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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샤오펑 끌고 부추개미 밀어 코로나 경제 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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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중국이 글로벌 경제 회복의 카나리아 되나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

세계 경제 전망 그래픽

‘샤오펑’의 돌풍이 거세다. 미국의 테슬라와 머지않아 어깨를 견줄 것 같은 기세다. 미국에 테슬라가 있다면, 중국에는 샤오펑이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최근 1년 만에 주가가 10배 넘게 치솟아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됐다. 연산 50만대의 테슬라가 연산 1000만대의 도요타를 제친 것은 현실이 된 미래 가치 때문이다. 지금 속도라면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제치고 자동차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뜻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의 추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는 사실이다. 그 상징적 존재가 바로 샤오펑이다.

주요국 중 처음으로 V자 경제 회복 #코로나 사태에도 신기술 질주 계속 #부추개미 참가로 증시는 과열 양상 #여전히 중국이 세계 경제 바로미터

샤오펑(Xpeng, 小鵬)자동차는 지난 4월 중국 최초의 자율주행 전기차 P7을 공식 출시했다. 이 스마트 전기 스포츠 세단은 외관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가 흡사 테슬라를 닮았다. 차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연기관차에 달린 계기판은 하나도 없고 커다란 모니터만 장착돼 있다.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내놓았을 때 고객들이 받았던 바로 그 충격적 이미지다. 테슬라와 비교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할 수 있지만, 중국 시장의 전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토종 스마트폰 업체들이 등장하자 삼성 갤럭시가 0%대 점유율로 떨어지고, 애플 아이폰이 추풍낙엽처럼 힘을 잃지 않았던가.

테슬라 긴장시키는 샤오펑의 질주

승부를 가르는 것은 무엇보다 성능이다. 중국은 여기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샤오펑의 P7은 사실상 미·중 합작품이다. 미국 최고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회사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프로세서 ‘자비에(Xavier)’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중국 최고의 AI 업체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물론 대만의 첨단 전자 제조업체 폭스콘의 기술을 지원받아 생산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을 중국 시장에서 밀어낸 샤오미(小米)로부터 지난해 4억 달러에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P7은 엔비디아의 자비에 칩셋(SoC, 한 개의 칩에 완전 구동이 가능한 시스템온칩) 기반에 초음파 센서 12개, 고정밀 레이더 5개, 자율주행 카메라 13대, 고정밀 GPS 위성 센서가 탑재됐다. 30와트의 전력만으로 30테라플롭스(1테라=초당 1조회 연산)의 연산 능력을 발휘하는 자비에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고성능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V자 반등한 중국 경제성장률

V자 반등한 중국 경제성장률

샤오펑은 P7이 이미 중국 57개 도시 113개 매장을 통해 6월부터 고객들에게 배달되고 있다고 밝혔다. P7은 도로 주행은 물론이고 발렛 파킹 같은 레벨3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샤오펑이 순식간에 뒤를 쫓아오자 테슬라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3월 샤오펑이 테슬라에서 근무했던 중국계 직원을 통해 핵심 자율주행 기술을 빼갔다면서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테슬라로선 사실 샤오펑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전기차 후발주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100만대 생산 계획을 발표했고, 독일·일본 회사들도 전기차 생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가 지금은 경쟁자도 없는 상태에서 전기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약점은 충전이다. 샤오펑은 이 부분을 노리고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주행거리 706㎞에 이르는 중국 내 최장거리 전기차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P7은 가격이 24만~37만 위안(4152만~6401만원)으로 가성비까지 내세우고 있다.

알리바바·텐센트, 페북 시총 제쳐

샤오펑의 등장은 미·중 경제전쟁에서 시사점이 크다. 미국이 2018년부터 3년 가깝게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다. 테슬라가 샤오펑이라는 ‘듣보잡’에게 조만간 쫓기게 되는 날이 올 수 있을 만큼 중국의 신기술은 위력적이다. 미국의 간판 페이스북조차 이달 들어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잇따라 시가총액이 추월당했다.

5세대(5G) 통신장비의 세계 1위 업체 화웨이(華爲)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이다. 미국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서 우방들에 협력을 요청할 만큼 화웨이 총력 저지에 나섰다.

미국은 맹방인 영국조차 좀처럼 협력을 하지 않아 고군분투해왔다. 영국은 최근 중국이 홍콩에서 표현과 언론 자유를 없앤 국가보안법을 도입하고 나서야 화웨이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지난 22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를 거론하며 “화웨이 대신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로 옮기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지난달 중국판 GPS로 불리는 ‘베이더우(北斗)’위성항법시스템까지 완성했다.

지난달 독자적 GPS ‘베이더우’ 완성

상하이 종합주가지수

상하이 종합주가지수

둘째 이유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내수 경제로도 얼마든지 경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기술 굴기의 화룡점정이자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반도체 산업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방증은 증시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6일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SMIC는 개장 직후 245.9% 폭등해 시가총액이 단숨에 공모가(462억8000만 위안, 8조원)의 세 곱절 가깝게 불어났다. SMIC는 현재 10%대에 불과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중국제조2025’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은 SMIC가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 수준까지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셋째는 이런 개인 투자자들이 경제 활동의 윤활유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력 뒷받침으로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상하이·선전·베이징 등 중국 3대 증시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투자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판 동학개미라고 할 수 있는 ‘부추개미’의 등장도 주목된다. NYT는 “최근 중국에서 부추개미가 증시 활황화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을 정도다. 이런 투자 열기는 성장률이 지난 1분기 -6.8%에서 2분기 3.2%로 급반등하면서 중국이 세계 처음으로 V자 반등에 성공했다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부추개미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가 개설한 증권 계좌는 1억6000만개에 달한다.

물론 불안감도 여전하다. NYT는 특히 2015년 상하이증시 지수가 5000고지를 돌파한 뒤 폭락했던 사실을 되짚었다. 이같이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면서 이번에도 과열로 끝날 것인지, 그동안 근육을 키운 신기술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탄광 속 카나리아처럼 중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경제 회복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펑의 질주에서 보듯 코로나 사태와 미·중 경제전쟁에도 불구하고 기술 굴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기술력만 있으면 성장의 불씨를 살려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약진은 안개 자욱한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키워드

부추개미=부추가 조금만 자라면 싹둑 잘려나가듯 개인투자자는 번번이 손해를 본다는 뜻에서 불리고 있다.

중국 증시 어떻게 투자하나

한국에서도 중국 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중국 투자가 가능해진 것은 후강퉁과 선강퉁 개설의 결과다. 후강퉁은 상하이와 홍콩을 연결한 주식투자 통로라는 뜻이다. 후(滬·강이름 호)는 상하이, 강(港·항구 항)은 홍콩을 의미한다. 외국인은 이 통로를 통해 상하이 주식을 직접 매매한다. 선강퉁 역시 같은 구조로 선전과 홍콩 간 주식 매매의 길을 열어놓았다.

홍콩에 거점을 둔 외국 증권사는 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증권사 앱을 통해 개인이 중국 주식을 매매할 할 수 있다. 거래시간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11시 30분, 오후 1시~3시까지다. 한국과 다른 것은 거래 단위다. 1주당 가격이 싸지만 100주가 기본 단위여서 가격 압박이 상당하다.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신기술의 위력이 돋보이지만, 중국 기업은 부채가 많고 미국의 압박 때문에 기회 속에서 위험도 많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