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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큰 전쟁보다 많은 15만 코로나 사망…문제는 방역의 정치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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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늪으로 빠지고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역으로 퍼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통제력을 사실상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참패 중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역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택 격리 권고’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주 의회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일부 우파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격리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한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5만 명을 넘은 현재 미국은 마스크를 둘러싼 방역 정치 씨움이 한창이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택 격리 권고’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주 의회 인근에서 열리고 있다. 트럼프 지지층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일부 우파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격리와 마스크 착용에 반대한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5만 명을 넘은 현재 미국은 마스크를 둘러싼 방역 정치 씨움이 한창이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경제 넘어 정치화까지  

여기에 미국 상무부는 7월 30일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9%로 73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분기 –5%보다 훨씬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본격적으로 수치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보건과 경제 모두 최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있는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원료를 위탁 생산한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다 최근 쓰기 시작했다. 미국 상당수 우파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공공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다.방역도 잘 안되는 미국에서 때아닌 마스크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전쟁에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있는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원료를 위탁 생산한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다 최근 쓰기 시작했다. 미국 상당수 우파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공공을 위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다.방역도 잘 안되는 미국에서 때아닌 마스크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전쟁에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선 ‘마스크 착용’이라는 기본적인 방역 지침이 미국 전역에서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로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인다. 방역의 정치화다. 임금이 상복을 입는 기간을 둘러싸고 당파 싸움까지 벌였던 17세기 조선의 모습이 21세기 미국에서 재연되는 묘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헌법에 따라 국정을 이끌고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책임 추궁 속에서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방역, 미 선거판 뒤집는 변수로 #코로나19로 잃은 미국인의 생명 #1차대전 전사자 숫자 이미 넘어 #6·25와 베트남전 합계보다 많아 #희생 뒤 정권 바뀌는 과거 전통 #트럼프 정치적 생존 여부 주목 #2분기 GDP ?32.9% 최악 성적 #이 와중에 마스크 둘러싼 정쟁 #미 우파, 공익보다 자유 중시해 #주와 시의 권한 쟁탈 소송전까지 #방역의 정치화로 미국 흔들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속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페르난도벨리의 한 초등학교의 문이 쇠사슬 로 잠겨져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가을 대부분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속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페르난도벨리의 한 초등학교의 문이 쇠사슬 로 잠겨져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가을 대부분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망자 15만 넘자 트럼프 위태

수치만큼 현재 상황을 생생하게 말해주는 것은 없다. 미국은 7월 26일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5만429명으로 15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시간 7월 30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숫자는 15만3848명으로 전 세계 사망자 67만943명의 22.93%를 차지한다. 한 국가의 코로나19 사망자로는 세계 최다 수준이다. 그것도 압도적이다. 미국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두 나라인 브라질(9만188명)과 영국(4만5961명)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하나의 질병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목숨을 잃은 사례는 미국은 물론 세계 역사에서도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전 당시인 1966년 B-52D가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베트남전 당시인 1966년 B-52D가 융단폭격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6·25, 베트남, 이라크 전사자 합계보다 많아

특히 15만이라는 숫자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글로벌 패권 국가가 된 뒤에 치렀던 모든 전쟁에서 발생한 것보다 더 많은 인명손실로 기록된다. 미국 보훈부 통계와 학계 연구 등을 종합하면 미국은 2차대전 뒤 6·25전쟁(1950~53년)에서 3만6516명, 베트남전쟁(1955~75년, 미군의 본격 참전은 1964년 이후)에서 5만8209명 등의 전사자를 냈다. 이라크전쟁(2003~2011년)에선 4576명, 2001년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중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2200명 이상의 군인이 숨졌다. 이를 다 합쳐도 10만1500명 정도다. 미국의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15만 명은 이보다 1.5배 정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최고사령관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비참하게 패배하고 있는 셈이다. 목숨을 잃은 미국인의 숫자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코로나19 사망자를 1776년 건국한 미국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치러왔던 전쟁에서의 군인 사망자와 비교하면 남북 전쟁(약 65만 5000명)과 제2차 세계대전(40만5399명)에 이어 셋째로 큰 규모다. 11만6516명의 미군이 전사한 제1차 세계대전보다 많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서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2차대전 희생자 숫자를 넘기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미국 코로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

미국 코로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추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

