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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의 직격인터뷰

“도끼눈 뜬 윤석열 권력 독버섯 막아…개혁의지는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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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거여 속도전의 중심, 법사위 이끄는 친문 실세 윤호중

민주당 내에서 당을 장악하려면 윤호중(법사위원장)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는 1987년 평민당 당직자로 출발해 당무에 능하고 조직 관리에 밝다. 지역구(경기 구리시) 4선을 거치며 정책·전략통 이미지도 쌓았다. 입이 무거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친문 핵심이면서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이해찬 대표가 그를 두 번씩(2012년, 2018년)이나 사무총장에 앉힌 이유가 이런 때문이다.

윤, 개혁을 수사권 분리쯤으로 봐 #부동산 법안은 시장에 워낙 민감 #부작용 줄이려면 빨리 할 수 밖에 #중대사건 장관 사전승인엔 부정적

그런 그가 총선 이후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갖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며 ‘독식론’을 폈다. “그래야 일하는 국회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면서다. 온건한 이미지로 비춰졌던 그에게 최근 강경파란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곤 지난달 15일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당 사무총장이자 법사위원장으로 최근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그는 여전히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사회권을 갖는 게 공전과 보이콧을 막는 장치라 생각한다”며 “그 대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낼 책임도 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28일 오후 그를 국회 법사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나중엔 통화로 인터뷰를 보충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 ’총선 때 가졌던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 ’총선 때 가졌던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법사위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이 법은 30일 본회의에서도 처리) 다른 상임위에서도 부동산 관련 법과 공수처 관련 법 처리가 단독으로 대거 이뤄졌다. ‘입법 독재’라며 야당이 반발한다.
“표결 시 퇴장함으로써 야당이 단독 처리 모양새를 만들었다. 부동산 관련 법은 시장에 워낙 민감하게 작용한다. 늦으면 부작용이 생겨 최대한 빨리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빨리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토론하고 조정하는 절차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27일에 임대차 보호법을 위원회에 상정했고 소위 만들자는 협의도 했다. 심사 기간도 하루 비워놨었다. 사전에 일정은 합의가 돼 있던 거다. 소위 회부는 합의가 안 돼서 그런 거고 원래 소위는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거다.”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 보고서도 단독으로 채택했다.
“단독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본다. 보고서에 우리의 평가와 의견만 기재해서 처리하면 잘못이지만 야당 쪽에서 제기한 문제도 반영해서 처리했을 거다.”
대통령도 협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협치를 하려면 야당에 양보도 해야지 않나.
“양보라는 게 적격인 사람을 부적격으로 만드는 건 아니지 않나. 야당에서 뭘 하자고 제안하는 게 없다. 얼마 전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만 봐도 건설적인 비판도 아니고 일방적 비난만 있었다. 야당도 과거 습관을 버려야 한다.”
최근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이 가진 수사권을 고검장에게 넘기는 안을 내놨는데 어떻게 보나.
“취지는 일선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총장의 지휘권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가능한 것인지, 더 좋은 방법은 있는 건 아닌지 논의해봐야 한다. 개혁위의 취지는 이해하나 더 좋은 방법이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건가.
“부정적이란 건 아니고….”
중대 사건 수사를 할 때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문제도 논란이다.
“(그것에 대해선) 그렇게 찬성하지 않는다. 장관이 검찰 권력을 제대로 통제하면 상관이 없는데 과거처럼 검찰 출신의 장관이 검찰과 같은 시각에서 모든 걸 허락해주면 너무 세진다. 다른 말로 하면 항상 좋은 법무부 장관이 있는 건 아니다.”
모두 어떻게든 윤석열 총장의 힘을 빼기 위한 여권의 조치들로 보이는데.
“법무장관 승인 건은 언론 보도 내용이지 여권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그걸 전제로 (총장의 힘 빼기를) 얘기하는 건 안 맞는다.”
