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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경전철 소송서 주민이 이겼다…지자체장의 '혈세 먹는 투자' 책임 묻나

중앙일보

입력

용인 주민소송대표 안홍택 씨가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용인 시민들이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용인 주민소송대표 안홍택 씨가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용인 시민들이 용인시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혈세 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아온 용인 경전철 사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주민소송으로 다툴 수 있게 됐다. 사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시장 등 사업관계자에게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김학규 전 시장 등 전직 용인시장 3명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주민소송단이 낸 주민소송이 적법하지 않다며 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대부분 취소하고 주민소송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소송 제기 7년 만이다. 특히 대법원이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주민소송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 시장·교통연구원에 손배 청구 

주민소송단 측은 “이정문 전 시장(2002∼2006년)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해서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며 “대법원 스스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것으로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김학규 전 시장도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용인시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판결문에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인 만큼 용인시가 상당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용인시 관계자는 “1·2심을 거쳐온 것처럼 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2010년 6월 민간자본 투자방식으로 1조32억원을 들여 경전철을 완성했다.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와 최소수입보장비율(MRG) 등을 놓고 법적 다툼에 나서며 경전철은 2013년 4월에야 개통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이자를 포함해 8500억여원을 지급했다. 2016년까지 운영비·인건비 295억원도 물어줘야 했다. 그러나 경전철 하루 이용객이 한국교통연구원 예측을 빗나가면서 용인시는 재정난에 직면했다. 결국 시민들은 2013년 10월 당시 김학규 시장과 정책보좌관이었던 박모 씨 등을 상대로 1조3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김 전 시장과 정책보좌관 박씨 등 일부 책임만 인정하고, 다른 전직 시장이나 한국교통연구원 등의 책임은 주민감사 청구에 포함돼 있던 게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민소송이 감사청구와 관련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청구사항과 반드시 동일할 필요는 없다며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전국에 주민소송 4건 진행중  

이번 대법원 판결로 예산 낭비 논란을 빚은 지자체 사업을 상대로 한 주민소송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용인시 외에도 충남 계룡시 의료세탁공장 입주계약 무효확인 소송 등 전국에서 주민소송 4건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주민소송단 측 현근택 변호사는 “대법원이 문을 열어준 것은 맞지만, 앞으로 (재판을 통해) 김 전 시장의 중과실 부분을 따져봐야 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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