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미군 철수, 트럼프 맘대로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지난해 2월 남한강에서 열린 훈련에서 주한미군 육군 공병대원이 도하를 위한 리본 부교를 놓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지난해 2월 남한강에서 열린 훈련에서 주한미군 육군 공병대원이 도하를 위한 리본 부교를 놓고 있다. [사진 미 육군]

1.
7월29일 독일 주둔 미군감축이 공식발표됐습니다. 1만2000명을 빼 6400명은 미국, 5600명은 유럽내 다른 국가로 이동합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와 인접한 발트해 지역과 폴란드에 재배치된다는 대목입니다. 러시아를 겨냥한 미군의 전진배치죠.

2.
그럼 다음은 한국인가. 당장 떠오르는 의문이자 불안입니다.
물론 트럼프는 독일 주둔 미군철수에 대해 “돈을 안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도 분담금을 많이 안내면 주한미군을 줄이겠구나..추정이 가능하죠. 트럼프는 분담금 50%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13% 안을 내놓고 협상중입니다.

오병상 칼럼니스트

오병상 칼럼니스트

그러나 장사꾼 트럼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그는 분담금을 많이 받기위한 협상용으로 이런 공개발언을 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도 물론 있겠죠.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건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입니다.

유럽에서 미국의 적은 러시아입니다. 독일에서 미군감축은 러시아를 더 효과적으로 견제하기위한 병력 재배치입니다. 오랫동안 미군 전략통 사이에서 검토하고 관련국들과 협의한 결과입니다.
트럼프는 그 카드를 분담금 올리기 협상에 활용한 셈이죠. 유능한 장사꾼입니다.

3.
러시아보다 더 위협적인 미국의 적은 중국입니다. 그 최전선이 한반도입니다.

주한미군은 6.25전쟁 때문에 시작됐고, 지금도 북한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크게 보자면, 글로벌 헤게모니 차원에서 중국이 최대 도전세력입니다.

미국은 이미 2년전 중국과의 냉전을 선언했습니다. (제2의 냉전이죠. 제1의 냉전은 소련과의 전쟁으로 미국이 이겼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2018년 10월 4일 연설에서 ‘중국의 죄’ 수십가지를 40분간 열거하면서 ‘중국은 동반자가 아니라 적’이라고 분명히 말했죠. 미국은 더이상 중국의 도둑질(특히 첨단기술)을 참지 않겠다고.

4.
글로벌 헤게모니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군사력입니다.
중국은 100년 단위로 계획(백년대계)을 세웁니다.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설립된 것이 1949년. 중국은 그로부터 100년 뒤인 2049년 세계적 패권을 이룬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몽(중국의 꿈)가운데서도 이 대목은 강군몽(강한 군사대국의 꿈)이라 부르죠.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경쟁은 패권의 명운을 걸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땅에선 AI 전투로봇,하늘에선 드론폭격기,바다에선 유령함대(무인스텔스 공격함과 잠수함) 개발이 어마무시하다네요.

물론 첨단기술에선 미국이 아직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다른 IT분야와 마찬가지고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답니다.

5.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하는 변수는 트럼프의 상술이나 변덕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두 가지 변수에 좌우됩니다.

첫째, 미국의 패권전략. 새로운 전략과 전술, 그리고 무기의 개발에 따라 군사력의 재배치가 이뤄질 겁니다. 아무래도 지상군(육군)의 비중은 줄어들겠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공약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일부 미군감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과의 패권경쟁 와중에 최전선 주한미군 전력에 차질을 가져올 정도의 감축은 않으리라 전망됩니다.

언젠가는 중국을 더 압박할 수 있는 대만이나 베트남 인도 등으로 미군이 재배치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유럽과 달리 동남아 국가들은 미군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습니다.

6.
둘째 결정적 변수는,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정부가 미군철수를 원한다면 떠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군사협력을 계속한다면, 일부 감축이 있더라도 전력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미 육군 전략문제연구소에서 ‘주한미군을 빼자’는 주장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경계입니다.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정해야할지는 뻔합니다.

패권과 무력의 세계에선 생존이 유일한 가치입니다. 생존과 직결된 선택은 신중해야겠죠.
미국은 현재 세계 유일 패권국이며, 한미 군사협력이 70년간 우리의 생존을 지켜온 게 현실입니다. 싫든 좋든...

오병상 칼럼니스트 oh.byung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