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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의 김기자 B 토크] ‘떼창’ 금지 사직 노래방, 관중 떼로 앉히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10%의 관중만 받으라고 했더니, 관중석의 10%만 개방한 꼴이다. 28일 모처럼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팬들이 한 곳에 밀집해 ‘위험한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의 관중만 받으라고 했더니, 관중석의 10%만 개방한 꼴이다. 28일 모처럼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팬들이 한 곳에 밀집해 ‘위험한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상 최대 노래방’ 부산 사직야구장이 관중석 문을 다시 열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전의 28일 경기부터 유관중으로 진행했다. 5월 5일 시즌을 개막한 지 85일 만이다.

롯데 구장 유관중 첫날 차분히 응원 #1루측만 열어 거리두기 못해 옥에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체 좌석의 10%만 개방했다. 사직구장 가능 좌석 수는 2450석이었고, 981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입장 첫날인 데다 비까지 내려 예상보다 적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했다. 팬들 표정이 밝았다. 한영민(11)군은 “5월부터 기다렸다. 정말 기분 좋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수연(20)씨도 “마스크도 써야 하고 관중석에서 음식도 먹을 수 없지만,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재밌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의 매력은 ‘떼창’이다. ‘부산 갈매기’ 등 응원가를 관중이 함께 부르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 날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언택트(비대면) 관람 지침 때문이다. KBO는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구호나 응원가를 금지했고, 접촉을 유도하는 응원도 제한했다. 마스크도 꼭 써야 했다. 이렇다 보니 응원단은 관중의 호응을 끌어내면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하는 역설적 상황을 맞았다.

조지훈(41) 롯데 응원단장은 “응원단은 팬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무관중 경기 동안 팬의 고마움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걱정도 된다. 새로운 규칙들이 많다. 몸동작과 박수로 육성 응원을 대체해야 한다. 부산 팬은 정말 야구를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을)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치어리더 박기량(29)도 “무관중 경기 때도 온라인 응원을 계속했다. 일부러 더 열심히 했지만 허전했다. 마스크를 쓰고 격렬한 안무를 하는 게 정말 힘들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 구단은 관중에게 육성 응원을 대신할 응원 타월을 나눠줬다.

팬들도 사정을 잘 아는 만큼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아들과 함께 온 한상술(48)씨는 “‘부산 갈매기’ 함 불러야 하는데…, 야구를 직접 보는 것만 해도 기쁘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온 김수연씨도 “일행끼리 떨어져서 앉아야 하는데…,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관중에게 선물했다.

모든 게 다 좋았던 건 아니다. 옥에 티가 있었다. 롯데 구단은 이날 넓은 관중석 중에서 1루 쪽만 개방했다. 1m 이상 거리 두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관중석 전체를 열어 두 좌석 이상 띄우고 앉았던 다른 구장과 대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롯데 구단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감염 위험에 노출했다. 구단은 사과했고, 29일 경기부터 좌석도 띄워 앉게 배치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더 신중하고 꼼꼼해야 소중하게 시작한 야구를 다시 잃지 않는다. 부산에서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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