윤 총장의 임기가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난 1년을 보면 검찰 개혁을 일종의 검·경수사권 분리 정도로 생각한 것 아니었는가 한다.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검찰의 수사 관행이다. 검찰이 국민을 모두 피의자로 보고, 모든 피의자를 범죄자로 보면 안 된다. 수사 관행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반인권적, 인권 파괴적 수사를 하기도 했기에 그런 면에선 매우 실망스럽다.”
아이러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총장인데 여권과 몹시 불편한 처지가 됐다.
“윤 총장이 우리 정부에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한 면도 있다. 현 정부가 임기 말로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뚜렷한 권력형 비리가 없다. 도끼눈을 뜨고 권력층을 감시하고 있기에 아마 유례없이 깨끗한 정부로 임기를 마칠 수 있지 않을까.”
윤 총장이 정권의 비리를 막아준다는 건가.
“세상에 뭔가 힘이 있으면 대개 휘두르고 싶어지고 그런 것 아닌가. 그러다 보면 느슨해지고 기강이 해이해지면 독버섯 같은 게 자라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윤 총장이 (그걸 막는데)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수족관 차가 흔들흔들하면서 오는데 물고기들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나. 수족관 차량으로 옮기면 회를 떠도 맛이 떨어진다. 근데 메기 한 마리를 넣어놓으면 수족관 고기들이 긴장해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한다.”
윤 총장이 일종의 ‘메기 효과’란 얘기인가.
“그런 게 있는 것이다.”
최근 법사위에서 추미애 장관의 발언과 행동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치인이었으니까 충분히 정치적 견해를 언제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표현이 법률가들보다 조금 강하다. 20년 넘게 정치를 하다 보니 상당히 대중적인 용어를 잘 구사하기 때문에 가려들어야 한다.”
내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낙연·김부겸 후보 등의 경쟁이 치열하다. 누구를 밀 생각인가.
“현역 의원은 캠프에 참여도 못 하고 공개 지지도 못 한다. 당헌·당규에 그렇게 돼 있다.”
그럼 후보들과의 개인적 관계는 어떤가.
“다 엄청나게 친하다. 이낙연 후보는 저하고 2년 동안 상임위 옆자리에 앉았던 분이다. 2012년 기재위에서다. 예전에 기자로서 동교동을 출입할 때부터 가깝게 지냈는데 당시 몇 명 안 되는 당직자 밥 사주는 기자였다. 가끔 불러서 요즘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냐며 챙기곤 했다. 내가 1990년대 후반 야당 부대변인을 할 때다. 김부겸 후보는 대학 다닐 때부터 알았다. 써클 선배였다. 박주민 후보는 우리당 50년만의 40대 기수인데 기대가 크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가 말 바꾸기 논란을 불렀는데.
“이 지사가 자기 견해를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고 입장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저는 부산시장이나 서울시장 공천 문제에 대해 당이 너무 빨리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년에 가서 결정해도 되는 것인데 쓸데없는 논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여러 문제로 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 성찰할 대목이 있다면.
“총선 때 가졌던 긴장감, 각오들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청년·여성들의 감수성이나 이런 것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공정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좀 더 긴장을 강화해야 한다. 요즘 20~30대는 그런 공정에 대한 감수성이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 그런 세대가 자라나고 있다. 지금까지 별문제 아니었는데 이 정도 가지고 왜 그러느냐는 식의 항변을 하기보단, 더욱더 스스로를 엄격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도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주의의 위기가 왔다고 걱정하는데.
“최 교수님이나 몇몇 학자·평론가들이 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민주주의 원리와 발전 방향에 걸림돌이 될 일은 하고 있지 않다. 당이 일부의 목소리만 수용해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국정 운영을 전체 국민을 보고 하지 일부 지지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하고 있지 않다.” 

◆윤호중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나 춘천고,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평화민주당 기획조정실에서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민주당에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의 직책을 맡았다. 지난 총선에선 총선기획단장으로 활약했다.

신용호 논설위원

※인터뷰에는 이소현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