사망자, 미국의 큰 전쟁 12개 중 3위 해당
미국은 1775~1785년 영국과 미국독립 전쟁을 치른 이래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전쟁을 12차례 치렀다. 가장 많은 전사자를 낸 전쟁이 남북 전쟁(1861~1865년)으로 북군 36만여 명, 남군 29만여 명에 전체 약 65만5000명이 숨졌다. 그다음으로 2차대전(1939~1945년, 미국은 41년 참전) 40만5399명, 제1차 세계대전(1914~18년, 미국은 17년 참전), 베트남 전쟁, 6·25 전쟁, 미국독립 전쟁 약 2만5000명, 1812년 전쟁(미국-영국 전쟁, 1812~15년) 약 1만5000명, 미국-멕시코전쟁(1846~48년) 1만3283명의 전쟁에서 1만 명 이상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그 외 이라크 전쟁 4576명, 필리핀-미국 전쟁(1899~1902년) 4196명, 스페인-미국 전쟁(1898년) 2246명, 아프가니스탄 전쟁 2216명 등이 숨졌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확산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탑승한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확산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탑승한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AFP=연합뉴스

하루 사망자 숫자 923명…2차대전 3배

전쟁 기간 중 하루 평균 사망자는 남북전쟁이 449명으로 가장 많고 2차대전 297명, 1차대전 200명, 6·25전쟁 30명, 멕시코-미국 전쟁 29명, 1812년 전쟁 15명, 베트남전 11명, 미국독립 전쟁 11명이 뒤를 이었다. 통계 사이트인 스테이티스타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7월 28일까지 하루 평균 사망자는 923.2명으로 어느 전쟁의 하루 평균 전사자보다 많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의 2019년 하루 평균 사망자(모든 사망원인 포함)는 7969.7명이다. 2019~2020년 겨울 동안 유행했던 바이러스 질환인 인플루엔자에 의한 하루 평균 사망자는 331.6명으로 코로나19의 35.9% 정도다. 미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얼마나 큰 희생자를 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차단막을 설치한 뒤 영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점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차단막을 설치한 뒤 영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인구 4% 미국, 확진자는 26% 차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한국 시간 7월 30일 현재 456만 8375명으로 전 세계 1721만 7829명의 26.53%를 차지한다. 미국 인구는 3억 311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 75억 9400만 명의 4.36%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얼마나 많이 발견됐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월 20일 처음 발견된 이래 3월 19일 1만 명에 이르렀으며 3월 27일 10만 명을 넘었다. 확진자는 4월 10일 50만 명을 초과했으며 4월 27일 100만을 넘어섰다. 6월 7일 200만 명을, 7월 6일 300만 명을 각각 넘었으며 그 뒤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져 7월 21일 400만 명을, 7월 28일 450만 명에 이르렀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장례식장에서 직원들이 희생자를 냉동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장례식장에서 직원들이 희생자를 냉동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큰 희생 뒤에는 정권교체 전통

주목할 점은 미국이 큰 전쟁을 치른 뒤에는 막대한 전비 지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전사자 발생에 따른 혐전 분위기가 생기면서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의 미국 대선에선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대선에선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각각 교체됐다.
2차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연합군 최고사령관으로 전쟁을 치렀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52년 대선에서 6·25전쟁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했으며 선거 직후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선거에서 39개 주에서 승리해 9개 주를 차지한 민주당의 애들레이 스티븐슨 후보를 꺾었다.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442대 89로 그야말로 대승을 거뒀다. 그는 공약대로 1953년 7월 27일 공산군과 정전협정을 맺고 6·25전쟁을 끝냈다.

7월 18일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럼버스에서 공종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항의하는 우파 시위대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앞에서 맞불시위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7월 18일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럼버스에서 공종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항의하는 우파 시위대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 앞에서 맞불시위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6·25, 베트남전 뒤 정권 바뀌어

베트남전쟁은 1973년 1월 27일 남·북 베트남과 미국이 파리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미군이 철수했다. 미군이 떠난 남베트남은 북베트남의 공세에 시달리다 몰락했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군의 탱크가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현재 호찌민)의 대통령궁에 진입해 점령하면서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남베트남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파리평화협정을 맺을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72년 선거에서 재선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1974년 8월 9일 사임했다. 부통령이던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포드는 1976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에게 전체 득표율 48.0% 대 50.1%, 확보 선거인단 240대 297로 석패했다. 확보 주는 27개로 23개에 워싱턴DC를 얻은 카터보다 많았다.
미국에선 2차대전 뒤로 많은 인적·물적 희생을 치른 전쟁 중이나 뒤에 진행된 선거에선 묘하게도 정권이 교체되는 전통이 생긴 셈이다. 심지어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1990~91년 걸프전에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이라크 정권을 상대로 미군 전사자를 294명으로 최소화하면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재선에는 실패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막대한 전비를 쏟은 걸프전의 승리가 아닌 대통령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경제난이 좌우했다는 분석이다.

