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웨이 정조준한 美···中이 요즘 키우는 반도체기업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⑥ : 中 시스템 반도체 개발 우회로 '유니SOC'

'화웨이 물'을 빼라!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세계 반도체 업계의 화두다. 미국 정부가 전방위로 펼치는 ‘화웨이 때리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거래하는 회사는 누구라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에 업계가 떨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특히 시스템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1, 2위인 대만 TSMC, 한국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화웨이 자회사로서 화웨이 자체 반도체를 제작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제의를 두 회사 모두 뿌리쳤다. 특히 화웨이와 오래된 파트너십을 맺었던 TSMC는 미국에 생산공장까지 짓기로 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 5월 미국이 ‘자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이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 미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수출 규정을 만든 탓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천기술과 생산 장비는 여전히 미국이 주도한다. 만일 미국 정부 재제로 이를 쓸 수 없다면. 어떤 반도체 업체도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런데 화웨이 물 빼기. 중국도 하고 있다.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무슨 말인가. 중국 업계가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대신해 다른 회사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중국의 고육지책이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유니SOC다.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의 상당수 인력이 최근 유니SOC로 이직했다. 유니SOC는 중국 최대 반도체 회사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다. 지난 2013년 칭화유니그룹이 시스템반도체 업체 스프레드트럼 등을 인수하며 만들었다. 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을 제작한다. 모바일칩 설계 분야에선 하이실리콘 다음 가는 중국 내 2위 회사다.

2위지만 차이는 크다. 유니SOC는 중국 시장에 머물러 있다. 주 고객은 하이센스 등 보급형 스마트폰 업체다. 오포나 비보 등 덩치가 큰 회사를 고객으로 끌어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하이실리콘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글로벌 AP 시장에서 11.7%의 점유율을 기록한 글로벌 ‘톱5’ 시스템 반도체 제작업체다.

그런데 왜 업계 1위 하이실리콘 인력이 유니SOC로 옮길까.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외신과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하이실리콘의 반도체 생산은 올해 하반기부터 어려워진다. 올 4분기부터 TSMC가 하이실리콘의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화웨이로선 미국의 압박을 받는 하이실리콘을 대신해, 유니SOC의 AP를 화웨이 5G 스마트폰에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순환 의장은 미국의 제재 이전인 지난 3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삼성전자, 미디어텍, 유니SOC 등에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령 한국과 대만 업체인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이 미국 눈치를 봐 협조를 꺼려도, 중국 업체인 유니SOC는 다르다.

나아가서 유니SOC가 장기적으로 하이실리콘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AP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선 중국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으로 분류된다. 그 선봉에 바로 하이실리콘이 있다.
중국이 생각한 건 우회로다.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서슬 퍼런 미국의 제재에도 시스템반도체 육성은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어떻게든 반도체 굴기(崛起)를 이루려 한다.

그렇기에 중국 정부로선 유니SOC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화웨이의 제재에서 벗어난 회사. 이 회사에 하이실리콘이 가진 고급 기술력을 줘 반도체 제작과 생산, 기술 개발을 이어가려는 것일 수 있다.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유니SOC 페이스북 캡처]

이러한 해석은 스티브 추 유니SOC 최고경영자(CEO)가 하이실리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화웨이 부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더 힘을 얻는다. 에릭 조 유니SOC 마케팅 담당 부사장도 화웨이 출신이다.

더구나 화웨이는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사실상 국영기업이라는 평을 듣는다. 칭화유니그룹 역시 칭화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칭화홀딩스가 최대주주인 국영기업이다. 중국 당국의 의지가 있다면 두 회사의 합종연횡이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은 가만히 있을까.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화웨이 때리기에만 집중된 미국의 대중국 제재 전선이 넓혀질 수 있다. 실제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말 의회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사실상 소유 또는 지배하고 있는 중국 회사 20곳의 명단을 제출했다. 이 명단엔 화웨이가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고, 중국군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들 기업을 옥죌 가능성이 크다. 명단은 또 만들면 된다. 유니SOC 역시 언제든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CNAS 캡처]

[CNAS 캡처]

미국 제재로 성장판이 닫히려 하는 하이실리콘. 대신 유니SOC를 키우려는 중국. 이에 대한 미국의 다음 공격 카드는 무엇일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