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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정진웅 병실사진' 배포 전말…"檢윗선서 지시한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9일 채널A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중앙지검]

지난달 29일 채널A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서울중앙지검]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벌인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의 사진을 병원 직원이 찍어서 검찰에 전달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정 부장검사가 아닌 검찰의 다른 윗선이 지시를 했는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도 밀접 접촉한 한동훈 검사장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두고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이런 사진을 언론에 배포한 것을 두고 내·외부의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정 부장의 사진을 배포하는 과정의 전말은 과연 어땠는지, 재구성해 봤다.

정 부장 사진 배포의 전말은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부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5시에 서울 서초구 서울 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정 부장은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있는 한 검사장 사무실에서 몸싸움을 벌인 뒤 전신근육통을 호소했다. 이후 법무연수원 인근 정형외과에서 혈압이 급상승했다는 진단을 받고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겼다.

성모병원은 정 부장의 체온이 38도를 넘자 절차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응급의료센터 내 입구에 별도로 마련된 음압 격리병실에서 수액 치료를 하고,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도록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올해 4월 ‘서울시 코로나19 중증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음압 격리병실이 3개에서 7개로 늘었고, 이날 마침 우연히 한 자리가 남아 정 부장이 누워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동훈 검사장-정진웅 형사1부장 몸싸움 양측 주장 그래픽[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정진웅 형사1부장 몸싸움 양측 주장 그래픽[연합뉴스]

법조계 “이성윤 지검장이나 이정현 1차장 지시 있었을 것”

성모병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쯤 검찰 직원이 조그마한 쇼핑백을 들고 응급실을 찾았다. 이후 이 직원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음압 격리병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병원 직원이 제지했다. 그러자 직원은 쇼핑백을 정 부장에게 전달해 주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 측에서 “본인 동의가 없으면 어렵다”고 하자, 검찰 직원은 정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진 촬영에 동의를 받아 냈다. 이에 간호사가 검찰 직원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전달받고 정 부장의 사진을 찍었다. 정 부장의 휴대전화는 방전 직전이라 사진 촬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이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윗선’이 검찰 직원에게 사진 촬영을 지시하고, 전달받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이날 한 검사장 측이 오후 2시에 “독직폭행을 당했다”라는 주장을 펴면서 몸싸움 사실이 알려졌고, 중앙지검은 “오히려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집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거다.

이에 한 검사장 측은 오후 5시에 서울고검에 정 부장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요청서를 냈다. 정 부장은 오후 7시에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이 넘어진 상태에서도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주지 않으려고 완강히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다 확보한 것”이라는 개인 입장문을 냈다. 한 검사장이 독직폭행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정 부장도 폭행을 당했다는 점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직원이 정진웅 부장검사에게 보낸 쇼핑백. 내부에는 충전기와 또 다른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휴대전화는 정 부장 소유로, 방전돼 충전 중이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검찰 직원이 정진웅 부장검사에게 보낸 쇼핑백. 내부에는 충전기와 또 다른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휴대전화는 정 부장 소유로, 방전돼 충전 중이었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검사장 “나까지 입원하면 검찰이 뭐가 되느냐” 

법조계 관계자는 “오전 몸싸움 이후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이 강하게 의견을 표명하고 이런 주장이 언론에 비중있게 소개되자, 이를 역전시키려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이정현 1차장 같은 정 부장의 '윗선'에서 사진 촬영과 입장문 배포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장이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으면서 병원 사진을 배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밀접촉한 한 검사장에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이 코로나19 증세가 있었는지와 검사를 받았는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 부장이 음성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 검사장에 통보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 검사장과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인 김태현 변호사(47‧사법연수원 37기)는 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병원은 갔냐”고 묻자 한 검사장이 “의사가 입원하라고 했지만 안 했다. X 팔려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몸이 중요하니 검사를 받고 사진만 정 부장처럼 안 풀면 되지 않느냐”며 입원을 권유했지만, 한 검사장은 “나까지 입원하면 검찰이 뭐가 되느냐, 정 부장은 영장 집행 과정도 그렇지만 (자신이 입원한) 사진을 올린 게 검찰 조직을 얼마나 부끄럽게 만든 것이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상‧정유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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