진 태풍, 절묘한 타이밍

2일 중부지방에 걸친 장마전선에 대만 쪽에 위치한 태풍이 불어낸 수증기가 더해져 크고 강한 비구름이 비를 내리고 있다. 자료 기상청

2일 중부지방에 걸친 장마전선에 대만 쪽에 위치한 태풍이 불어낸 수증기가 더해져 크고 강한 비구름이 비를 내리고 있다. 자료 기상청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어진 데다 태풍의 영향이 겹쳤다.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강하게 맞부딪힌 상태에서 이 사이에 낀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오래 머무른 탓에 장마가 길어졌다. 여기에 1일 발생한 태풍의 영향이 겹치면서 2일 중부지방의 ‘물폭탄’을 만들어냈다.

6월 24일에 시작된 중부지방의 장마는 8월 2일 현재 40일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중부지방은 10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럴 경우 총 장마 기간 48일로 역대 최장기록(49일)에 근접할 정도다.

특히 2일 오전에 충북 등지에 내린 집중호우는 지난 1일 오후 발생한 제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이 크다. 태풍이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서해상으로 많은 수증기를 불어내면서, 서해상에 시간당 40㎜ 이상의 강한 비를 내리는 비구름이 크게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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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예보모델의 한계?

전 세계 대표적 수치예보모델 2개(미국, 영국)와 국내 개발 수치예보모델 특성 비교. 자료 기상청

전 세계 대표적 수치예보모델 2개(미국, 영국)와 국내 개발 수치예보모델 특성 비교. 자료 기상청

기상청은 2010년부터 영국의 기상예보모델(UM)을 사용해 기상예보를 해왔다. 국내 기상위성기술, 관측망 등으로 관측 자료의 질은 좋아졌지만, 온난화 등으로 대기 중 변화양상이 달라지면서 태풍 등 급변하는 특이 기상상황의 경우 예보 모델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8년 태풍의 이동경로 예측이 크게 엇나가자 기상청은 2011년부터 개발해온 한국형 모델 'KIM'을 지난해 처음 시범 도입했다. 기존 UM에 시범 도입한 KIM을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해 태풍경로 예측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올해 6월 말 본격적으로 KIM을 '실전 도입'한 뒤로는 단순 강수예측도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UM을 그대로 쓰면서 KIM을 얹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강수예측 실패는 모델의 차이라기보다 강수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좁은 지역에 점처럼 내리는 국지성 호우는 세계 어느 모델도 정확히 예측할 순 없다"며 "하지만 지자체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세밀한 지역 예보를 조금 더 빨리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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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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