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무주택자의 눈물...남은 시간은 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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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호 면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시행됐습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하루만입니다. 전월세 제도가 1981년 법 제정 이후 큰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의견이 엇갈립니다. 무주택 가구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기대와 전셋값 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맞섭니다.

전세 물건 정보가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중앙포토]

전세 물건 정보가 비어 있는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중앙포토]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지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시장에서 전세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최대 4년간 집을 빌려주어야 합니다.  전셋값 인상률도 5% 이하로 제한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전세를 줄 유인이 줄어듭니다.

 전세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거주 방식입니다. 취득세나 재산세 등의 부담이 없고, 집값이 내려갈까 염려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금리 시절에는 임대인 입장에서도 전세금을 굴려 상당한 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윈윈이었습니다. 저금리 시절에도 임대인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어 내 집 마련에 유용한 수단이었습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쉽다 보니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세 제도가 유지되려면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상승해야 합니다. 향후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하기 조심스럽지만,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바뀌기 어렵습니다. 집값 오름세도 계속 이어질지 의문입니다. 물론 서울의 경우 최근 매매 거래에서 갭투자 비중, 즉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한 비중이 약 70%가 됩니다. 이를 고려하면 집주인이 다음 임차인을 구해야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전세가 생각보다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 계약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종료되는 향후 2~4년 사이에 모든 전월세는 새로 계약을 해야 합니다. 이때 전셋값이 확 오르거나, 집주인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공산이 큽니다. 심지어 시장에서 전세 물건을 거둬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 전세가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세는 점차 사라질 운명입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부동산 관련법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부동산 관련법이 통과되는 동안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제는 2~4년 후 닥칠 임대차 시장의 충격입니다. 전세 주택이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되면 집 없는 이들의 주거 비용 부담은 커집니다. 빌릴 집의 크기를 줄이거나 더 외곽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마저 어려운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 길거리로 내몰릴 우려도 있습니다.

해법은 공공 임대주택을 빨리,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입니다.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민간의 전월세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장기 공공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무주택자가 민간 임대차 시장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설령 4년이라도) 가격이 오를까,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정책의 목표가 집값 안정이 돼서는 안 됩니다. 첫 단추를 '주거복지 안정'이라는 구멍에 끼워야 했습니다. 가격은 잡겠다고 하면 잡히는 게 아닙니다. 뉴욕, 런던, 도쿄 같은 메가시티의 집값 생각해 보세요. 서울보다 더 비쌉니다. 더 많이 오른 곳도 많습니다. 서울도 메가시티입니다. 풀린 돈이 투자처를 찾아 부동산 시장에 몰려드는 걸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정부는 가격 잡겠다고 이런저런 고민하지 말고, 무주택 서민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 등을 공급하는 데 힘을 쏟으세요. 살 집이 많아지면 공포에 젖어 집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가 줄어듭니다. 가격은 그렇게 안정되는 것입니다. 남은 시간은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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