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도른자 마케팅

중앙일보

입력 2020.07.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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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도른자 마케팅이란, 미치지 않고선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도른자는 ‘돌은 자’를 연음법칙으로 발음한 것. 오래된 식품업체들이 MZ 세대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재밌는 상상력’을 동원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농심켈로그는 2004년 ‘초코 왕국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열고 여러 캐릭터를 내세워 새로운 맛에 대한 소비자 투표를 유도했다. 이때 파맛 첵스 캐릭터 ‘차카’(사진)가 1위를 차지했지만 회사 측은 중복 투표를 걸러내고 현장 투표를 추가해 초코맛 첵스 캐릭터 ‘체키’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이에 소비자들은 부정선거라며 파맛 첵스 출시를 꾸준히 요구했고, 올해 진짜 제품이 출시됐다. 전체 스토리를 알게 된 MZ 세대는 ‘16년 만의 민주주의 실현’ ‘민주주의는 파를 먹고 자란다’ 등의 흥미로운 댓글을 달며 열광했다. 웃자고 한 이벤트에 16년간 매달린 소비자들이나 괴상한 맛인 줄 알면서도 결국 파맛 첵스를 만들어낸 회사나 모두 ‘미쳤다’.

16년 전 농심켈로그가 벌인 '초코 왕국 대통령 선거' 이벤트 속 파맛 캐릭터 '차카'. 파를 넣은 시리얼이라는 황당한 맛이지만 소비자들의 꾸준한 요청으로 올해 진짜 '파맛 첵스'가 출시돼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6년 전 농심켈로그가 벌인 '초코 왕국 대통령 선거' 이벤트 속 파맛 캐릭터 '차카'. 파를 넣은 시리얼이라는 황당한 맛이지만 소비자들의 꾸준한 요청으로 올해 진짜 '파맛 첵스'가 출시돼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빙그레는 출시된 지 34년 된 꽃게랑 과자를 모티프로 패션 브랜드 ‘꼬뜨게랑’을 론칭했다. 꽃게랑의 발음을 불어처럼 발음한 것으로 지난 7일 래퍼 지코를 모델로 세워 본격적인 힙합 패션을 선보였고 대부분의 제품이 완판됐다. 동아오츠카는 ‘데자와 파운데이션’ ‘데미소다 아이스크림’ ‘포카리 스웨트 운동화’ 등 가상의 제품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SNS에서 젊은 층과 소통하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재미로 시작한 상상력이 현실의 무엇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정민 스타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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