‘최고사령관’ 트럼프, 정치적으로 위태

7월 29일 백악과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7월 29일 백악과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렇다면 코로나19와의 전쟁이라는 바이러스 전쟁을 치른 미국의 최고사령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결과만 보면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실패와 이로 인한 경제난 해결에서 보인 무능, 그리고 무리한 대외정책에 리더십 난조까지 겹쳐 오는 11월의 대선에서 불리한 상태다.
그런데도 마스크와 같은 코로나 관련 사안을 정치화해서 지지층을 결집해 전세를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이 오랫동안 쓰지 않고 버티다 최근 들어서야 드물게 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 속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년만에 최저치인 -32.9%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의 비어있는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의 확산세 속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3년만에 최저치인 -32.9%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 비치의 비어있는 가게의 모습. AP=연합뉴스

자유 중시 우파, 마스크를 정쟁 대상으로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 착용이 미국에서 정치문제가 되는 배경에는 미국 우파들의 자유에 대한 고집스러운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우파들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유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집단 모임을 자제하며 밀집 장소에는 가지 말라는 의학적·과학적 방역 지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사회적 의무나 책임으로 보기는커녕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으로 여기기 일쑤다. 마스크를 쓰는 행동에 대놓고 반대하고 항의 시위까지 벌인다.
심지어 조지아 주와 이 주에 있는 애틀랜타 시는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뜨거운 권한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애틀랜타 시의 케이샤 랜스 바텀스 시장이 7월 7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 명령을 내리자 조지아 주의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는 7월 16일 바텀스 시장과 이를 승인한 시의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바텀스 시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벌금형은 물론 징역형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캠프 주지사는 “이러한 강제 조치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강력한 마스크 의무화는 인간의 자율 의지를 해치는 팬더믹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지아 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만 하는 행정명령에 7월 15일 서명했다. 애틀랜타 시장과 조지아 주지사가 마스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방역 주도권과 지방 정부 권한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왕이 상복 입는 기간을 둘러싸고 당파 싸움을 벌이고 서로 대립하면서 급기야 상대방을 역적으로 몰았던 17세기 조선의 ‘예송’ 논쟁이 21세기 미국 애틀랜타에서 재현되는 느낌이다.

케이샤 랜스 바텀스(50) 애틀란타 시장.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최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케이샤 랜스 바텀스(50) 애틀란타 시장.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최근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이를 두고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7월 27일 자 ‘이기주의 숭배가 미국을 죽이고 있다(The Cult of Selfishness Is Killing America)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를 비난했다. 내용을 요약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와 지지자들은 일자리 숫자를 추구한 나머지 감염 위험과 팬더믹 재기가 경제를 해칠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해왔다. 미국 우파는 탐욕은 좋은 것이며 개인이 방해받지 않은 이익 추구를 할 때 더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이들의 시각에 따르면 경제활동을 통한 무제한이 이익 극대화와 규제 없는 소비자 선택이야말로 좋은 사회를 위한 바탕이다. 이렇게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좋은데 공동체를 위해 내가 조금 희생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건 문제다. 우파들은 방역을 위한 제한을 거부하고 민주당과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로지 개인의 자유와 이익 추구를 통해 미국이 번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논리로 이들은 코로나 보조금 지급 연장에도 반대한다. 나의 자유를 제한하고 내 세금을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쓰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
마스크 착용이 정치화하는 것을 통렬하게 비난한 셈이다. 그만큼 현재 미국은 트럼프의 방역실패로 인한 사회 불안과 정부 불신의 충격이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과거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 이상의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더욱 절망에 빠진 미국의 우파들은 마스크를 빌미로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30일 열 지역에서 제도화하고 있는 우편투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에 명시된 11월 투표 연기를 제안한 것도 그 일부로 볼 수 있다.
방역이 정치화하는 것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미국에서 훨씬 큰 소리를 내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한계이자 전 세계가 미국을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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