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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정신 없이 저녁 준비하는데 먼저 숟가락 든 남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 (80)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식탁에 앉은 남편이 먼저 밥을 먹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지만 같은 날 저녁에도 먼저 먹기 시작한다. 아침에도 같은 일로 마음이 상했던 터라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사진 pixabay]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식탁에 앉은 남편이 먼저 밥을 먹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지만 같은 날 저녁에도 먼저 먹기 시작한다. 아침에도 같은 일로 마음이 상했던 터라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사진 pixabay]

얼마 전 주말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중이었습니다. 한창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식탁에 앉은 남편이 먼저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물론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고,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그런 남편의 모습이 그날따라 살짝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렇지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아침부터 싫은 소리 하지 말자 생각하고 넘어갔죠.

같은 날 저녁이었습니다. 남편은 역시 음식을 준비 중인 저를 두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침에도 같은 일로 마음이 상했던 터라 볼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남편에게 맛있는 저녁을 먹이고 싶은 즐거운 마음은 사라지고, 내가 밥 차리고 청소하며 남편 시중이나 들려고 결혼했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거죠.

이해하며 잘 지내다가도 상대방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 문득 가족을 위한 나의 노력 따위는 사라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부부 사이에 이해하고 넘어가는 순간이 더 많겠지만, 같은 일이 지속해서 반복된다거나 혹은 내 몸이나 마음이 지쳐있을 때면 상대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해하며 잘 지내다가도 상대방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 문득 가족을 위한 나의 노력 따위는 사라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에서의 최양락·팽현숙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 JTBC)

이해하며 잘 지내다가도 상대방의 작은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 문득 가족을 위한 나의 노력 따위는 사라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에서의 최양락·팽현숙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진 JTBC)

이혼한 커플이 없다는 개그맨 부부가 동반 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에서의 최양락·팽현숙 부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미 부부가 동반으로 오랫동안 방송에 노출됐지만 특히나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정말 현실 같다는 반응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팽현숙은 정신없이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종일 집에 있던 최양락은 배고프다는 소리만 반복할 뿐 거들지 않습니다. 요리사이기도 한 팽현숙은 고기에 된장찌개, 젓갈 세트와 온갖 반찬을 준비합니다. 평소 완벽한 성격인 듯 플레이팅까지 신경을 씁니다. 그러는 사이 배고프다를 반복하던 최양락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죠. 배는 고픈데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짜증이 난 셈입니다.

결국 한 시간 반의 시간 끝에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드디어 식탁에 앉은 남편에게 아내는 요즘 바빠서 밥을 제대로 못 해줘서 잘 차려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짜증 난 남편을 달랬죠.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나 긴 시간에 화가 난 남편은 말을 이어갑니다. “무슨 요리 경연대회도 아니고, 본인 요리사라며 티 내려고 한 거 아니야”라는 말을 던졌고, 그 말에 아내는 화가 올라왔죠.

아내가 좀 잘나서 티 내는 게 그렇게 아니꼬우냐며, 내가 네 종이냐며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면 돈이 들어가느냐, 남편 밥 한 끼 맛있게 해주려고 한 것이 뭐가 그렇게 열 받는 일이냐며 화를 내던 아내는 평소에 얼마나 윽박지르면 3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남들은 10살은 넘게 차이가 나는 줄 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죠.

식탁 앞에 앉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댓글에 다양한 의견이 넘쳐납니다. 그렇게 배가 고프면 밥이라도 미리 해 놓던가 아무것도 안 한 채 일하다 들어온 아내를 보채기만 하는 건 심하다. 한 시간이나 넘게 기다렸다가 한소리 하는 거면 남편도 많이 참을 만큼 참았다 등등. 각자가 남편 혹은 아내의 편에서 말을 이어갑니다.

이 영상에 대한 댓글에는 남편 혹은 아내의 편에서 내세운 각기 다른 의견이 넘쳐난다.[사진 pxhere]

이 영상에 대한 댓글에는 남편 혹은 아내의 편에서 내세운 각기 다른 의견이 넘쳐난다.[사진 pxhere]

방송이다 보니 편집자에 따라 조금 과장되게 포장하는 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어느 집에서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 모습에 우리 가족의 모습이 투영된 분도 많았을 겁니다. 식사시간이라는 단편적인 모습만을 통해서도 서로서로 대하는 방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씩씩한 모습만 보여온 팽현숙씨는 32년간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뿐이라며 눈물을 비쳐 함께 출연한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는데요. 부부는 이후 같은 프로그램에서 달라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티격태격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시청자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 부부입니다.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는 한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결혼은 소풍이라고 생각한다. 소풍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듯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결혼을 즐거운 소풍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잘못된 방법으로 아무리 오래 공부한들 성적이 오르지 않듯, 긴 시간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 주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식탁에 앉은 우리 부부는 어떤 모습인가요?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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