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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은 내 목숨" 약국서 1조 회사로…한미약품 임성기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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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 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해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기업을 이끌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미정이며 확정되는 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사진은 임성기 회장. [사진 한미약품]

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 약국'을 시작으로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해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기업을 이끌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빈소는 미정이며 확정되는 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사진은 임성기 회장. [사진 한미약품]

한국 제약 산업의 도약을 이끈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임 회장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 약국’을 열어 제약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임성기 약국은 서울 시내에서 ‘3대 약국’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후 그는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하고 48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그동안 회사는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종로 동네 약국서 매출 1조원 회사로 키워 

임 회장은 제네릭(복제약)에만 의존하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개발’이라는 화두를 던진 인물로 꼽힌다. 한미약품도 1990년대까지는 제네릭 판매로 회사의 성장 기반을 다졌다. 임 회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 수익을 개량신약과 혁신신약 개발에 투자했다. 단기적으론 개량 신약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 신약을 완성하는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이다. 그 결과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개량 신약을 선보였다. 평소 임 회장의 지론도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는 것이었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진 한미약품]

한국 제약사 최초로 '기술 수출' 성공  

한국형 R&D는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토대가 됐다. 한미약품은 지난 1989년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다국적 제약사 로슈에 항생제 ‘세프트리악손’의 개량 제법에 관한 기술을 수출했다.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당시 최고 규모인 6300만 달러(약 750억원)에 이전했다. 이후 2015년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잇따라 성사시키며 수조원대의 기술료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 지난 10년간 R&D에 2조원 투자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금액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매출의 10% 이내를 신약 개발에 투자하다가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인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이 출시된 2009년 이후부터는 13% 이상으로 투자가 확대됐다.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제약사가 손에 꼽을 정도인 국내 제약 산업에서 한미약품은 지난 10년간 약 2조원을 R&D에 투자했다.

"신약 개발은 내 목숨" 평소 지론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가 났을 때도 R&D를 향한 투자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6년 기술 반환된 폐암 치료 혁신신약 ‘올무티닙’의 개발이 좌초됐을 때도 임 회장은 “신약 개발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나를 믿고 R&D에 더 매진해 달라”며 “R&D를 하지 않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임 회장은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2016년 2800여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1100억원 규모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증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종윤ㆍ종훈씨, 딸 주현씨가 있다. 빈소는 추후 알릴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6일 오전이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유족 측은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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