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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 생존회로 켜 ‘동안 인생’ 즐겨보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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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호 20면

노화의 종말

노화의 종말

노화의 종말
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부키

“노화도 질병…예방 가능해” 주장 #약한 스트레스는 노화 방지에 효과

“동안(童顔)이시네요.” 중년 들어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상대적으로 아직 덜 노화(老化)됐다는 칭찬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노화의 종말』은 앞으로는 운 좋은 사람뿐 아니라 누구나 동안을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책이다. 그냥 막연한 미래의 전망을 담은 게 아니라 노화와 유전 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25년 동안 건강 장수를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해 놓았다.

지금까지 노화 방지와 수명 연장에 대해 많은 책이 나왔지만 『노화의 종말』은 차원이 다르다. 지은이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 의대 교수는 노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어떤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그 지름길을 제시한다. 싱클레어 교수에 따르면 노화는 암이나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같은 질병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다. 오히려 노화에 의해서 우리가 잘 아는 일반적인 질병들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만병의 근원인 노화라는 질병을 잘 다스리면 다른 질병들도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생명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력에 찬 ‘고급 수명’을 지금보다 훨씬 길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미 나와 있는 노화 방지 해법도 있고 몇 년 뒤 나올 것도 포함돼 있다.

먼저, 간단한 생활습관 바꾸기로 노화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적게 먹기와 땀 흘리며 운동하기, 몸을 차갑게 하기를 권한다. 이들 방법은 몸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가해 약한 역경 상태를 조성하면 신체의 생존회로가 작동해 건강 유지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양실조 없는 열량 제한’이라는 소식(小食)은 장수 효소인 서투인을 활성화한다.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굶는 ‘16대 8 간헐적 단식’이나 일주일 중 이틀은 열량을 75%로 줄이는 ‘주기적 단식’도 좋은 방법이다. 고기보다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는 저아미노산 식단은 ‘사자의 저녁보다 토끼의 점심’ 다이어트로 역시 생존회로 작동을 돕는다.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과 몸을 차갑게 하기는 노화예방에 좋다고 한다. 견딜 만한 스트레스를 주어 약간의 역경에 처하게 함으로써 우리 몸의 생존 회로를 활발히 가동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1월 18일 ‘2020 윈터 런인 평창’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땀을 흘릴 정도의 운동과 몸을 차갑게 하기는 노화예방에 좋다고 한다. 견딜 만한 스트레스를 주어 약간의 역경에 처하게 함으로써 우리 몸의 생존 회로를 활발히 가동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1월 18일 ‘2020 윈터 런인 평창’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운동으로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추천한다. 하루에 10분만 뛰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숨이 찰 정도로 운동하며 땀을 흘리면 AMPK, mTOR, 서투인 등 장수 조절 인자들이 활성화해 새 혈관을 생성하고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염색체 보호덮개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 손상도 막게 해 준다.

몸이 편안하지 않을 정도의 저온이나 고온에 일시적으로 노출시키는 방법도 약간의 역경을 줘서 더 건강한 삶을 살게 할 수 있다. 갈색지방이라고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한 조직을 활성화해 살을 빼거나 생존회로를 작동하게 한다. 냉수마찰이나 저온요법, 사우나가 대표적이다. 잘 때 창문을 열어 두거나 얇은 이불만 덮고 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수 약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남태평양 이스터섬(라파 누이)에서 찾아낸 라파마이신, 프랑스라일락에서 발견한 메트포르민은 수명 연장과 항노화에 효능이 있다.

적포도주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은 효모의 수명을 급격히 늘렸다. 우유에 미량 들어 있는 NR, 아보카도·브로콜리·양배추에 있는 NMN은 ‘SIRT1 활성화합물’로 스택(STAC)이라 불리는 물질이다. 이들은 장수 효소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물질인 NAD의 체내 농도를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노화 예방 백신 접종, 세포 재프로그래밍 주사, 건강 모니터링과 유전체 서열 분석을 통한 개인맞춤 정밀의료 시대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발견과 기술이 종과 횡으로 결합되면 평균수명이 세 자리로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150살까지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손자와 함께 지내는 일이 일상화할 것이다.

장수 만세다. 지금 수준에서도 ‘99 88(99세까지 팔팔하게 살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책과 함께라면 젊음과 동안을 만끽할 묘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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