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암호 같은 용어부터 바꾼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0.08.01 00:20

업데이트 2020.08.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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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호 19면

쉬우니까 한국어다 〈5〉

복잡한 한자어와 뜻 모를 일본어, 어려운 영어 용어는 우리 법조문도 알게 모르게 잠식해왔다. 법제처가 2006년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알기 쉬운 법령팀의 박예지 사무관은 “2013년에는 ‘기본법 알기 쉽게 새로 쓰기’ 사업을, 2014년에는 ‘일본식 용어 기획 정비’ 사업을, 그리고 2018년에는 ‘어려운 법령용어 사전 차단 및 사후 정비’ 사업을 각각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법제처 2006년부터 정비 작업
난해한 한자·외국어 찾아내 개정
올해는‘일본식’추가 발굴 나서

‘기본법 알기 쉽게 새로 쓰기’는 민법·형법·형사소송법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법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본법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민법의 경우 법제처가 전문가 검토를 거쳐 마련한 개정안을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했으나, 19대 및 20대 국회에서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제처는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어려운 법령용어 사전 차단’ 사업은 말 그대로 어려운 용어가 법령화되기 전에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미리 걸러내는 일이다.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1409개를 발굴해 이 중 1048개의 개선안을 법령 심사에 반영했다. ‘헬더로우더(helder loader)’는 ‘화물 하역장비’로, ‘바이오 마커(bio-marker)’는 ‘생체지표’로, ‘난백(卵白)’은 ‘흰자’로 고쳤다.

법제처는 모든 법령을 두 차례에 걸쳐 전수조사했다. 1차로 교육부·문체부 등 9개 부처의 용어 1568개, 2차로 국토부·행안부 등 18개 부처의 용어 1957개를 골라 개정하기로 부처 간 협의도 마쳤다. 박 사무관은 “법률안의 경우 총 198건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돼 20대 국회에서 23건이 통과됐고, 나머지는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극(孔隙)’은 ‘틈새’로, ‘교육 거버넌스’는 ‘국가교육관리체제’로, ‘구축(拘縮)’은 ‘오그라듦(拘縮)’으로 바꾸는 식이다.

특히 일본식 용어는 2014년부터 정비가 필요한 용어를 37개 선정해(그래픽 참조) 이 용어들이 포함된 법령 302건 중 279건을 정비했는데, 여전히 고칠 것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추가 사업을 진행한다. 국립국어원 및 전문가 회의를 거쳐 선정한 50개 용어를 다듬는 작업을 8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공란(空欄)’은 ‘빈칸’으로, ‘휴즈’는 ‘퓨즈’로, ‘구리스’는 ‘그리스(grease)’로, ‘잔교’는 ‘잔교(棧橋: 다리 모양의 구조물)’로, ‘구근(球根)’은 ‘구근(알뿌리)’처럼 알기 쉽게 매만진다. 

법제처가 정비한 주요 일본식 용어
◆가리(kalium)→칼륨

◆가료(加療)→치료

◆건정(鍵錠)→잠금장치

◆게기(揭記)하다→규정하다

◆구배(勾配)→경사

◆납골당(納骨堂)→봉안당

◆레자(leather)→인조가죽

◆미싱(machine)→재봉틀

◆부락(部落)→마을

◆불하(拂下)→매각

◆시말서(始末書)→경위서

◆일부인(日附印)→날짜 도장

◆품신(禀申)→건의

◆행선지(行先地)→목적지

※공동제작: 국어문화원연합회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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