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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테러범에만 허용되는 감청, 사실상 한동훈 영장에 적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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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 정진웅 부장검사 (오른쪽)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아이디로 기존 비밀번호를 무효화하고, 한 검사장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받아 비밀번호를 바꿔 카카오톡에 접속한다."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진웅 부장검사가 7월 29일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수색 하기 전 제시된 영장 내용이다.

"사실상 감청, 발부 과정 검증해야"  

법원이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면서 동시에 카카오톡을 볼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감청 영장을 별도로 발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감청 영장 없이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수사팀이 카카오톡 회사를 기망(欺罔)하는 수사를 벌이도록 영장을 내준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청 영장 발부와 집행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이 고려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통신비밀 보호법에 따르면 감청은 중대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전직 부장검사는 "감청은 테러범이나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7월 2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의 모습. [뉴스1]

7월 2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의 모습. [뉴스1]

발부 뿐만 아니라 집행도 쉽지 않다. 2016년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하는 수사 방식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카카오는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렇게 감청 영장 발부가 쉽지 않고 감청 영장으로 메신저 대화를 확보하기도 용이치 않은 않은 상황에서 수사팀이 압수수색영장만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확인하려는 '꼼수'를 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압수수색 '방식'일 뿐, 감청 아냐"

검찰 내부에선 "수사팀의 꼼수에 법원이 영장 발부로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영장도 법의 범위를 넘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영장에 '휴대전화 지문 인식을 피의자 손을 끌어다가 하게 하라'고 적시하면 무리다. 한 검사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 계정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오가는 메시지를 보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현직 판사들은 "법원이 한 검사장의 과거 카카오톡 대화를 압수수색하는 '방식'을 특정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감청을 허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수사팀이 영장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한 검사장의 카카오톡 내용을 들여다보고 이를 수사에 활용한다면 위법이지만 과거의 대화만 압수수색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과거) 자료만 특정해서 봤다"는 입장이다.

유독 한동훈에만 가혹한 영장 발부?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 법원 내부에서조차 '묻지마 식'으로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양승태 대법원' 수사를 밀어붙였던 한 검사장에게 구원(舊怨)이 있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양승대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대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우선 법원은 지난 6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해당 영장으로 수사팀은 6월 16일 아이폰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당시 검찰 일각에서는 "최근 법원이 개인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에 신중한 기조를 보였던 것과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월 17일에는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에서도 청구단계부터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법원이 영장 발부 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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