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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뚫고 울린 화음…석달 연기된 교향악축제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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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향의 연주로 개막한 2020 교향악축제. 연주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 예술의전당]

28일 서울시향의 연주로 개막한 2020 교향악축제. 연주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올랐다. [사진 예술의전당]

 타악기와 낮은 현악기가 침묵을 깨며 브람스의 비장한 첫 마디를 시작했다. 2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의 개막 무대였다. 전국의 오케스트라가 하루씩 맡아 참여하는 교향악축제는 예술의전당이 개관한 1988년부터 매년 봄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 19로 3개월 연기돼 여름 축제가 됐고 '스페셜'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첫 무대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올랐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브람스의 첫번째 협주곡을 정돈된 소리로 음악을 이끌어갔다. 협연이 끝난 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럽고 감사한 무대”라며 멘델스존 무언가 1번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서울시향의 부지휘자인 윌슨 응은 슈만의 교향곡 2번을 연이어 연주했다. 걱정과 근심 없는 C장조의 음악에서 서울시향은 밝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특히 마지막 악장 끝부분에서 금관악기들의 팡파르는 유독 힘차고 낙관적이었다.

32회째인 올해 교향악축제는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풍경을 빚어냈다. 이날 공연은 네이버 라이브로 생중계됐고 KBS의 클래식FM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또 예술의전당의 야외무대 스크린에서도 동시 중계됐다. 입으로 부는 관악을 제외한 연주자들은 마스크를 끼고 연주했고 무대 위 일부 연주자 사이에는 아크릴로 된 가림판이 놓였다. 청중도 띄어앉아 객석 2300석 중 1100석만 채워졌다.

총 14번의 공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축제는 29일 창원시립교향악단(지휘 김대진, 협연 이강호)로 이어져 다음 달 10일 KBS교향악단(지휘 지중배, 협연 이상은)으로 끝난다. 전주시향, 코리안심포니, 프라임필 등이 한 명씩의 협연자와 참여하는 방식이다. 올해 축제에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들의 협연이 많다. 백주영(31일 수원시향)으로 시작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3위에 입상한 김동현(다음 달 1일 부천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자인 조진주(3일 강릉시향),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 양인모(6일 인천시향), 최예은(8일 경기필) 등 쟁쟁한 바이올리니스트가 포진해있다.

다음 달 9일엔 이번 축제를 위해 새로 작곡한 곡도 연주된다. 작곡가 이지수가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위촉을 받아 쓴 ‘달의 바다’를 김광현이 지휘할 예정이다. 이지수는 “달의 표면에 어둡게 보이는 곳을 갈릴레이는 ‘달의 바다’라 불렀다. 사람들이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 지구에서 달의 바다로 떠나는 드라마의 제작 소식을 듣고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인류의 절망과 노력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전주시향은 엘가의 ‘님로드’, 인천시향은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연주하며 코로나 19 시대를 위로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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