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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휩쓸려 소방관 실종…"'OO야' 외쳤지만 한순간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료 소방관들이 차에서 급하게 내리더니 ‘○○야 ○○야’ 하고 애타게 불렀어요. 하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2일 오전 집중호우에 6m 도로가 유실된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한 하천 옆 도로.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 안모(53)씨는 소방대원 송모(29·소방사)씨가 갑자기 급류에 휘말릴 당시 동료 소방관들이 소리치며 달려가는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다.

인근 도로도 콘크리트 구조물 유실 유태로워 #소방당국, 사고지점 하류 방향 270명 투입 수색

 안씨는 “20년 동안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린 적은 처음이라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에서 소방관 4명이 급하게 내리더니 ‘○○야 ○○야’ 하고 소리쳤다”며 “이후 돌아서는 소방관들의 표정이 너무나 침울해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충주에서는 전날부터 22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로 곳곳이 유실되거나 산사태가 벌어졌다.

 2일 오후 현재 소방당국은 송씨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에 한창이다. 또 끊어진 도로를 다시 잇기 위해 굴삭기 4대를 동원한 복구 작업도 벌였다. 인근 하천 주변 도로를 지탱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도 흙탕물에 휩쓸려 인근 도로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동료 4명과 현장 출동하다 실종

2일 오전 현장 출동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실종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하천. 박진호 기자

2일 오전 현장 출동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실종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하천. 박진호 기자

 송씨는 이날 오전 7시 41분께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 가스폭발로 인한 주택붕괴 현장에 동료 4명과 함께 출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송씨는 출동 당시 도로가 유실되자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지를 살펴보던 중 급류에 휩쓸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출동 중에 도로가 일부 유실·침수되자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로가 추가로 유실되면서 휩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당 도로는 충주에서 산척면 명서리로 가는 유일한 도로다. 주민 박범선(58)씨는 “소방관이 실종된 도로는 물론 반대편 제천과 연결된 도로도 유실돼 주민들이 고립됐었다”며 “가스 폭발로 매몰됐던 주민도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도로는 이날 오후 1시쯤 임시 복구돼 현재는 차량 통행이 가능해진 상태다.

사고지역 유실 파손 많아 수색 난항

2일 오전 현장 출동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실종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하천에 굴삭기가 동원돼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2일 오전 현장 출동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실종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하천에 굴삭기가 동원돼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박진호 기자

 소방당국은 사고지점으로부터 하류 방향으로 총 270여명(충북소방,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대, 영남대, 수도권대 등)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현장 상황에 따라 수색범위를 넓혀가기로 했다. 하지만 사고지역 하천은 수량이 많고 유실되거나 파손된 부분이 많아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종된 구급대원 송씨는 2018년 11월 9일 임용됐다. 충주소방서 주덕119안전센터에서 2개월간 근무하고 중앙119안전센터산척지역대에 2019년 1월 7일 배치됐다.

충주=박진호·신진호·최은경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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