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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훈육도 법으로 처벌…정부, 제2의 '가방학대'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아온 A씨가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로 경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아온 A씨가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아동학대 방지 보완대책(2018년 3월), 지역사회 위기청소년 지원 강화 방안(2019년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2019년 5월), 포용국가 청소년정책(2020년 5월)

최근 2년간 정부가 발표했던 아동·청소년 보호 대책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은 들끓고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만, 아동학대 사건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천안에 사는 9살 어린이가 가방에 7시간가량 갇혀있다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창녕에서도 9세 어린이가 학대를 피해 목숨을 걸고 옥상에서 탈출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총 4만1000건. 이 가운데 3만 건은 실제 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판정됐으며 이 가운데 76%는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학대 사건의 약 80%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학교 수업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며 위험에 처한 아동을 파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정부 종합대책 마련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6월,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토의한 ‘아동학대 방지 대책’의 후속 종합대책이다.

우선 학대 피해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지역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피해를 당했거나 학대 우려가 있는 아이의 정보는 지자체와 교육현장이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학대 정황을 쉽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가 전화 또는 온라인 화상 연결로 학생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부처별로 관리하던 위기 아동·청소년 정보와 시스템을 통합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쉼터를 확충된다. 또 2022년까지 배치 예정이었던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1년 앞당겨 내년까지 배치할 계획이다.

과도한 훈육, 법으로 막는다 

대전의 한 유치원에서 원격학습지원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전의 한 유치원에서 원격학습지원을 하고 있다. 뉴스1

학대 친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아동학대나 과도한 훈육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령과 제도도 보완한다. 현재 민법 징계권 조문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초래하는 부모 체벌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이를 개정하기로 했다. 또 아동확대가 명확히 의심되는 경우 학대전담공무원이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민센터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하거나 혼인·출생 신고를 할 때 아동 학대 예방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학대 피해를 겪는 아이들이 이에 대처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초중고 교직원,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학대 신고 의무자들을 위한 전문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원·보호시설 종사자에게 익명 신고·신고자 보호제도도 집중적으로 안내한다.

피해 아동의 신속한 보호를 위해 경찰·학대전담공무원이 출입할 수 있는 장소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범죄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된 현장'에만 출입할 수 있지만,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신고된 현장 또는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로 확대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리 거부하면 과태료 부과

세종시의 한 유치원에서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앞사람과 거리를 유지한 채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세종시의 한 유치원에서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앞사람과 거리를 유지한 채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관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학대 행위자 제재 규정을 신설한다.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정당한 사유 없이 상담이나 교육, 의학·심리적 치료를 3회 이상 거부한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위해 처벌기준과 양형기준 개선을 검토하기 위해 특별전담팀(TF)을 운영하고, 학대 행위자가 의료·입양기관 등 아동 관련 기관에 종사할 수 없도록 취업 제한 직종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일회성 발표로 끝나지 않도록 관계부처,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추진 상황을 최소한 반기에 1회 이상 점검하고 방안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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